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야전렬차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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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작성일 22-11-29 02:40 조회 8,194 댓글 1본문
제 13 회
13
4월말.
김정일동지께서는 먼 북방지구, 함경북도와 량강도에 대한 현지지도를 떠나시기에 앞서 외무성 1부상 한계훈을 만나시였다.
우리 나라를 곧 방문하는 《엘더즈》대표단과 관련한 외무성문건을 어제 밤늦게 보고 비준해주시였지만 여러모로 마음이 걸려 1부상을 찾으신것이였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
마르띠 아흐띠싸아리: 전 핀란드대통령, 노벨평화상수상자
그로 부룬트란드: 녀자, 전 노르웨이수상, 전 세계보건기구 총국장
매리 로빈손: 녀자, 전 아일랜드대통령, 전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엘더즈》대표단성원만 보아도 지난 시기 미국과 북유럽나라들에서 국가 및 정부수반으로 활약했고 유엔기구들에서 고위관리를 지낸바 있는 서방세계에서 명망이 높은 정치인사들이였다.
《엘더즈》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 생일 89돐을 맞으며 요한네스부르그에서 창립한 정치원로모임이다. 여러 나라 전직 국가 또는 정부수반들을 비롯한 고위급인사 12명으로 구성된 《엘더즈》는 세계적으로 분쟁조정, 평화보장, 인도주의적문제해결, 인권과 평등실현을 사명으로 하고있다.
비록 정계에서 물러난 로후한 인사들이지만 《엘더즈》성원들은 정치원로답게 정사경험과 풍부한 식견을 가지고 해당 나라들의 현지실정과 당사자들의 특성에 맞게 중재도 하고 온당한 여론조성과 의사소통협조형식으로 활동하고있다. 《엘더즈》와 그 성원들은 실제적인 권력은 못 가졌지만 국제사회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할수 없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위기가 격화되고있는 조선반도의 평화보장에 도움을 주려고 대륙너머 멀리에서 찾아오는 《엘더즈》손님들을 따뜻이 맞아줘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김책제철련합기업소, 라성조선소, 혜산청년광산, 성진제강련합기업소… 이미 계획된 기간공업부문의 중요기업소들에 대한 현지지도사업만 아니라면 《엘더즈》손님들이 소원하는대로 만나시여 흉금을 터놓고 조선반도정세의 긴장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보장문제를 거론하고싶으시였다.
허나 이제 북방지구로 떠나면 잠을 덜자고 렬차강행군길을 다그친다해도 줄잡아 열흘 걸려야 평양에 돌아올수 있다. 아니, 오던 길에 함경남도에 들려야 한다. 룡성기계련합기업소에 가서 수소정제탑제작이 어느만큼 추진되고있는지… 첨단기술요구수준에 부합되게 등탈없이 만들어내고있는지, 걸린 문제가 뭔지 알아보아야 한다. 수소, 탄산가스청정탑들이 빨리 제작되여야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갈탄가스화 1계렬공사를 완공하고 화학비료를 생산해서 농촌에 보내줄수 있다. 미국이 경수로와 관련한 식량제공을 갖은 구실을 붙이며 질질 끄는 조건에서 우리의 자원과 기술로 비료를 꽝꽝 생산하여 논밭에 쳐서 풍년낟알을 걷어들이면 래년에는 인민들을 배불리 먹일수 있다. 윤정기도당책임비서도 만나야지. 그는 모름지기 아직도 책임비서사무실을 현지에 두고 있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외무성문건을 다시 훑어보시면서도 마음은 줄곧 멀리 찾아가야 할 북방지구, 함경남도에 가계셨다.
제강과 제철, 기계와 광업, 화학공업이 집중된 북방지구, 동해안지대에서 그와 같은 중요한 기간공업부문들을 일떠세우고 활성화시켜야 경제강국건설이 다그쳐지고 인민생활이 향상된다. 그것이 국가와 인민을 위한 사활적인 문제인것으로 하여 그이의 사념과 마음속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으시는것이다.
