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606] 작전 실패, 불신 촉발, 전쟁위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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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 24-10-21 09:16 조회 266 댓글 0본문
[분석] 작전 실패, 불신 촉발, 전쟁위험 증대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차례>
1. 무인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2. 세 가지 사건이 결부되었다
3. 현무-5는 조선의 갱도기지 파괴하지 못한다
4. 영공침범 사건은 데프콘 4에서 발생했다
5. 정전협정, 양해각서, ‘워싱턴 선언’ 모두 위반했다
1. 무인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로씨야 언론매체 ‘로씨스까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는 2024년 10월 16일 알렉싼드르 마쩨고라(Aleksandr Matsegora) 평양 주재 로씨야 대사와 대담한 기사를 실었다. 대담 기사에서 마쩨고라 대사는 2024년 10월 9일 0시 30분경 로씨야 대사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려고 대사관 노대(balcony)에 나갔더니 무인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무인기가 “적어도” 세 바퀴를 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4년 10월 10일 사회안전성 소속 안전원들이 로씨야 대사관 주변에서 수거한 한국에서 제작된 전단을 직접 자기 눈으로 보았다고 했다. 마쩨고라 대사의 대담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도 평양시 중구역에 있고 로씨야 대사관도 평양시 중구역에 있다. 로씨야 대사관 사람들이 무인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날아가는 소리를 들은 것은, 조선 외무성이 2024년 10월 11일에 발표한 ‘중대성명’에서 한국군 무인기가 평양시 중구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지적한 것과 일치한다.
2) 대담 기사에 의하면, 그날 밤 로씨야 대사관 사람들은 무인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으나, 무인기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밤중에 2킬로미터 이상 고도에서 비행하는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지상에서 육안으로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형 무인기의 개솔린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상에서 들리지 않지만 소형 무인기의 터보팬 엔진(turbofan engine)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상에서 들린다. 원래 터보팬 엔진에서는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 평양 상공을 침범한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발각된 것은 터보팬 엔진 소음이 지상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3) 로씨야 대사관 사람들이 무인기 소리를 들은 시각은 오전 0시 30분경이고,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에 첨부된 증거 사진에 나타난, 무인기의 비행 장면이 촬영된 시각은 오전 1시 13분이다. 청음 시각과 촬영 시각은 약 40분 차이가 난다. 대담 기사에 의하면, 무인기는 중구역 상공에서 “적어도 세 바퀴”를 돌면서 선회비행을 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무인기는 평양 상공에서 약 40분 동안 선회비행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한 목적이 심리전 전단을 공중에서 살포하는 것이었다면 전단을 살포하고 즉시 기수를 돌려 남쪽으로 날아갔어야 한다. 그런데 무인기는 평양 상공에서 약 40분 동안 선회비행을 했다. 이런 정황은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한 목적이 선회비행을 하면서 촬영 각도를 달리해 항공정찰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4)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에 첨부된 증거 사진 중에는 심리전 전단이 들어있는 전단 묶음통을 촬영한 증거 사진 4장이 있다. 증거 사진에 나타난 전단 묶음통에는 심리전 전단이 200장 되나마나 하게 들어있었다. 심리전 전단 200장을 살포하려고 값비싼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만들지 않는다.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한 목적은 심리전 전단 살포가 아니라 항공정찰 사진 촬영이었다는 것이 명백하다.
5) 대담 기사에서 마쩨고라 대사는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한 이튿날 사회안전성 소속 안전원들이 로씨야 대사관 주변에서 수거한, 한국에서 제작된 심리전 전단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에 첨부된 증거 사진에 나타난 심리전 전단이 마쩨고라 대사가 목격한 바로 그 전단이다.
6)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에 첨부된 증거 사진 중에는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에 달려있었던 전단 묶음통을 촬영한 사진들도 있다. 전단 묶음통은 지름이 약 20cm 되는 플라스틱 원통을 가로로 절반 잘라낸 것처럼 생겼다.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는 전단 묶음통을 동체 아래쪽에 매달고 날아가다가 지정된 시각에, 지정된 상공에서 전단 묶음통을 분리시킨다. 동체에서 분리된 전단 묶음통이 줄에 매달려 공중에서 끌려가는 동안 심리전 전단이 살포된다. 심리전 전단이 살포된 뒤에 줄이 끊어져 전단 묶음통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만약 빈 전단 묶음통을 공중에서 떼어버렸다면 지상에 떨어져 부서졌을 것이고, 그 잔해가 영공침범의 증거물로 발견될 수 있다. 그래서 빈 전단 묶음통을 줄에 매달고 발진 원점으로 복귀 비행을 하는 것이다.
