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2009년 제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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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 23-04-17 02:17 조회 9,772 댓글 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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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이어 일어나는 사변적인 소식은 온 나라 근로자들과 함께 성강사람들의 정신력도 최대로 폭발시켰다.
일요일인 이날 지철을 수집하는데 떨쳐나선 사람들의 수는 무려 수만을 헤아렸다.
성강의 로동계급과 그 가족들뿐아니라 쌍포고개너머 김책시와 주변의 리들에서도 호미와 삽, 지레대를 들고 질통을 진 사람들이 자동차와 뜨락또르를 타고 또 자전거를 몰고 혹은 걸어와서 드넓은 제강소구내와 슬라크적재장을 하얗게 덮었다.
그들은 조직군중이 아니였다. 이렇게 동원된 그들 매개 사람들이 호미와 지레대로 철편을 뚜져내고 아직은 차디찬 바다물에 뛰여들어 물에 잠긴 파철을 손에 피를 내며 건져내는 광경은 평화롭고 흥겨운 로동이 아니라 힘겨운 하나의 전투였다. 대부분 가두녀성들이였다.
남자들은 일요일이지만 직장에 출근했으니 그럴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상 일요일 녀성들의 가정적부담이란 자못 무거운것이였다.
가정생활을 맡고있는 그 부담은 말로나 글로써는 다 표현 못할것이다.
예로부터 강인담대한 우리 녀성들이였다.
외래침략자들을 반대하는 행주산성싸움때 치마폭에 돌을 날라 행주치마라는 세계 그 어떤 사전에도 없는 앞치마의 유래까지 창조한 우리 녀성들이였다.
싸움터로 달려나간 용사들의 승리를 위해 밤새워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용기를 북돋아준 우리 녀성들이였다.
항일무장투쟁시기와 준엄한 조국해방전쟁시기 남성들과 어깨겯고 싸우면서 혁명의 한쪽수레바퀴를 힘있게 밀어온 우리의 장한 녀성들이다.
이러한 그들이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생활전선이라는 어려운 모퉁이를 맡아나섰다.
녀인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김책과 성강을 이어주는 쌍포고개길로는 어뜩새벽이면 이 도로들에 무엇인가 꿍져실은 녀성들의 자전거대렬이 꽉 차서 나갔다가 저녁별을 이고 돌아온다. 그것으로 알곡을 바꾸어 아침때식을 끓이고 남편들의 점심밥을 채우며 아이들을 먹여 학교나 유치원에 보낸다.
그리고 6. 1절이나 6. 6절에는 남의 애들에게 뒤질세라 위대한수령님의태양상으로 가는 아이들에게 새옷을 해입히고 꽃송이를 들려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어머니들이고 누이들이며 안해들이다.
바로 이러한 그들이 지금 나라의 강철증산을 돕기 위해 지철수집사업에 떨쳐나선것이다. 성강을 비롯한 이 땅 어데서나 흔히 보는 광경이라고 무심히 스친적은 없던가.
지금 이 시각도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생하는 우리 인민을 생각하고계실것이다.
강민혁은 눈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언제인가 선군장정의 길을 걸으시면서 차안에서 조용히 부르시던 그이의 노래소리가 울려왔다.
따뜻한 깃을 찾아 새들은 가도
찬바람 부는 길을 처녀는 가네
그 누가 내 마음 몰라줘도 몰라준대도
희망안고 이 길을 가고가리라
희망안고 걸으신 길이였다. 다시는 식민지멍에를 쓰지 않기 위하여 내나라, 내 조국을 국력이 강하고 모든것이 흥하는 사회주의강성보루로 우뚝 일떠세우시기 위하여 만난시련을 앞장서 헤쳐오신 그이이시였다. 그리고 믿으시였다, 언제인가는 인민들도 자신의 심정을 리해할것이라고.
그렇다, 인민은 그이를 믿고있었다.
이것은 자기 어버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였다.
령도자와 인민의 이 호흡, 이 뉴대를 대양건너 코난2세따위가 감히 상상이나 할수 있단 말인가!
지금 리명박괴뢰역도가 어리석게도 《급변사태》를 운운하지만 우리 인민이 개방귀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것을 알기나 할수 있단 말인가!
강민혁은 평양으로 후송되여 떠나는 선경이를 바래준 다음 내각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성강에서 하루 더 묵겠다는것을 알리면서 강선에 나가있는 국장을 통해 그곳 실태를 장악해줄것과 경성애자공장문제, 락원의 산소분리기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돌려줄것을 당부했다.