《1부상동무를 앉혀놓고 다른 생각만 했구만.》
그이께서는 문건을 한켠에 밀어놓으시였다.
《그래, 미국이 우라니움농축문제의 유엔상정이 극한점을 넘어서는 심중한 문제라는걸 깨달았다지?》
《그렇습니다. 장군님께서 언명하신대로 미국의 책동에 대응해 유엔무대에서 물리적인 초강경립장을 발표하겠다는걸 통지했더니 미국은 다음날로 굽어들었습니다.
뉴욕접촉선에 나온 미국무성 담당관리는 북조선의 초강경립장이 공개되면 미국땅은 물론 온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되고 미국은 하는수없이 대책마련에 나서야 된다고 우는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정부의 의사인데 농축문제의 유엔상정을 중지하겠으니 우리 상임대표의 기자회견을 자제해달라고 빌붙어나왔습니다. 장군님의 초강경립장의지가 미국의 급소를 찔렀습니다.》
《외무성에서 잘했습니다. 미국이 유엔안보리사회에서 우리의 우라니움농축문제를 걸어 의장성명을 채택하려던 시도를 포기했으니 미국과의 외교시합에서 반판은 얻은셈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결코 조선과의 대결에서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것입니다. 틀림없이 다른 전술로 나올거요.》
《이번주에 들어서면서 벌써 미국은 대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그루빠를 사촉하여 농축문제와 관련한 보고서작성을 다그치고있습니다.》
《그러니 제재실무가들이 만든 보고서를 유엔안보리사회 공식문건으로 채택하는 우회전술을 써서 농축문제를 〈비법화〉해보려고 하누만. 그렇게 미국은 집요하고 엉큼한 속통을 가졌습니다. 체통 큰 녀자가 분별잃고 질투해대는것 같구만. 보고서채택놀음도 본질상 의장성명채택과 다를바 없지.》
《예, 대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그루빠가 작성한 보고서의 건의사항이라는걸 보면 북조선의 우라니움농축이 유엔안전보장리사회결의 〈위반〉으로 된다고 규정해놓고있습니다. 농축활동은 군사적목적을 위한것이고 핵동력공업연료보장은 우라니움농축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겁니다. 때문에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북조선의 우라니움농축활동과 경수로건설을 즉시 중지할것을 요구해야 한다는것이 보고서의 골자입니다.》
《올해에 들어와 조미대결시합의 2회전 같은데… 미국이 보고서를 리사회공식문건으로 채택하는 놀음이 성공하겠는지 두고봅시다. 이번 시합에서는 뒤다리를 걸어 모재비로 넘어뜨려야겠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명쾌한 웃음을 짓고 화제를 돌리시였다.
《〈엘더즈〉대표단에 녀성손님이 둘이라지. … 나이많은 녀성의 몸으로 대륙과 대양을 넘어온다는게 헐한 일이 아닙니다. 사소한 불편도 없도록 잘 보살펴주시오.》
《알겠습니다.》
《손님들이 조선문턱을 넘어서도 제 집에 온것처럼 맘편히 지내도록 환대해야 합니다. 외무성에서 〈엘더즈〉손님들을 국빈대우를 해준다는것으로 방심할수 있는데 음식차림표랑 뜯어보고 구미에 맞게 성의껏 차려주시오. 조선에 와서 조선음식을 먹는것도 좋지만 자기 나라 전통민족료리를 다문 한두가지라도 식탁에 올려놓으시오. 조선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서 고추장과 김치가 있으면 밥맛이 당기는것과 같지. 사람이 로년기에 접어들면 제 나라, 제 고장 음식이 더 입에 붙는 법입니다.》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계훈1부상은 수첩에 적었다.