7)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에 첨부된 증거 사진들은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매달고 발진 원점으로 돌아갔어야 할 전단 묶음통이 평양에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매달고 날아가는 전단 묶음통을 조선인민군이 낚아채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선인민군이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노획했기 때문에 전단 묶음통도 수거할 수 있었다. 수거된 전단 묶음통이 부서지지 않았으므로 노획된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도 부서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8)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에 첨부된 증거 사진 중에는 전단 묶음통 밑창이 보이는 사진도 있다. 밑창에는 어디선가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긁힌 자국은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시멘트 포장도로에 착륙할 때 전단 묶음통도 함께 끌려가면서 생긴 마찰 흔적으로 보인다. 마찰 흔적은 조선인민군 전자전 전문병들이 교란 전파를 쏘아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유도해 어느 시멘트 포장도로에 착륙시켰다는 것을 암시한다.
2. 세 가지 사건이 결부되었다
2024년 10월 19일 조선 국방성 대변인은 사회안전성 평양시 안전국이 10월 13일 평양시 여러 구역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다가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 지역에 추락한 무인기 동체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면서 무인기 동체를 촬영한 증거 사진들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형제산구역은 중구역에서 서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므로, 형제산구역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구역 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아니다. 증거 사진을 보면, 형제산구역에 추락한 무인기는 날개가 짧은 스텔스 형상으로 생기지 않고, 날개가 긴 활공기(glider)처럼 생겼다. 형제산구역에 추락한 무인기는, 한국군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양 날개 길이가 2.8미터이고 동체 길이가 1.7미터이며, 개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한국군은 이 무인기를 ‘원거리 정찰용 소형 무인기’라고 부른다. 이 무인기는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에 있는 야산에 추락하면서 나뭇가지에 걸렸다. 그래서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사회안전성 소속 안전원들이 그 일대를 수색하다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무인기를 발견한 것이다.
▲ 북한이 추락한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
2024년 10월 19일 조선 국방성 대변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형제산구역에 추락한 무인기의 축전지 방전상태와 연유 잔량으로 보아 최소 5~7일 어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10월 3일, 9일, 10일에는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들이 평양 상공을 침범했고, 10월 6일에서 9일 사이 어느 날에는 소형 원거리 무인정찰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한 것이다. 비행 중에 오작동을 일으켜 형제산구역에 추락한 소형 원거리 무인정찰기는 수색 과정에서 발견되었지만, 추락하지 않고 발진원점으로 복귀한 다른 소형 원거리 무인정찰기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4년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8일 동안 한국군이 날려 보낸 소형 무인정찰기들이 평양 상공을 여러 차례 침범해 항공정찰 사진을 무더기로 촬영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군은 왜 2024년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기간에 소형 무인정찰기들을 평양 상공에 침투시켰을까?
2024년 10월 1일에 있었던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0월 1일 한국 전략사령부가 창설되었고 같은 날 국군의 날 제76주년 기념행사에서 현무-5 탄도미사일이 처음 공개되었다. 한국군 소속 소형 정찰무인기들이 조선 영공은 물론 평양 상공까지 침범한 사건은 한국군이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고, 현무-5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과 직결된다. 주목되는 것은, 이 세 가지 사건들이 3축체계 안에서 결부되었다는 사실이다. 3축체계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3축체계를 구성하는 제1축은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탐지하는 작전체계이고, 제2축은 조선에 선제공격을 가하는 작전체계이고, 제3축은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작전체계다. 이 세 가지 축을 연결한 침공작전체계가 3축체계다.
한국군이 3축체계라는 명칭의 작전개념을 정립한 때는 2016년이다. 한국군은 57조 4,795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책정해놓고, 57개에 달하는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방대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8년 동안 3축체계를 구축해왔다.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탐지하려면 고도화된 정찰 능력이 필요하고, 조선에 선제공격을 가하려면 고도화된 타격 능력이 필요하고,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면 고도화된 대량 파괴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탐지하기 위한 정찰 수단을 개발해야 하고, 조선에 선제공격을 가하기 위해 타격 수단을 개발해야 하고,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기 위해 대량 파괴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3축체계를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다.
