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야전렬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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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 22-12-01 01:14 조회 5,769 댓글 0본문
제 15 회
15
5월에 접어들어서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생활과 직접 련관된 경공업부문 공장, 기업소들에 대한 현지지도로 분망한 나날을 보내시였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구장양어장, 봉화비누공장, 평양수지연필공장, 평양방직공장(당시)…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청사의 집무실에서 밀린 문건서류들을 보시느라 여념이 없으셨지만 가끔 다 본 문건에 비준날자와 수표를 하시고서 잠시 여유를 두실 때면 며칠전에 돌아본 그 경공업부문 공장들을 생각하시였다.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하고 한창 현대화과정에 있는 그 공장들에서 그이께서는 기쁨도 얻으셨지만 걱정거리들도 안으시였다.
《봉화》빨래비누는 그전날 정어리비린내같은 역한 냄새는 싹 없어졌으며 거품이 많이 일고 때가 잘 져 평양시내 녀인들이 좋아한다니 참 기쁜 일이다. 수지연필은 색심의 질이 높아져 장난세찬 아이들의 손에서 잘 부러지지 않게 되였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주저앉았던 수지연필공장을 개건정비하고 생산을 정상화해서 전국적인 수지연필수요를 감당할수 있게 되였다.
수동수지연필, 자동수지연필, 색수지연필, 원주필들을 다종다양하게 만들자면 형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공업부문에서 형타생산기지를 따로 꾸리는것은 불합리하다. 생산건물, 기술력량, 기계설비 등을 새로 전개하는것이 헐한 일인가. 품이 들고 자금이 많이 먹는다. 중공업부문에서 형타문제를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가 자본주의경제도 아니고 굳건한 사회주의경제인데 중공업과 경공업의 유기적결합은 어렵지 않다. 경제부문 일군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단순한 형타생산문제가 아니라 원가를 적게 들이고 생산장비의 질을 개선하며 인민소비품생산에서 획기적인 전진을 가져올수 있는 중요한 기업경영련결고리이다.
봉화피복공장에서는 무슨 문제가 제기되였더라? 그렇지, 옷색갈문제지.
녀성들의 일상생활에 절실히 필요되는 기호품과 피복제품들을 빨간색, 노란색… 진한 색갈로 만들면 얇은 겉옷을 입는 여름철에는 그것이 밖으로 내비치지 않겠는가. 일군들이 자기 안해와 딸들한테는 수입제품을 사쓰게 해서 이런 단순한 색조화리치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는가.
근로하는 우리 평범한 녀성들에게 세련된 색갈로 된 고상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나는 옷가지와 기호품들을 눅은 값으로 팔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언제 봐야 이러루한 크지 않은 경제문제는 자신께서 강조하신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 경공업부문 일군들에게 자신의 말을 새겨듣고 집행하는 충의심이 부족해서겠는가. 인민소비품들을 다른 나라것보다 낫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원인이 기술수준이 딸리고 원자재가 모자라는것과 같은 경제적공간상의 문제들로 해서인가. 어째서 우리 사람들에게 작은 기호품 하나라도 잘 만들겠다는 의욕이 희박한가. 자본주의사회에서처럼 소비품을 잘 만들지 못해 경쟁에서 지고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기업이 파산하는것과 같은 운명적인 문제에 직면하지 않아서인가.
사회주의증산경쟁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민들이 더 좋고 값눅은 소비품을 사쓰도록 하려는 애국심이 근본바탕이다. 우리 사람들의 일욕심은 돈욕심이 아니라 애국심이다.
사회주의사상이 그래서 아름다운것인데 집단주의에 기초한 이 숭고한 애국리념, 복리의 짙은 그늘속에서 라태와 무능이 온상되여 쩝쩔히 적당히 만들어내고도 견뎌배기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시였다. 피로가 쌓일대로 쌓이고 자신이 바라시는대로 일이 잘되지 못했을 때 가끔가다 부지중 이런 서운한 생각이 갈마들군 하시였다.
그이의 뇌리에는 며칠전 평양방직공장에서 만나보신 직포공처녀의 얼굴이 떠오르시였다.