그가 하루 더 묵기로 한데는 수만 군중이 벌리는 전투를 보면서 훌쩍 떠난다는것이 어쩐지 죄스러운 일로 여겨졌고 지배인과 책임비서의 시험을 받지 못한 사정과도 관련되여있었다.
처음에 두사람의 부탁을 롱담으로 받아들였던 그는 그것이 진담이며 그렇게 하는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도 좋을것이라고 생각되여 승낙하였다.
지배인과 책임비서의 시험은 이날 밤 공업대학의 교실 하나를 내여 받기로 계획되여있었다. 두사람은 그에게 엄숙히 약속했다.
만일 누구든 락제를 하면 무조건 사직서를 낼것이라고.
쇠문짝을 떼내려던 리대원로인은 또 다른 예비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철동네에 철이 없겠는가? 그는 자기 집구석부터 뒤져보았다
웬걸, 구팡돌도 철덩이요, 빨래돌도 철덩이요, 부업으로 치고있는 돼지굴의 구유도 철덩이였다. 부지깽이도 쇠붙이였다.…
그는 왜 지금까지 이것을 보지 못했던가 하는 자책과 기쁨을 동시에 체험하며 그것을 몽땅 거둬모아놓고 눈짐작으로 대중해보니 반톤은 넘을것 같았다.
이날 아침 그는 손수레로는 그것을 단번에 다 실을수가 없어서 구유통 하나만을 먼저 싣고 대문을 나와 골목길을 빠져 큰길에 나섰다.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는 촉감을 받고 돌아보니 부총리 강민혁이였다.
《아, 부총리어른이군요! 어째 올라 안 갔습니까?》
《예, 오늘은 저도 일을 좀 하렵니다.》
《허… 잘 생각했수다, 몇백마디 연설보다 그게 더 낫지요.》
리대원은 이미 그와 인사를 나는 사이였고 평양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허물없이 굴었다.
로동자들, 특히 쇠물을 다루는 사람들은 일단 좋게 본 대상에 대해서는 마음을 송두리채 터놓는 통 큰 사람들이였다.
그는 자기가 찾아낸 예비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며 집집마다에 이런 예비는 얼마든지 있을거라고 성수가 나서 떠들었다.
강민혁이도 기쁨에 겨워 리대원의 집을 세번 왕복하여 철덩이들을 적재장으로 정한 1강철직장의 원료장에 가져다 무져놓았다.
그들이 그 일을 끝내고 군중이 뒤덮인 슬라크처리장에 이르렀을 때는 중낮이 되였다.
《숨이나 좀 톺고 합시다.》
로인은 강민혁의 이마에 내돋은 땀발을 바라보며 제 먼저 쉴것을 권했다.
《예, 손에서 일을 놓은지 오래다나니 힘이 들군요.》
《근본은 마음에서 놓지 않는것이 중요하지요. 우리 아들에게서 들을라니 선반공이였다면서요?》
《예, 저도 로동자였습니다.》
《지금 일군들이야 다 근본이 나무랄데없이 그쯘하지요.》
두사람은 슬라크무지에 아무렇게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대원이 담배 한대를 피워물며 입을 열었다.
《내 그때 평양걸음을 괜히 한것 같수다.》
《왜 말입니까?》
《우리 장군님의 마음을 공연히 번거롭게 해드렸다는 생각에 후회가 큽니다.》
《아닙니다. 민심을 그대로 쓴 좋은 편지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리대원이 크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우쳐물었다.
《어른이 뭘 들은 소리가 있소?》
《장군님께서는 로인님의 편지를 우리 일군들에게 말씀해주시면서 뭐라구 회답해야 하는가구 물으시였습니다.》
《저런… 말해두 일없는거라면 좀더 알려주시오.》
《자신께서는 그 편지를 보고 잠을 이룰수 없었다고 하시였습니다.》
《그러니 내가 후회하지 않게 됐소. 얼마나 섭섭하셨겠소. 오랜 로동계급이란게 오새없이 굴었으니!》
《그런 뜻이 아닙니다. 장군님께서는 언제나 민심을 정확히 알고싶어하십니다. 오직 인민만이 당과 외교없이 모든것을 솔직히 말할수 있다고 하시면서 자신께서는 민심을 정확히 알았기에 뚫고나갈 방도를 옳게 찾을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고는 고마운 편지라고 하셨습니다.》
《헛허…》
리대원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으나 마음속에는 눈물이 고이는듯 하였다.