《카터는 〈엘더즈〉손님으로 오지만 내적으로는 미행정부의 특사나 다름없는데 그와의 사업을 잘해야 합니다. 〈엘더즈〉대표단의 사명은 제쳐놓고 카터개인으로 볼 때는 미국의 강경책에 뒤따른 유화책의 사명을 띠고 온다고 해서 불친절하게 대해서는 안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지미 카터는 그래도 서방정계에서 선의의 인간으로 인정되고있다. 지난날 카터행정부는 카터대통령의 정치경험부족으로 해서 곤난을 겪었으며 인기가 없었다. 그는 항상 대결했다가는 정치적적수들의 공격을 받으면 물러서군 하였다. 그는 임기기간에 많은것을 계획했으나 많은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미국경제침체와 이란에서의 미국인질랍치사건은 카터행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리하여 1980년 대통령선거경쟁시 자신만만한 강경파인 로날드 레간은 우유부단성과 나약한 지도력으로 미국민을 실망시킨 내성적온건파인 카터를 이길수 있었다.
카터는 1932년 후버대통령 다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여 백악관에서 밀려났지만 정치가로서의 결점이면서도 장점인 고향 죠지아주식 박애정신을 가지고 인도주의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온화하고 선의적인 성격의 부부는 《카터쎈터》를 창설하여 세계의 여러 분쟁마당에 뛰여들어 위기를 해소하려는 인내력을 보여주었다. 평화보장과 인권, 인도주의문제해결에서 거둔 일정한 성과로 하여 1980년대에 31%였던 카터의 지지률은 2009년에 64%로 올라갔다. 《근대 미국력사에서 가장 한심한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훌륭한 사회활동가, 전직대통령으로 되였다》는것이 국제사회계의 평가이다.
《카터는 전 미국대통령으로서 유일하게 위대한 수령님의 접견을 받은 미국손님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1994년에 우리 나라에 와서 수령님의 접견을 받고 돌아간 다음부터 카터는 우리를 위하여 여러모로 좋은 말을 하면서 활동하고있습니다. 남조선사람들은 그를 〈북조선특사〉라고까지 하면서 불편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터는 이번에도 〈엘더즈〉의 리념대로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고있는 조선반도의 정세를 완화시키고 평화를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조미관계개선의 돌파구를 열어보려고… 〈엘더즈〉의 힘까지 빌리는것 같습니다.》
《카터가 어떻게 하나 조미관계를 풀어보자고 뛰는건 고마운 일입니다. 미국이 과거 우리 인민에게 원쑤진 일이 많고 오늘날까지 적대시정책을 버리지 않고 우리 나라에 해를 주고있지만 우리를 선의를 가지고 대하는 미국사람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어야 합니다. 카터일행이 대형요술공연이나 왕재산예술단공연을 보겠다면 다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왕재산예술단공연종목에는 카터가 좋아하는 하와이노래 〈알로 하오에〉도 넣으시오. 그 노래는 리별의 정서적감정이 짙은 노래인만큼 남녀혼성가수의 2중창으로 부르는것이 좋을것입니다.》
×
한주일후.
한계훈 외무성1부상은 《엘더즈》대표단이 2박3일일정의 우리 나라방문을 마치고 돌아갈무렵에 함흥으로 갔다.
위대한 장군님을 만나뵙고싶어하는 지미 카터의 소청이 너무도 간절하고 만약 접견의 소원을 성취하지 못할 때는 하다못해 장군님의 구두친서라도 받고싶어하는 카터의 진정을 헤아려 이렇게 승용차로 긴급히 달려온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러날에 걸친 북방지구에 대한 강행군현지지도를 하느라 별반 쉬지도 못하고 새벽에 함경남도땅에 들어서시였지만 피로를 무릅쓰고 렬차집무실에서 한계훈1부상을 만나시였다.