눈이 크고 예쁘장하게 생긴 직포공처녀는 다기대운동을 벌려 혼자서 20대의 직기를 맡아본다. 그래서 하루 100메터, 한달에 3 000메터의 천을 짠다. 직기들사이를 북 나들듯 쉴새없이 오가느라 얼굴에 땀이 비오듯하고 때로는 어지럼증에 날실을 잇다가 기대옆에 쓰러진적도 드문했다. 그렇게 많은 천을 짜지만 처녀한테는 작업복을 내놓고 수수한 나들이옷이 두어벌밖에 없다. 일이 바쁘고 잠이 밀려 화장을 하고 거리에 나다닐 틈도 없어 화장품은 합숙호실처녀들이 쓰도록 했다. 방직공장에 갓 들어와 마음붙이지 못하는 호실의 어린 처녀들이 배를 곯지 않게 하려고 자기는 매일 두끼를 먹고 절약한 식권 한장은 그들에게 번갈아나눠주군 하였다. 기대옆에서 쓰러진 직포공처녀의 어지럼증은 아마 허기증이였을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해에 어머니마저 잃었지만 방직공장에 들어와 일이 헐한 직장에 갈념을 하거나 보수가 작다고 불평 한마디 없이 10년세월을 하루같이 직포기와 더불어 살아온 처녀, 자기 한몸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나라의 부강을 위해 애국의 열정을 바쳐온 마음 선량한 직포공처녀 문홍순…
옛날 문익점은 이웃나라에서 목화씨를 붓대속에 감추어가지고와 이 조선땅에 목화솜이 퍼지도록 했다. 문익점의 자손인 문레는 물레를 발명하여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 천을 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홍순이 너무도 기특하여 애국심이 높은 문익점의 후손이 아닌가고 롱조로 말씀하며 웃으시였고 그 자리에서 직포공처녀를 선군시대 공로자로 내세워주시고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
사진을 찍을 때 문홍순이 자꾸만 눈물을 흘려 그이께서는 울지 말라고, 울면 사진이 잘 안된다고, 행복한 날인데 웃으며 찍자고 타이르시였지만 그래도 처녀의 고운 눈에서는 눈물이 샘솟듯 흘렀다.
수행일군들이 안타까와했지만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촬영가를 지체시키고 직포공처녀가 눈물을 거두고 웃음을 지을 때까지 기다리시였다.
일년에 3만메터도 넘는 많은 천을 짜는 선군시대 훌륭한 직포공처녀인데 그를 위해 몇순간을 서있지 못하겠는가. 인민을 위하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이런 공로자들에게 기쁨과 영광을 안겨줄수 있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오고싶으시였다.
방직공장 예술선동대원들의 공연에서 문홍순이와 직포공처녀들이 부른 《직포공의 노래》는 지금도 그이의 가슴속에서 울리고있었다.
은실금실 실실이 풀고풀어서
직기마다 날아돌며 비단을 짜네
집집마다 웃음꽃을 피워주면서
비단짜는 우리 마음 끝이 없어라
…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어 평양방직공장 초급당비서를 찾으시였다. 당비서가 잠간 사무실을 떴다기에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신채 한동안 서류를 보시였다.
미구에 수화기에서 방직공장 녀성당비서의 감격에 젖은 목소리가 울렸다. 무척 듣기 좋은 억양이다. 반가우시였다. 화술도 좋고 아는것도 많고 노래도 멋지게 부르는 녀성일군이다. 쉰다섯을 조금 넘겼는데 아직도 젊은 시절의 미모를 고스란히 가지고있다.
방직공장예술공연때 조선치마저고리를 화려하게 떨쳐입은 당비서는 녀성중창조의 복판에서 세련된 화술로 선동시를 읊었고 선창을 떼였다. 《울지 말아 을남아》노래가 끝났을 때 그이께서는 선참으로 박수를 쳐주시며 경공업담당부부장에게 어디서 저런 멋쟁이녀성당일군을 골라왔는가고 물으시였다.
