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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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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737회 작성일 22-07-3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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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9

분주히 거리를 오가던 시내뻐스들도 이제는 동안뜨게 다니였다. 고층아빠트창문들에서 비쳐나오던 형광등 불빛도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더니 확성기에서 울리는 노래소리마저 그쳐버리고 온 거리에 고요한 정적이 깔리였다.

당창건 45돐기념경축공연을 준비하고있는 예술부문의 한 책임일군을 만나고 돌아오시는 김정일동지의 마음은 무거우시였다.

이날 세계의 보도매체들은 동부도이췰란드가 서부도이췰란드에 흡수되여 자본주의도이췰란드통일국가가 형성된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였다.

어쨌든 이날 1990년 10월 3일은 사회주의를 신봉하고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즐겁지 못한 날로 되였다.

번거로운 생각속에 집무실에 들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원탁에 놓인 물고뿌에 온수병을 기울이시였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 집무탁에 놓인 일력을 유심히 들여다보시였다.

《10월 3일 수요일》이라는 푸른 글자가 례사롭게 보이지 않으시였다. 문득 그 날자우에 여러 군상들이 덧놓이였다. 세계력사에 특이한 기록들을 수많이 남긴 도이췰란드, 그 령토우에 서로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 군상들이 새겨져있다. 그 땅에서 얼마나 많은 아름답고 위대한 인간들이 살았고 또 얼마나 저주로운 폭군, 살인자, 파쑈들이 군림했던가.

베토벤의 아름다운 노래가 울리고 로동계급의 해방을 위한 맑스, 엥겔스의 위대한 사상과 리론이 창시된 땅에서 히틀러파쑈는 반파쑈항쟁투사들을 집단처형하는 살륙의 감옥을 만들었고 포로병들을 학살하고 그 시체로 군사용기름을 생산하는 악마의 공장을 만들어냈었다.

정의와 횡포의 두 군상이 수백년력사를 거쳐오며 세계의 이목을 끌어오던 이 땅에서 현대에는 동부도이췰란드와 서부도이췰란드의 대조적인 정치적군상으로 세상사람들의 눈길을 모아왔었다.

그런데 1990년 10월 3일 이 슬픈 수요일에 동부가 서부의 옷자락에 휘말려들어 그 자취를 잃어버리게 되였다.

그이께서는 언제인가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로부터 《HM기》를 보기 위해 외국기술참관단을 보냈다는 보고를 받은 생각이 나시였다.

이 기술참관단은 서정후의 제안에 의하여 조직된것이였다. 서정후는 동부도이췰란드 기계전문학교 동창생(전재고아인 서정후는 전쟁시기 마쟈르조선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전후에 동부도이췰란드 기계전문학교에 들어갔다.)인 뉴베드라는 동부도이췰란드 금속기계공장 책임설계원으로부터 《HM기》를 생산하는 최상급의 서방기계공장을 참관시킬수 있다는 편지를 받고 기술참관단을 조직할데 대한 의견을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에 제기하였다.

뉴베드가 서정후와 그런 약속을 할수 있게 된것은 서방의 《HM기》회사 사장으로부터 그가 동부도이췰란드의 기계공장들을 살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도이췰란드가 통합된 후 《HM기》회사의 최고기술간부로 등용하겠다는 담보를 받았기때문이였다.

뉴베드가 서정후에게 요구하는것은 불로장수 강장보약으로 유명한 조선의 고급인삼주였다. 서정후는 도이췰란드의 통합이 불보듯 명백한 조건에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술참관단을 《HM기》회사에 파견하면 능히 《HM기》의 기술자료들을 뽑아올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서정후는 당중앙위원회의 해당부서 담당부부장인 리명국에게 이 사실을 밝히면서 이것이 성공되기만 하면 우리는 10년이 아니라 1년동안에 다섯개 공장이 모두가 여러대씩의 《HM기》를 만들어낼수 있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HM기》기술참관단 소식이 궁금하여 송수화기를 들어 리명국부부장을 부르시였다.