그것을 느낀 강민혁의 가슴도 그 어떤 격정으로 끓고있었다.
그는 또 말을 이었다.
《장군님께서는 따로 회답을 쓰지 않겠다, 그러나 나에게 편지를 쓴 그는 내가 하는 정책에서 회답을 읽을것이다… 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장군님!…》
리대원이 참을수 없어 어깨를 떨며 오열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왜 우나요?》
지나가던 유치원또래의 아이가 멈춰서서 물었다.
퍽 똘똘하게 생긴 그 애의 잔등에 곰을 그린 가방이 묵직하게 매달려있었다.
《울지 말라요, 우리 엄마가 우는 애는 이담에 큰일을 못한다고 했는데…》
《너 똑똑하구나! 몇살이냐?》
리대원이대신에 강민혁이 애의 손목을 당겨쥐고 물었다.
《여섯살이야요.》
《어떻게 왔느냐?》
《엄마들을 따라…》
하다가 그 애는 어디에서 제 엄마를 본듯 달랑거리며 달려가버렸다.
작업장엔 그 애또래의 아이들이 몇이 보였는데 집이 비였으니 엄마따라 왔다고밖에 볼수 없었다.
그러나 방금 본 아이의 곰가방에 쇠덩이가 들어있다는것을 강민혁은 알지 못했다.
두사람이 일을 시작해서 한무지의 쇠붙이를 모아놓았을 때 어데선가 고동소리가 길게 울렸다.
《점심시간이웨다.》
리대원이 손을 털며 말했다.
그는 아까부터 얼마 떨어진 소나무밭속 소로에 승용차가 와선것을 보고있었던만큼 강민혁에게 어서 차타고 가서 점심식사를 하라고 송림쪽을 가리켜보였다.
《로인님은?》
《내 걱정은 말구 어른이나 어서…》
《같이 갑시다. 구면인데 식사 한번 같이 한다구 큰일날것 있겠습니까?》
《난 나대로 식사를 하지요.》
《로인님, 사양하지 마십시오.》
두사람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작업장에 수많은 군중의 식사자리가 편성되였다.
열명, 스무명 단체로 둘러앉기도 하고 두세명씩 짝패를 짓기도 하고 부자간, 모녀간 마주앉기도 하고 네댓가족짜리 등 제나름의 식사대형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한곳 널직한 공지(그곳은 강민혁의 승용차가 서있는 송림속이였다.)에서는 손풍금소리가 들리더니 수십명의 사람들이 춤판을 벌려놓았다. 녀인들끼리 짝을 뭇고있었다.
강민혁이 춤판을 바라보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하고 의아한듯 머리를 기웃거리자 리대원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미처 점심을 싸오지 못한 사람들이지요.》
강민혁이 저으기 놀라며 반문했다.
《점심을 못 싸오다니요?》
《갑자기 지철회수사업이 있는데다가 아직은 생활이 여의치 않아 더러 점심을 설치는 녀인들도 없지 않소. 웃어른들도 알아야 하겠기에 털어놓고 말하는거웨다.》
《…》
《내가 공연한 소릴 한가보군요.》
리대원은 굳어진듯 서있는 그의 손목을 끌어 자리에 앉혔다.
큰 충격을 받은 강민혁은 그가 이끄는대로 얼없이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춤판쪽에 보낸 시선만은 떼지 않았다.
리대원이 손수레채에 매달아놓았던 보퉁이를 풀어다가 헤치고 늄식기 두개와 숟가락 두개, 흔히 가정에서 쓰는 한두키로짜리 된장통을 꺼내 보자기를 펴놓고 그우에 놓았다.
《시간도 퍼그나 갔는데 탓하지 않는다면 나하고 간단히 한끼 땝시다. 아무 사람이나 만나면 같이하려구 좀 많이 담으라고 했댔수다. 그래서 숟가락도 두개를 넣구…》
그는 늄식기와 숟가락을 강민혁이와 자기앞에 각각 갈라놓고 장통의 뚜껑을 열었다. 거기에는 발이 굵은 국수가 담겨져있었다.
리대원은 강민혁이가 모를수 있다고 생각되여 설명하였다.