《내가 평양에 있지 못하니 1부상동무가 수고를 하는구만. 그래 외무성에서 〈엘더즈〉손님들을 환대해주었습니까?》
《예, 어제 저녁 카터는 방문기간 〈엘더즈〉대표단에 최상의 환대를 베풀어준데 대해, 다른 나라들에서는 받아보기 어려운 국빈대우를 해준데 대해 위대한 장군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카터가 평양을 세번째로 방문하지요?》
《그렇습니다. 카터는 평양비행장에 도착하는 길로 만수대언덕에 모셔진 위대한 수령님의 동상을 찾아 꽃다발을 드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김일성주석님은 나의 벗이였습니다. 주석님의 동상앞에 서니 감격이 새롭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카터일행이 다 년로한 손님들인데 일정을 편안하게 정해주었겠지요?》
그이께서는 재삼 물으시였다.
《장군님, 체류기간 〈엘더즈〉대표단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녀맹중앙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외무상을 면담하는 일정을 그들이 편리한 시간에 정하도록 했습니다. 면담에서는 솔직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계훈은 《엘더즈》대표단의 체류경과를 자상히 말씀올렸다.
《대표단은 귀국하면 미국과 유럽, 남조선의 당국자들과 언론에 전제조건없는 대화를 통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실현할용의가 있다는 조선측의 립장을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조선에 대한 국제적인 인도주의식량협조를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엘더즈〉성원들이 비록 당국을 공식적으로 대표하지는 않지만 조선의 현실을 직접 보고 정세를 옳바로 판단한데 기초하여 우리의 대외정치적립장을 긍정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한가정내에서도 나이많은 웃사람의 말에 순응하고 동네에서는 좌상어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법입니다. 모름지기 지각있는 세상사람들은 자기들이 인정하는 정치원로들이 조선에 갔다와서 하는 말에 공감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팔을 얹으시였다.
《카터일행이 나를 꼭 만나고싶다고 했다는데… 나도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려고 대양과 대륙을 넘어온 손님들을 만나 정을 나누고 심금을 터놓고싶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허락치 않으니 어찌겠습니까. 카터일행이 정 섭섭해하면 1부상동무가 돌아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달해주시오.》
그이께서는 동안을 두었다가 한계훈이 필기할수 있도록 천천히 불러주시였다.
《〈엘더즈〉대표단의 우리 나라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 카터와 〈엘더즈〉성원들의 평화와 인도주의를 위한 활약과 로고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조선반도긴장완화와 북남관계개선을 바란다, 이를 위하여 수뇌상봉을 포함한 모든 협상과 여러 갈래의 북남대화를 다 지지한다, 우리는 전조선반도비핵화를 위한 9. 19공동성명을 리행할 용의가 있다, 이를 위하여 관계국들과 협력하여 6자회담조기재개를 위해 노력할것이다. 이렇게 말해주시오.》
돌아갈 차비로 일어선 한계훈은 약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장군님, 이번에 카터의 청원을 들어주지 못한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우리한테 억류된 미국공민 전용수를 석방시켜달라고 했겠지.》
《그렇습니다. 카터는 몇번이나 전용수를 용서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당 기관에서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데다가 미행정부가 전용수석방문제를 인질로 식량제공발표문제를 질질 끌기때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줄수 없었습니다.》
한계훈은 카터에게 전용수문제는 미행정부당국과 해결할 문제이다, 정 섭섭해하지는 말라, 우리는 당신이 작년 8월에 우리 나라를 방문했을 때 반공화국범죄로 8년로동교화형을 언도받았던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를 이례적으로 석방시켜 데려가게 해주지 않았는가, 대조선제재위원회 전문가그루빠가 작성한 보고서를 유엔안보리사회 공식문건으로 채택해서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고 분별없이 행동하는 미국한테 우리가 어떻게 공민 전용수를 서둘러 석방하는것과 같은 선의적인 조치를 취할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카터 당신의 인도주의립장과 석방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앞으로 전용수재판심리과정에 고려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미국공민 전용수문제에서는 본인의 성근한 범죄사실인정과 미행정부의 범죄재발방지확약이 기본입니다. 미국이 자기네 공민석방문제를 식량제공발표문제에 대치시키고있는데 우리는 사람과 쌀을 바꾸지 않습니다.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빌대신 바꿈질흥정을 하자고 접어드는것은 언어도단이고 인도주의리념과도 거리가 멉니다. 그리고 1부상동무는 전용수석방문제를 미국을 굽어들게 하는 주패장으로 쓰고싶어하는데 미국이 대조선식량제공까지 자기네 공민문제에 빗댄다고 우리도 맞붙어 옹졸하게 처신해서는 안됩니다.