이전에 평양화장품공장 당비서를 했다니 리해되시였다. 방직공장에 와서 그의 첫 사업은 당위원회 일군들을 비롯해서 남자들의 더부룩한 머리를 깎게 한것이였다. 옷을 다려입고 구두를 닦아신지 않은 사람은 선자리에서 무안을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혁명하는 시대에 텁텁이 사는게 좋다》고 변명하며 모여앉아 술이나 마시기 좋아하고 연약한 녀성로동자들을 거칠게 대하는 관료적이며 고질적인 비문화적사업페풍을 털어버리지 못하는 일군들은 회의에서 비판토론을 시켜서라도 고쳐주었다.
사람들의 외양이 달라지니 자연히 공장안팎이 묵은 먼지를 털고 번듯하게 꾸려졌다.
당비서는 부모들이 딸자식을 방직공장에 잘 보내려 하지 않는 원인을 해부적으로 알아보고 후방사업을 추켜세웠고 평방원을 멋있게 지었다. 합숙생처녀들이 앓으면 먼 고향에서 오지 못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뜨끈뜨끈한 남비탕을 끓여가지고 호실을 찾아오는 사람은 당비서였다. 성격이 시원스럽고 대가 세고 인정미 있는 때벗이한 현대풍의 당일군한테 방직공장의 녀성로동자들을 맡겼다는 생각에 그이께서는 마음이 놓이시였다.
《비서동무, 직포공처녀 문홍순이가 몇살이요?》
《올해 스물아홉입니다.》
《글쎄 나이가 많은것 같더라니까. … 일만 하다나니 혼기를 놓친 모양이야. 당비서가 직포공처녀들의 어머니인데 어떤가, 홍순이를 시집보내야 하지 않을가?》
《장군님, 일전에 저도 몇번 권고를 했지만 문홍순동무는 래년… 어버이수령님탄생 100돐이 되는 2012년까지 목표한 천을 짜고 시집을 가겠다고 결의했습니다.》
《갸륵하구만, 갸륵해. 선군시대 공로자처녀가 달라. 그렇지만 시집을 보내야 할것 같소. 래년이면 서른살이 아니요. 금년에는 그래도 아직 이십대라고 할수 있으니 남보기에도 거북할것 같지는 않구만. 시집을 보내기요. 부모가 살아있으면 딸이 서른살이 되도록 시집을 못 간걸 두고 맘편히 있겠습니까. 옛속담에도 〈과년한 딸 아버지 불면증에 걸리게 한다〉고 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바꿔잡으시고 음성을 낮춰 물으시였다.
《비서동무, 홍순이한테 좋아하는 총각이 있지 않소? 홍순이가 일 잘하구 몸매가 보기 좋구 예쁘게 생겨 따라다니는 총각이 없지 않을텐데. …》
《장군님, 옳습니다. … 홍순이한테 련애하던 총각이 있었습니다. 김책공대를 졸업하고 우리 공장에서 현실체험을 하는 총각입니다. 이름은 김석철이고 집은 북청에 있습니다.》
《그런가, 젊은이가 똑똑한가?》
《예.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나오고 현실체험도 발을 붙이고 착실히 하는 동문데…》
《그런데?》
《지금은 사이가 버그러져있습니다. 원래 홍순이가 직포직장에서 혁신자로 소문난데다가 인물도 고우니 석철이가 먼저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뜸해졌는데… 홍순이가 부모도 없는 합숙생처녀니까 실뚱해하는 모양입니다.》
《가시집덕을 보자는 총각인가?…》
천짜는 일밖에 모르는 착한 홍순이한테 그런 젊은이가 나서다니… 처녀당사자보다 가정환경과 재력을 보고 배우자를 고르고 사랑도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굴진 전화줄을 매만지며 한동안 말씀을 못하시였다.