《원래 국수야 육수에 말아먹는거지요. 그래야 제 맛이지요. 그러나 많은 가정들에서는 국수를 물에 푹 불구어 장국에 말아먹습니다. 그래야 분한이 있지요. 헛허… 경제적이란 말이웨다.》
리대원은 이 설명을 우정 길게 너스레를 섞어했는데 강민혁의 굳어진 마음을 풀어주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자 강민혁이 《그참 별맛이겠습니다. 어디 먹어봅시다.》하고 장통을 가져다 자기 식기에 국수를 덜어담고 리대원에게 넘겨주었다.
그도 로인의 마음을 맞춰주려고 했던것이다. 하면서도 수저에는 선듯 손이 가지 않았다. 공지쪽의 춤판을 바라보는 강민혁의 마음은 무거울대로 무거웠다.
세상을 떠난 안해가 아무리 생활을 검박하게 했고 제 어머니의 본을 따라 선경이 그렇게 했지만 점심 굶었던적은 없었다.
고난의 행군, 강행군시기 장군님께서 한공기 죽도 나눠드시며 철령과 오성산을 넘나드시였다는 이야기를 말로도 듣고 노래로도 불렀지만 그이께서 겪으신 마음속 아픔의 천만분의 일이라도 직접 체감해보기는 처음인 강민혁이였다.
《이러단 어른이 끝내 점심을 건네겠수다. 마음놓으시우. 우리 책임비서가 어련할라구요. 장군님께서 괜히 책임비서를 보고 오리 책임비서라고 하셨겠수. 이럴 때 쓰자고 남긴 부업예비가 있겠으니 다 생각이 있을거우다.》
리대원이 강민혁의 손에 부득부득 수저를 쥐여주었다. 그때 마침 구내식당쪽에서 여라문명의 취사복을 입은 녀인들이 백포에 싼 버치와 바께쯔를 이고들고 이쪽으로 왔다.
《자, 보시우.》
그것을 보고 두사람 다 마음이 가벼워져 국수를 맛나게 먹었다. 일을 하고난 다음 공복에는 맛없는 음식이 따로 없는것이다.
리대원이 비닐병의 물로 입가심을 하고 마라초를 말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솔직한 말로 지금은 살기가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잘살 래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오히려 삐여지게 사는 사람들이 마음을 조이지요. 사회주의사회에서 생활비는 큰 차이없이 받는데 어떻게 흥청대는가 하는겁니다. 이게 조화지요. 내 아들녀석만 해도 그렇지요.》
《참, 로인님은 이젠 년세도 있는데 왜 아들네 집에 가지 않습니까?》
강민혁은 리대원로인의 말이 아들에 대한 불만으로 가지를 뻗자 얼른 화제를 돌렸다.
로인의 아픈 마음을 건드리고싶지 않아서였다.
사고심의가 있은 다음날 리성민부상은 성강을 떠났다.
강민혁은 성강에 내려와서 리성민부상을 만나지 않았다. 떠나올 때 한 금속공업상의 말에 부상의 의도가 다 담겨져있는 조건에서 구태여 만날 필요도 없었다.
성강의 새 주체철생산공정에 대한 리성민부상의 립장은 회의적이였다. 이때문에 아버지 리대원과도 의가 덧났는데 떠나기 전날 밤에는 그 집에서 밤새 큰소리가 울려나왔다는것을 강민혁도 알고있었다.
《늙으면 자식이 지팽이라는데 나라고 왜 머리맡에 물사발 떠놓아줄 손이 그립지 않겠소. 하지만 왜 그런지 마음이 동하지 않수다. 나도 나지만 로친은 딱 질색이우다. 그 집에 가면 뭐 이국냄새가 난다나요. 이번에 여기 내려와 생활하는걸 보고나서 나도 그 원인을 짐작했수다. 내 언제한번 그 녀석이 어른처럼 로동자들과 휩쓸리는걸 보지 못했수다.