한국군이 3축체계를 구축하는 데서 선결 과제는 정찰 능력을 강화해 제1축을 가동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정찰작전을 제대로 수행해야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탐지할 수 있다.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제1축이 제대로 돌아가야 제2축과 제3축도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면, 자기들이 조선인민군의 선제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재빨리 포착하는 탐지 수단을 개발했다. 또한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갱도기지를 파괴하지 못하면, 자기들이 조선인민군의 치명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의 갱도기지를 파괴하는 타격 수단을 개발했다.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재빨리 포착하는 탐지 수단을 보유하기 위해 한국군이 개발한 탐지 수단이 바로 정찰위성이다. 2023년 12월 2일에 발사된 한국군 정찰위성 1호기는 2024년 8월 13일부터 정식으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한국군은 앞으로 정찰위성을 4기 더 쏘아 올려 총 5기를 운용하면서 위성정찰체계를 가동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군이 구축하고 있는 위성정찰체계는 수준에 미달한다. 2017년 12월 1일 ‘문화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이 정찰위성 5기를 운용해도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포착할 성공률은 0.12~2.64%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군은 위성정찰체계를 보완해줄 무인정찰기를 개발했다. 무인정찰기 개발사업이 상당히 진척되자, 한국군은 2023년 9월 1일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고, 2023년 9월 26일 국군의 날 75주년 기념식에서 각종 무인정찰기를 공개했다. 2024년 10월 초 평양 상공을 연속 침범한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와 소형 원거리 무인정찰기는 그날 기념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3. 현무-5는 조선의 갱도기지 파괴하지 못한다
한국군은 2023년 9월 26일 국군의 날 75주년 기념식에서 신형 대량파괴무기도 공개했다. 그날 처음 공개된 신형 대량파괴무기는 현무-4 탄도미사일이다. 한국군은 갱도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이 미사일을 만들었다. 현무-4는 지하 관통 미사일이다.
지하 관통 미사일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탄두 중량이다. 지하 관통 미사일은 탄두에 들어있는 작약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폭발 에너지(blast energy)가 아니라 무거운 탄두를 높은 고도에서 떨어뜨려 생기는 위치 에너지(potential energy)와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로 갱도기지를 파괴한다. 지상 타격 미사일의 탄두는 거의 작약으로 채워졌지만, 지하 관통 미사일의 탄두는 거의 중금속 합금으로 채워졌다. 중금속 합금을 탄두부에 채워 넣어 탄두를 무겁게 만들어야 지하 관통 심도가 깊어진다.
현무-4 지하 관통 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2톤이고, 지하 관통 심도가 30미터이다. 그런데 조선의 갱도기지들은 지표면에서 100~300미터 깊이에 건설되었다. 그러므로 현무-4 지하 관통 미사일로는 조선의 갱도기지를 파괴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군은 탄두 중량이 현무-4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지하 관통 미사일을 만들었다. 한국군은 2024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제76주년 기념식에서 현무-5 지하 관통 미사일을 공개했다.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톤이고, 사거리가 300킬로미터이다. 탄두 중량이 2톤에서 8톤으로 늘어난 대신에 사거리는 800킬로미터에서 300킬로미터로 줄었다. 사거리가 300킬로미터인 탄도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50킬로미터이다. 현무-5는 50킬로미터 고도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로 갱도기지를 파괴한다. 한국군은 현무-5의 지하 관통 심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무-4의 지하 관통 심도가 30미터이므로, 현무-5의 지하 관통 심도는 150미터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무-5가 출현하자 종미우익 성향의 전문가들은 그 미사일이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괴물 미사일’이니 뭐니 하면서, 현무-5가 조선의 갱도기지를 파괴할 수 있을 것처럼 벅적 떠들었다.
▲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선보인 ‘현무-5’. ©대통령실 |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4년 10월 3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현무-5를 “8톤 탄두나 던지자고 잔뜩 몸집만 불쿤 기형 달구지”라고 하면서, 조선인민군이 실전 배치한 600밀리머터 방사포의 전술핵탄두 폭발력을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의하면, 600밀리미터 전술핵 방사포탄 1발의 폭발력은 TNT 900톤의 폭발력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2023년 12월 27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이 실시한 현무-5 모의 폭발시험에서 TNT 11톤에 해당하는 폭발력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제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 탄두 중량이 200킬로그램인 600밀리미터 전술핵 방사포탄은 TNT 900톤의 폭발력을 가졌고, 탄두 중량이 8,000킬로그램인 현무-5 지하 관통 미사일은 TNT 11톤의 폭발력을 가졌다. 600밀리미터 전술핵 방사포의 탄두 중량은 현무-5에 비해 4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폭발력은 현무-5보다 82배나 더 강하다. 격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현무-5의 지하 관통 심도를 150미터 정도로 추정한 것은 그 미사일의 탄두가 토사층을 뚫고 들어가는 경우 그 정도 깊이까지 뚫고 들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핵탄두가 토사층을 뚫고 들어가는 지하 관통 심도는 얼마나 깊을까? 미 제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과학 및 국제 안보 프로그램을 주도한 과학자 로벗 넬슨(Robert W. Nelson)은 2002년에 발표한, 「저위력 지하 관통 핵무기들(Low-Yield Earth-Penetrating Nuclear Weapons)」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미 제국이 네바다 사막에서 실시한 핵폭발 시험을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토사층을 타격한 1킬로톤급 전술핵탄두(TNT 1,000t의 폭발력을 가진 전술핵탄두)는 약 100미터를 뚫고 내려가고, 토사층을 타격한 100킬로톤급 전략핵탄두(TNT 100,000t의 폭발력을 가진 전략핵탄두)는 약 500미터를 뚫고 내려간다고 한다.