《당비서, 그 총각이 사람볼줄 모르는구만. … 홍순이가 비록 총각에게 줄 례장도 갖추지 못했지만 예쁘고 마음착하고 온 나라에 알려진 선군시대 공로자인데 그처럼 훌륭한 인끔을 갖춘 신부감이 어데 있겠다구.…》
《장군님, 저도 홍순동무에게 행복을 주지 못할 그런 성품을 가진 총각과는 그만두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잘되였습니다. 어버이장군님께서 홍순이를 선군시대 공로자로 내세워주시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주시는 바람에 평범한 직포공처녀 문홍순의 인기가 하늘에 올랐습니다. 장군님곁에서 행복스런 웃음을 짓고있는 기념사진이 실린 신문을 본 총각들이 홍순이를 욕심내여 들썽거립니다. 어제는 정문에 직포직장 문홍순처녀를 만나겠다고 두명의 총각이 찾아왔습니다.》
《거 참 좋은 일이구만, 기쁜 일이야. 홍순이를 선보겠다고 나서는 총각들이 수두룩하단 말이지. … 이번에는 당비서어머니가 하나 골라주라구. 총각사람됨을 먼저 보라구. 당에서 영광을 안겨주니 거기에 현혹되여 찾아온 엉큼한 총각들이 없지 않을테니까. 진실한 젊은이여야 해. 사실말이지 결혼생활이란게 명예나 인기를 가지고 사는게 아니지 않소. 기쁨이나 행복이 가득한게 결혼생활이지만 그런 단맛을 내놓고 생활의 어려움이나 이런저런 불협화음의 쓴맛을 이겨내야 하는것도 결혼생활이지.》
《장군님… 말씀대로 홍순이를 행복하게 해줄 진실하고 수양있는 총각을 골라잡겠습니다. 그런데 홍순이가… 석철이때문에 고민하고있습니다.》
《고민하다니?!… 그 녀석이야 홍순이를 의지가지없는 처녀라고 배척하잖았나. 홍순이도 그 녀석한테 환멸을 느꼈을테구.》
《장군님… 장군님께서 방직공장에 오시여 홍순이를 그렇게 내세워주시니 석철이가 아예 머리가 핑 돈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 공장을 떠나신 다음 축하해주러 제일먼저 홍순이를 찾아온것이 석철인것 같습니다. 그 동무는 밤에 다시 합숙호실에 찾아와 홍순이한테 자기가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빌더랍니다.》
《그래서 홍순이가 고민한단말이지. …》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시였다. 총각한테서 무참히 배반당했을 때도 혼자 속썩이며 괴로와하고 총각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면 이번에는 또 변덕스런 그가 동정스러워 괴로와하고… 얼마나 마음이 여리고 착한 직포공처녀인가.
《비서동무… 그러니 홍순이가 석철이를 아직 사랑하는것 같구만. … 총각이 타산이 앞서다나니 도섭피우고 사랑을 깼지만 홍순이가 련민의 정을 그냥 품고 진실로 사랑하는게 분명하오.》
그이께서는 사회와 집단을 위해 몸바쳐 일하는 공로자처녀는 사랑도 그렇게 헌신적이고 순결하다고 생각되시였다.
《알아보오, 방직공장비서. 홍순이 배우자를 따로 골라잡지는 말아야 할것 같구만. … 첫사랑에 모대기는 처녀의 맘속에 상처를 낼것 같소. 당비서가 처녀총각 둘 다 앉혀놓고 담화해보시오. 당조직이 처녀총각련애에 간섭할 필요는 없지만 여기서는 비서동무가 홍순이 어머니를 대신하니 면구한것도 꺼리지 않구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거요.》
《장군님, 제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찌겠소. 총각이 인물도 괜찮구 학업성적도 우수하구 현실체험도 착실히 하고있다니 처녀를 배반했던건 용서해줄수 있잖을가? 타산이 없구 리기심도 말짱 없는 사람이 어데 있겠소. 한평생 같이 살아갈 색시감인데 이래저래 재는걸 나쁘다구 할수야 없지. 사람은 바구니에 담은 과일도 골라먹소. 비서동무, 용서해주자구.》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장군님…》
방직공장 당비서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혼약이 성사되면 젊은이한테 례장도 듬뿍 마련해주구 잔치상도 잘 차려줘서 직포공 홍순이가 결코 고아가 아니구 가시집세력도 든든하다는걸 보여줍시다.》
그이께서는 한결 마음이 가벼우시여 송수화기를 내려놓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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