사실상 미국은 조선에 붙잡힌 공민을 데려오지 못한다는 국내여론에 몰려 체면을 지키려 할뿐이지 절대로 하찮은 공민석방에 발목이 잡혀서 보고서채택놀음을 그만두지 않을것입니다. 조선의 핵동력공업발전에 장애를 조성하고 제동을 거는것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어 종당에는 집어삼킬수 있는 너무도 큰 정치적야망과 관계되기때문에 어떻게든 대조선제재그루빠보고서채택을 강행하려들것입니다. 아마 또 유엔안보리사회 상임리사국인 중국에 대한 압력설득작전을 펴겠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렬차집무실에서 내려오시여 한계훈1부상이 떠나가는것을 보시고서야 역홈에 세워둔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봄철답지 않게 뿌잇하니 구름이 끼고 랭기가 서린 하늘에서는 동해안지대에 특유한 차거운 비줄기가 구질구질 쏟아졌다.
승용차는 비물이 흘러 번들거리는 성천강다리를 건너 함주땅에 들어서자 동봉협동농장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룡성기계련합기업소와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갈탄가스화암모니아생산 1계렬공사장에 가보아야 하셨지만 예견에 두지 않았던 동봉협동농장으로 먼저 찾아가시는 길이였다.
야전렬차로 함경북도에 가실 때 는개비가 내리는 이 고장을 통과하면서 크게 걱정하신것이 동해안지대 농사문제였다. 4월말이면 앞쪽 벌방지대들에서는 강냉이영양단지모심기가 한창이고 랭상모판들에는 벼모가 충실히 자랐을텐데 함경남도땅에서는 이제야 강냉이밭을 갈아엎고있다. 군데군데 밭가운데 보이는 영양단지모판들의 비닐박막이 납작한걸 보면 강냉이싹이 채 돋아난것 같지 않다. 례년에 없이 랭해가 심해 모들이 자라지 않으니 영농작업이 늦어질수 밖에 없는것 같다. 대흥과 룡양, 단천과 흥남지구를 위시해서 함경남도의 전반공업부문에서 대고조의 불길이 일기 시작했는데 농업부문, 농촌이 잠잠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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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주군 동봉협동농장은 읍에서 15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있었다. 동해안지대에서 흔히 보게 되는 평지논밭과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강냉이밭 그리고 황금빛살구를 따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복숭아와 추리, 배, 사과를 잇달아 따들이는 큰 과수원을 끌어안은 아담한 농촌마을이다.
해발고가 그닥 높지 않은 뒤산은 채양 떼버린 옛날 관모 비슷이 생겼는데 마식령산줄기의 동쪽끝에 솟은 봉우리라고 하여 동봉산이라고 했고 자연히 그 산밑에 있는 마을은 동봉이라고 불리워졌다.
일찌기 어버이수령님께서 동봉협동농장을 동해안지대 농촌들의 본보기로 삼으시려고 마음써오신것은 동봉이 도소재지인 함흥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악쟁이로 소문난 영옥관리위원장때문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농사는 녀성들이 물감장사처럼 세밀하고 깐지게 잘할수 있다고 하시면서 작업반장을 하던 스무살도 채못되는 단발머리처녀인 영옥을 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시였다. 그리고는 함경남도에 오실 때마다 살림 궁한 딸자식 걱정하듯이 동봉협동농장을 찾으시여 농사법을 차근차근 배워주셨고 자동차와 뜨락또르, 영사기까지 주어 농장살림에 보태도록 하시였다.
수령님의 다심한 손길아래 농장은 풍요해졌고 해마다 면모가 달라졌다.