《외국에 〈HM기〉기술참관단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후 어떻게 됐습니까?》

《예, 지금 기술참관단이 그곳에 가있습니다. 방금전에 단장동무로부터 곧 귀국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 서방에서는 도이췰란드의 통합과 쏘련, 남조선의 국교관계수립을 놓고 크게 떠드는 모양입니다.》

리명국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떠들겠으면 떠들라지. 우린 눈섭하나 까딱하지 않소. 그래 참관단이 거기서 뭘 좀 보았답니까?》

리명국은 인차 대답을 못올리고 잠자코 있었다.

바재이고있는듯 수화기에서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들은 완전히 헛물을 켰습니다.》하는 침울한 목소리가 진동판을 울리였다.

기술참관단은 《HM기》공장은 커녕 도면 한쪼각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HM기》회사 사장은 뉴베드의 도움으로 동부도이췰란드 기계공장을 헐값으로 사들인 다음 그를 기술간부로 등용한것이 아니라 저급기능공보다도 못하게 랭대하였다. 동부도이췰란드의 기계기술자들은 실력이 낮고 현대 첨단기계에 무식하기때문에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것이였다. 이전 사회주의나라 기술자들을 박대하는 여기에는 미제의 음흉한 막후조종이 있었다.

서정후를 단장으로 하는 우리 나라 기술참관단이 그곳에 도착한것은 뉴베드가 비극적인 운명에 굴러떨어져 고민하고있을 때였다고 한다.

그들은 뉴베드의 비극적인 운명을 통해 사회주의를 지키면 자주를 얻고 버리면 노예의 생활이 차례진다고 하신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더욱 통절히 깨닫게 되였다고 한결같이 말하고있다는것이였다. 그것은 서방에 환상을 가졌던 동부도이췰란드의 거의 모든 과학자, 기술자들이 뉴베드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였기때문이였다.

그들은 이번 려행을 통해 미제가 우리 나라에 대해 얼마나 극악한 경제봉쇄책동을 감행하고있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였다고 한다.

미제는 우리 나라를 《비최혜국 및 적국관세》지역명단에 올려놓고 일본반동들을 비롯한 제국주의나라들이 차별적인 관세정책을 실시하도록 부추기고있다는것이였다. 그리하여 적들은 다른 발전도상나라들에는 가장 낮은 특혜세률을 적용하면서도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기본세률이라는것을 적용하고있었다.

《일체 상품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국제적인 금융거래의 길을 완전히 차단해버려 우리 공화국을 질식시키고 말리워버리려는것이 제국주의련합세력들의 기도라는것을 자기 눈으로 보았다고들 합니다.》

수화기에서 울리는 리명국부부장의 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회주의보루인 조선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총공세전략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서고있다는 생각을 하며 리명국에게 말씀하시였다.

《적들이 어떻게 나오건 두려울것은 하나도 없소. 기술참관단동무들이 외국에 가서 볼것을 다 보았으면 빨리 귀국시키도록 합시다. 당창건기념일이야 조국에서 쇠게 해야지. 부부장동문 그들이 헛물을 켰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소. 그들이 얼마나 귀중한것을 보았소. 〈HM기〉를 어떻게 개발하여야 되겠는가 하는 관점과 립장도 옳게 서게 됐을것입니다. 모든것을 우리의 힘으로! 이것이요. 우리를 도와줄 나라가 없습니다.

〈HM기〉를 맡은 공장들에서 신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 대체로 계획대로 추진되고있습니다. 특히 라남에서는 주혁민책임비서에 대한 반영이 대단히 좋습니다.》

《어떤 반영들이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자 리명국이 웃음을 띤 목소리로 지금 주혁민책임비서에 대한 소문이 굉장하다고 하였다. 공장에 온지 스무날도 되지 않는 사이에 공장종업원들의 이름을 거의다 암기했다, 부임되자마자 자기 손으로 직접 공장가열로들을 개조하여 석탄을 50프로이상 절약할수 있게 했다, 소탈하고 틀이 없어 로동자, 기술자들과 잘 어울리고 합숙에서도 독신자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밥을 타먹는다, 이렇게 여러가지 좋은 반영들이 들려온다는것이였다.