외래자합숙에 딱 버티고앉아서 물우에 뜬 기름방울처럼 삽데다. 간부가 딴가마밥을 먹기 시작하면 끝이지요. 관료주의가 다른거겠소? 로동자들이 제일 경계하는것이 관료주의인거요. 그들은 간부를 경계하는게 아니라 관료주의를 무서워한단 말이웨다. 그 관료주의가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를 무너뜨렸기때문이지요.》
《옳습니다. 그건 력사적교훈이라고 위대한장군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로작을 다들 알고있지요. 다른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물먹은 담벽처럼 무너질 때 나온거지요. 로동자들을 잘못 봤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저들만이 당정책을 알고 저들만이 혁명가인체 하면서 로동자들을 하찮게 여기다간 언젠가는 변을 당합니다. 민충이 쑥대에 오른것처럼 우쭐렁거리다간 사회주의를 허물어뜨리는 역적이 됩니다. 그래서 내가 아들을 끌어내렸고 곁에 두고 닥달을 하느라고 했지만 결국… 밑불이 약하면 쇠물이 끓지 않지요. 제 근본을 잊었으니 쇠독이 오를게 뭐웨까.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살아온 한생이 허무해집니다. 평백성 하나의 잘못은 자리가 안 나지만 간부 한사람의 잘못은 그 자리가 크지요.》
《저를 믿고 해주시는 말씀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강민혁은 이 말을 하면서 림태섭이로부터 들은 재령광산 고수지배인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사회주의를 세운 세대가 오늘의 세대에게 남기는 교훈은 하나였다. 사회주의는 지키면 승리요, 버리면 죽음이라는 바로 그것이였다. 그 교훈이 너무도 가슴에 사무쳐와 리대원은 아들을 보며 한생의 좌절감을 느끼는것이였다.
래일이 없는 오늘의 삶이야말로 무의미한것이다.
오후작업이 시작되였다.
리대원이 강민혁이더러 할일이 많겠는데 들어가보라고 여러차례 권고했으나 강민혁은 자리를 뜨고싶지 않았다.
저녁무렵에 작업장에는 충격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기슭에서 멀지 않은 바다물속에 시커먼 철편이 뿌죽하게 드러나있었다. 그 철편이 파도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면서 철 한쪼박이라도 찾지 못해 애쓰는 녀인들을 유혹하였다. 10여명의 녀인들이 철편을 건져내려고 파도를 맞받아나갔다.
그들은 철편에 달라붙어 개미역사하듯 하였으나 모래불에 깊이 박힌 철편은 움쩍도 안하였다. 수십명의 녀인들이 그들을 응원하려고 와 바다물에 뛰여들었다.
그때 곰가방을 멘 애 한명이 덩달아 녀인들을 따라나섰다. 그러나 곰가방은 인차 파도에 휘감기고말았다.
녀인들 몇이 곰가방을 향해 파도를 걷어차며 다가갔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애를 잃을것이 뻔했던것이다. 그런데 애를 걷어안고 돌아서려던 녀인들이 애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애가 놓으라고 소리치며 녀인들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질쳤던것이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위에서 계속)
그러나 녀인들은 무작정 애를 기슭으로 끌어내고는 죽지 못해 그러는가고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실신한 곰가방은 축 늘어진채 아무 응답도 없었다.
바빠난 녀인들이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중 한 녀인이 제잡담 애를 들어안더니 냅다 뛰였다. 10여명의 녀인들이 허둥지둥 뒤따랐다.
지레대로 쇠붙이를 뚱기쳐내고있던 강민혁이와 리대원이 거의 동시에 그들을 발견하고 사고가 났음을 알아차렸다. 녀인들은 두사람옆을 지나 정신없이 뛰여가고있었다. 그때 강민혁이도 공지쪽을 향해 질주하듯 걸어갔다. 거기에는 그의 승용차가 그냥 서있었던것이다.
얼마후 애를 병원에 실어다주고 돌아온 운전사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두사람은 마주본채 목이 꺽 메여 아무 말도 못하였다.
곰가방은 얼마전 로사고로 중상을 당한 5월17일공장 기사장의 막내아들이였다. 그 애는 저도 일하겠다고 하면서 소학교에 다니는 제 형을 따라 작업장에 나온 애였다.
도제 두살우인 형이 동생관리를 잘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워낙 기가 차게 똑똑한 애는 형과는 상관없이 쇠붙이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치다가 바다물속에서 엄마들이 역사질을 하고있는것을 발견하고는 거기에 자기의 일감이 있는듯이 여겨져 성수가 나서 파도를 맞받아나갔던것이다.
운전사로부터 그 애의 곰가방에 잔자갈만 한 쇠덩이들이 꽉 차있더라는 말까지 들은 강민혁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녀석이 오늘의 이 광경을 봐야 하는건데… 흑-》
리대원은 꺼지게 한숨을 내불더니 어데론가 터벅터벅 걸어갔다. 성강을 떠난 아들을 두고 터뜨리는 울분일것이다.