산기슭을 따라 소층과 단층으로 어울린 문화주택들이 즐비하게 일떠섰고 논벼와 강냉이, 과일작황은 수령님의 뜻대로 동해안농촌들의 본보기로 될만큼 높아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전날 수령님을 모시고 동봉협동농장에 여러차례 가셨댔으나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후에는 좀처럼 가볼 틈을 내지 못하시였다. 당과 국가, 군사, 경제의 하많은 사업부담은 그이를 옛정이 배인 아늑한 농촌마을로 가보실 얼마간의 시간조차 내시지 못하게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해전 가을날에 비날론공업을 추켜세우려고 2. 8비날론련합기업소를 장시간 현지지도하신 뒤끝에 점심식사도 번지고 동봉협동농장으로 가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영옥관리위원장은 급성취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없었다. 그 옛날 낯익은 동봉산천이였지만 수령님과 함께 가실 때마다 흙묻은 손을 어쩌지 못해하며 반가와하던 영옥관리위원장이 없으니 서운하기 그지없으시였다. 영옥관리위원장이 있었더라면 엇구수한 가을떡호박장에 보라빛물이 도는 쩡한 갓김치를 곁들인 줄당콩밥으로 점심요기를 하는건데…
지금은 그때처럼 낟알익는 내와 과일향기 풍기는 청명한 가을날이 못되고 궂은비 내리는 봄날이다. 부지깽이도 뛰는 봄농사철에 가야 영농문제를 긴히 의논할수 있고 걸린 고리도 풀어줄수 있을것이다.
승용차는 동봉사람들이 동구길이라고 부르는 언덕배기 강냉이밭을 오른편에 끼고 뻗어간 석비레길어구에 멈춰섰다.
굵직한 살구나무옆에서 비를 맞으며 서있던 도당책임비서 윤정기가 그이의 승용차를 향해 언덕길을 급히 내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문을 여시였으나 어쩐지 다리가 불편스러워 인츰 내리실수 없으시였다. 며칠전에 김책제철련합기업소와 라성조선소를 찾아가실 때도 이 비슷한 저림증상이 약간 있으시였다. 승용차안에 꼬박앉아 먼길을 가지 않았는데도 이러는걸 보니 찬비 내리는 습한 봄날씨에 기인되는것 같다. 그리고 모름지기 여러날 계속된 렬차강행군과 휴식 못한 현지지도의 중하가 겹쌓인데서 오는 극도의 피로때문일것이다. 드문히 나타나는 증상이여서 습관되다싶이 하시였고 이번 현지지도길에서도 그럴수 있을것이라고 위구하고있었지만 정작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데서 당하면 몹시 난처하시였다.
큰 우산을 펴든 부관이 그이의 팔을 잡아 부축해드리였다.
승용차밖에 나오시니 다행히 불편하시지 않고 아무 일 없은듯 걸음을 자연스럽게 옮길수 있으시였다.
《책임비서, 비를 맞지 말구 우산밑에 들어서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줍어하는 윤정기의 팔소매를 끄당겨 자신의 곁에 세우시였다.
그러나 강냉이그루터기뿐인 벌판쪽에서부터 거침없이 불어치는 찬바람에 우산도 소용없었다. 엇비스듬히 가로누운 비줄기가 그이의 야전솜옷앞섶자락이며 바지가랭이와 신발에 후둑후둑 비방울을 뿌려던지고 젖어들기 시작했다.
《내가 급히 로정을 바꾸는 바람에 책임비서동무가 우산도 갖추지 못했구만. 동봉관리위원장한테는 알렸소?》
《방금전에야 장군님께서 오신다는걸 대줬습니다. 영옥동무는 너무 기뻐 축산반에서 이리로 날아올겁니다.》
《전에도 내가 이 둔덕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지. 그때는 이 살구나무가 있은것 같지 않은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잔가지 웃초리까지 분홍빛꽃망울이 또글또글 달리고 더러는 쏟아지는 비를 꺼려 꽃잎을 금시 펼치다 만 살구나무를 유심히 올려다보시였다.