그런데 핵탄두가 암석층을 타격하면 지하 관통 심도는 줄어든다. 미 제국의 물리화학자 쌔뮤얼 글래스톤(Samuel Glasstone)과 핵물리학자 필립 돌란(Philip J. Dolan)이 공동으로 편집하고, 미 제국 국방부와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1977년에 출판한 『핵무기의 영향(The Effects of Nuclear Weapons)』이라는 제목의 전문 서적에 의하면, 암석층을 타격한 1킬로톤급 전술핵탄두는 약 60미터를 뚫고 내려가고 암석층을 타격한 100킬로톤급 전술핵탄두는 약 300미터를 뚫고 내려간다고 한다. 이런 자료를 보면, 현무-5 지하 관통 미사일이 암석층을 타격하는 경우 약 80~90미터를 뚫고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10월 9일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조선에서는 ‘전 국토의 요새화’라는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선 각지의 암석층 산악지대들에 6,000개소 이상의 갱도기지를 건설했다고 한다. 조선은 미 제국의 핵공격으로부터 갱도기지를 방호해야 하므로 암석층 100~300미터 깊은 곳에 갱도기지를 건설한 것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암석층을 타격하는 경우 약 80~90미터를 뚫고 내려가는 현무-5는 암석층 100~300m 깊은 곳에 있는 갱도기지를 파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한국군이 조선 각지에 있는 수많은 갱도기지들을 파괴하려면, 현무-5 지하 관통 미사일을 엄청나게 많이 가져야 하는데, 한국군이 보유한 현무-5는 20발도 되지 않는다. 지하 관통 미사일 생산단가가 너무 비싸서 많이 만들지 못한다.
4. 영공침범 사건은 데프콘 4에서 발생했다
한국군은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를 실전 배치했고, 각종 전술 유도무기들을 실전 배치했고, 현무-5 지하 관통 미사일까지 실전 배치했는데, 그 모든 무기 체계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3축체계를 지휘 통제할 지휘부가 없었다. 그래서 2024년 10월 1일에 전략사령부를 창설했다. 전략사령부는 합참본부 직할부대다.
그런데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장악, 행사하고 있다. 한국군은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평시에 지휘 통제할 수 있는 예외적인 부대들이 몇 개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군 합참의장은 평시에 전략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제2군사령부를 지휘 통제한다. 하지만 한국군 합참의장은 평시에 그 3개 사령부를 완전히 독자적으로 지휘 통제하지는 못하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통보하고 지휘 통제할 수 있다.
여기서 평시와 전시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 제국군은 군사 경계 상태를 데프콘(DEFCON)이라는 명칭 아래 4단계로 구분해놓았는데 한국군도 그 구분법을 따른다. 미 제국은 방어 준비태세 조건(Defense Readiness Condition)이라는 영어 낱말에서 첫 글자를 따서 데프콘이라는 약칭을 만들었는데, 데프콘은 숫자로 표시된다. 데프콘 4는 평시 상태이고, 데프콘 3은 전쟁위험이 고조된 상태이고, 데프콘 2는 준전시 상태이고, 데프콘 1은 전시 상태다. 한국군 전략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제2군사령부는 평시 상태(데프콘 4)에서는 한국군 합참의장의 작전통제를 받지만, 전쟁위험이 고조된 상태(데프콘 3) 이후부터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2024년 10월 1일 전략사령부를 창설한 한국군은 곧바로 3축체계를 가동했다. 그것은 3축체계 중에서 제1축을 가동하는 무인기 정찰작전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와 소형 원거리 무인정찰기를 군사분계선(국경선) 너머 조선 영공으로 침투시켜 서부전선지역을 촬영했고, 그 무인정찰기들을 평양 상공에 침투시켜 평양에 있는 전략거점들을 촬영한 것이다. 한국군 합참의장은 평시에 전략사령부를 지휘 통제할 수 있으므로, 무인기 정찰작전을 벌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전협정에 규정된 비무장지대 관할권은 유엔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장악, 행사한다. 그러므로 한국군이 무인정찰기를 군사분계선(국경선) 너머로 날려 보내려면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24년 10월 초 한국군 합참의장은 무인정찰기를 군사분계선(국경선) 너머로 날려 보낸 무인기 정찰작전을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승인을 받고 감행했을까 아니면 승인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감행했을까?