《반영이 좋다니 기쁩니다. 그러나 주혁민동무에게도 작풍상, 기질상 결함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급하게 내미는 동무인데 그것이 좋은 때도 있지만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지 않아 서정후부부장과 장유선부총국장이 주혁민책임비서에 대해 의견이 좀 있는것 같습니다.》

《무슨 의견이요?》

《라남에서 외국의 〈HM기〉설계도를 공장의 실정에 맞게 개조하려고 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정후부부장이 1미리메터도 변경시켜선 안된다고 지배인을 납득시켰는데 책임비서의 부추김을 받고 지배인이 개조하겠다고 다시 고집한다고 합니다. 그래 장유선부총국장도 책임비서가 당사업이나 할게지 설계를 개조해라 말라 쓸데 없는 간참을 한다며 불쾌해합니다.》

《주혁민책임비서에 대한 아래사람들의 반영은 좋은데 웃사람들의 반영은 좋지 않은 모양이군.》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였다. 주혁민에게 행정사업을 가로타고앉는 버릇이 있어 지난 기간 몇번 비판을 주신적도 있었다.

《주혁민이 발명권을 여러개 가지고있는 한다하는 공학기사이기때문에 순수 기술문제에 참견해서 제 주장대로 이래라저래라 훈시할수 있습니다. 그에 대해선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장의 실정에 맞게 설계도를 개조해보겠다는 그 의도에야 무슨 나쁜게 있겠소. 중요한건 그가 대중에 의거해서 당사업을 하도록 하는것입니다. 아무튼 부부장동무가 일군들의 생활을 자주 료해하면서 잘못된 점들을 제때에 고쳐주어야 하겠습니다. 완성된 인간이 없습니다. 이젠 전화를 놓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문건을 보실 차비를 하시였다. 그러나 어쩐지 인차 문건을 들게 되지 않으시였다.

리명국에게서 들으신 주혁민책임비서에 대한 군중들과 일군들의 평판을 놓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시였다. 기발한 착상과 과감한 전개력, 불같은 열정과 인간성에 있어서는 주혁민에게 견줄만한 일군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지만 그의 급한 성미가 늘 마음놓이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라남시가의 중간구역에 자리잡은 공장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웬일인지 류달리 애착이 가시는 공장이였다. 문득 40여년전 아득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갈마드시였다.

그이께서 라남땅에 처음 가보신것은 1946년 12월이였다. 4살밖에 안되던 유년시절이였으나어머님을 따라 라남제19사단의 병영자리와 양마사자리들을 돌아보시던 일이 어제련듯 기억에 생생하시엿다. 조선인민을 짓밟고 다니던 일제의 피묻은 군화발에 대한 표상을 어린 넋에 깊이 새겼던 곳, 그곳에서 들은 어머님의 떨리는 음성이 귀에 쟁쟁하시였다.

《이것이 일본군대들이 있던 집이다. 여기에 있던 놈들이 숱한 조선사람들을 총으로 쏴죽이고 칼로 찔러죽였다. 그러나 이젠 여기서 조선사람들이 살게 된다. 아버지장군님께선 여기에 조선사람들을 위한 큰 집을 짓겠다고 하시였다.》

수령님께서 그때부터 생각하고 생각하시다가 지으신 집이 바로 라남의 기계공장, 5월10일종합공장이였다. 수령님의 뜻이 무엇인지 라남사람들은 알고있었다.

그래서 공업화의 길을 개척하던 1950년대 후반기와 사회주의대건설을 진행하던 1980년대 중반기에 이 공장 로동계급들이 기계혁명의 표대가 되는 홰불을 지펴올렸었다. 그이께서는 력사의 전환점마다 홰불을 들고 일어선 이 공장사람들이 세기와 세기가 교차되는 인류사적인 전환점에서도 홰불을 들고 나서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공장을 이끌고 사람들을 키워야 할 의무가 자신의 어깨에 짊어져있다고 생각하시였다. 그것은 말없는 속에서 수령님과 굳게 약속된 《지원》의 경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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