그날 밤이 이슥하여 시험장에서 시험관을 기다리면서 책임비서가 리철에게 한마디 물었다.
《지배인동무, 가정들에서 모아들인 철을 보았습니까?》
《예, 한 천톤은 잘 되겠더군요.》
리철이 학습장을 들여다보며 대답하였다.
《지배인동무가 포치했습니까?》
《아니요.》
《그런데 한날한시에 모든 가정들이 떨쳐나섰다는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책임비서동진 시험공부를 다 한 모양이구만요. 난 공부가 부족하니 좀 방해를 시키지 말아주십시오.》
여전히 학습장에서 시선을 들지 않은채 리철이 손을 내저었다.
리철이 지시한적이 없고 책임비서도 그것을 모르고있었다.
정작 일이 벌어져서야 부랴부랴 후방사업을 조직한 전진광이였다. 그들 두사람은 다 리대원이 자기 집 철로 된 기물들을 손수레에 실어내는것을 본 사람들이 뭔가 생각되는것이 있어 저마다 집구석을 뒤지였으며 그러는 그들을 더욱 추동한것이 강민혁이 리대원이와 같이 그 일을 한 사실이라는것을 모르고있었다.
강민혁이 시험장에 나타나고 시험이 곧 시작되였다. 얼마간 지났을 때 대학당비서가 손기척도 없이 교실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와 강민혁이 귀에 귀속말로 뭔가 알리였다. 그러자 강민혁은 자기가 시험관으로 앉아있었다는것을 잊은듯 훌쩍 일어서더니 당비서를 따라 나가려고 하였다.
시험지에 고개를 숙인채 리철이 웅얼거리였다.
《시험관이 없는 시험도 시험입니까?》
강민혁은 대학당비서에게 자기대신 잠간 감독을 서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다급히 자리를 떴다.
그런 강민혁이 인차 되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부총리동지!》
전진광책임비서가 시험지에서 얼굴을 들며 하는 말이였다.
《위대한장군님의 전화였습니다.》
책임비서는 물론 리철이까지 정색해졌다.
《내가 지배인과 책임비서의 시험을 받고있는 사연을 말씀드리자 장군님께서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더 말씀이 없으시였습니까?》
책임비서가 시험생각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벌떡 일어서서 물었다.
《시험을 엄격히 받으라고 하시였습니다. 앉으십시오. 책임비서동무!》
강민혁이 엄격히 말했다.
30분후 강민혁이 두사람의 시험지를 받아 서류가방에 넣고 대학당비서의 방으로 가서 잠시 기다리는데 전화신호가 울렸다.
1분도 에누리없는 약속한 시간에 위대한장군님의 음성이 울렸다. 전에없이 밝은 기분이 느껴지는 음성이시였다.
《동무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주자고 합니다.》
《예?!》
《동무가 콕스탄이랑 너무 걱정하길래 안주에 들려 희망을 주려고 했댔는데… 콕스탄정도가 아닙니다.》
《장군님.…》
김정일동지께서 직접 강민혁에게 알려주신 소식은 다음과 같은것이였다.
미국 전대통령 클린톤이 우리 나라에 오게 된다.
나는 클린톤이 오면 만나자고 한다. 우리의 원칙적립장을 똑바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수령님께서 늘 말씀하신것처럼 우리 인민은 참 좋은 인민이다. 나는 이처럼 훌륭한 인민을 볼 때마다 우리 인민을 제국주의노예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국력을 더욱 다지면서 새로운 전략을 세우려고 한다.
일군들은 인민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료주의를 부리고 웃천정이 되고만다.…
강민혁은 그이의 이 전화를 받으면서 자신의 기쁨은 말할것도 없었지만 성강로동계급의 기쁨이 어떠하랴싶어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다.
그들도 이제는 고생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것이다.
자기 운명을 자기 손에 틀어쥔다는것이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법이다.
그는 방금 낮에 수많은 군중이 손끝에 피가 맺히도록 철쪼박을 주어뫃던 광경, 점심을 굶으며, 국수죽을 먹으며 남녀로소가 떨쳐나섰던 그 광경이야말로 무엇이라 한마디에 담기에는 아름차다고 생각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단천에서 언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전화를 끝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