5. 정전협정, 양해각서, ‘워싱턴 선언’ 모두 위반했다
2024년 10월 3일 새벽 한국군이 군사분계선(국경선) 너머로 날려 보낸 소형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평양 상공에서 발각되자 조선인민군 제91평양방어군단이 대응 태세를 갖추고 움직였다. 조선을 감시하는 미 제국 정찰위성은 그런 움직임을 포착했고 미 제국군 수뇌부는 그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보고를 받은 미 제국군 수뇌 중에는 인디아양-태평양 사령관 쌔무얼 파파로(Samuel J. Paparo)도 있었다. 미 제국군 수뇌부는 조선인민군 제91평양방어군단의 동향을 파악했지만, 그 군단이 왜 움직였는지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2024년 10월 8일 파파로 인·태 사령관이 갑자기 서울에 나타났다. 그는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만나 쑥덕공론을 하더니 이튿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했다. 파파로는 조선인민군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한국 국방부장관을 만났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 제국군 수뇌부는 한국군이 군사분계선(국경선) 너머로 날려 보낸 소형 무인정찰기들이 평양 상공을 침범한 사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미 제국군 수뇌부는 10월 11일 조선 외무성 ‘중대성명’을 보고 한국군 무인정찰기들이 평양 상공을 침범했다는 것을 알았다.
미 제국의 시각에서 보면 가뜩이나 전쟁위험이 고조된 지역에서 한국군 무인정찰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한 것은 조선인민군의 보복 공격을 촉발시킬 도발 행동이다. 만약 조선인민군이 보복 공격을 가하면 한국군이 대응 공격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조선과 한국의 전쟁은 중국과 대만의 적대 관계를 자극해 동아시아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다.
2024년 11월 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 제국은 대선 국면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전쟁위험을 감소시키려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 제국은 레바논을 침공해 히즈불라와 전쟁을 하면서 이란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의 확전 도발을 극구 만류하면서 위기 상황을 관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중동의 군사 상황이 위험천만한데, 한국군이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조선인민군의 보복 공격을 촉발할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으니, 미 제국이 이를 어찌 괘씸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미 제국은 한국군 수뇌부가 평시에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한국 전략사령부를 앞세워 독단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할 위험을 일찌감치 감지했었다. 그래서 미 제국은 2023년 4월 26일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한국군 수뇌부가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했던 것이다. 이것은 평시에 한국 전략사령부가 미 제국의 작전통제권 밖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한국군 수뇌부의 발목에 자물쇠를 채운 것이다.
그러나 2024년 10월 초 한국군 수뇌부는 자기 발목에 채워진 자물쇠를 잠시 풀어놓고 평양 상공에 무인정찰기들을 침투시키는 무인기 정찰작전을 감행했다. 이것은 한국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전술 지휘, 통제 및 통신 기준의 형상관리 양해각서’를 위반하고, ‘워싱턴 선언’을 위반한 매우 엄중한 사태였다. 한국군 수뇌부가 엄중한 사태를 일으켰으므로 미 제국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2024년 10월 18일 한미군사위원회 제49차 회의가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원래 미 제국 국방부 청사에서 대면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한국군 수뇌부가 정전협정, 양해각서, ‘워싱턴 선언’을 모두 위반한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미 제국 합참본부는 대면회의를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미 제국 합참본부 웹싸이트에 실린 발표문에 의하면 화상회의에서 양측은 “최근 활동을 시작한 한국 전략사령부의 책임에 관해 토의했고, 한국 전략사령부의 능력과 기획 활동을 2023년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에 밀접히 연결시키는 중요성에 관해 토의했다”라고 한다. 이 인용문을 읽어보면, 화상회의에서 찰스 브라운(Charles Q. Brown) 미 제국 합참의장은 한국 전략사령부를 앞세워 무책임하게 행동한 한국군 수뇌부를 비판하면서 앞으로 한미연합사령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라고 훈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형 무인정찰기를 동원한 한국군의 작전은 실패했다. 한국군 수뇌부가 저지른 엄중한 위반행위는 미 제국군 수뇌부의 불신을 촉발했다. 전쟁위험은 더 증대되었다. 한국군 수뇌부는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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