《지난봄에 영옥관리위원장이 자기 집 뜨락에 있던 이 큰 살구나무를 정히 떠서 여기다 옮겨심었습니다. 자기가 없을 때 장군님께서 오시여 따가운 가을볕이 내리쬐는 이곳에 오래도록 서계셨다고 하면서 다음번에 오시면 서늘한 그늘을 지어드리든가 살구꽃향기가 풍기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의 말을 들으시고 자신을 그리워하는 푸수한 영옥관리위원장의 애모쁜 심중을 헤아리시였다.
군데군데 강냉이영양단지모판이 있는 밭사이길로 영옥관리위원장이 파란 비옷자락을 등뒤로 기폭처럼 날리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밭사이 길이 휘여진것마저 급해 질러오느라 사출장화신은 발이 미끄러지면서도 아이들처럼 밭고랑을 건둥건둥 넘어뛰였다.
《관리위원장, 뛰지 말라구. 미끄러운데 넘어지겠소. 천천히, 천천히…》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리가 시원히 말을 듣지 않았지만 반가이 마주 걸어가시였다.
《장군님!…》
영옥관리위원장은 어푸러질듯 달려와 그이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비옷모자를 쓰지 않은 관리위원장의 머리는 푹 젖었는데 실주름잡힌 두눈에서는 비물과 뒤엉킨 눈물이 볼언덕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울음을 그치라구. 오래간만에 만나 기쁜데 울면 되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관자노리와 옆머리쪽에 알리게 흰서리가 내리고 벌바람과 뙤약볕에 거멓게 터 그슬은 관리위원장의 얼굴을 뜯어보시였다. 파란 색갈의 비옷차림새와 부연 파마머리와 목에 둘러감은 엷은 꽃무늬수건만 아니면 키는 크지 않아도 힘꼴이나 쓰는 사람처럼 둥실하고 단단한 어깨를 가진 관리위원장을 녀자로 보기는 어려울 정도였다. 두툼한 입술사이로 나오는 목소리도 오랜 관리위원장사업에 절어선지 남자들처럼 거쉬고 갈렸다.
외모에서 녀성미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그대신 바람세찬 동봉벌에서 사계절의 하많은 날들을 맞고보내며 작황을 안아온 실농군의 풍모와 농장살림을 주관해온 오랜 녀성관리위원장의 거쿨진 풍격은 력연했다.
《영옥동무가 관리위원장을 하는지도 30년이 넘지?》
《예.》
《정말 수고를 하오. 수령님을 모시고 동봉에 와서 단발머리처녀관리위원장을 만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머리에 흰서리가 내렸구만. 그래 취장염은 일없소?》
《예, 깨끗이 고쳤습니다.》
《원래 취장염이란게 잘 낫지 않는 병이지. 주의하라구. 관리위원장은 늘 벌에서 살다싶이 하는데 취장탓으로 소화장애를 받으면 기력이 약해지거던. 관리위원장이 밥을 꽝꽝 먹구 소화시켜야 기운이 나서 논판이구 강냉이밭이구 축산반이구 뛰여다니지.》
《장군님, 비바람이 잦아들지 않습니다. 날씨가 찬데 관리위원회로 가십시다.》
윤정기가 조용히 말씀올렸다.
《관리위원회사무실에서 이야기할바엔 무엇때문에 농촌에 왔겠소. 걱정마오. 내 이럴줄 알구 속내의를 뜨뜻이 입었소. 솜옷이 좀 젖으면 뭐라오. 관리위원장, 날 영양단지모판으루 안내하오. 보기요. 강냉이싹이 얼마큼 돋았는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신발에 강냉이밭진흙이 묻어나 걸음새가 더 부자연스러워지고 힘겨운것을 느끼시였다. 사질토인 밭진흙길이 미끄럽기까지 하니 영옥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위에서 계속)
영옥관리위원장의 부축을 받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강냉이영양단지모판에 이르시자 무릎을 접고 앉으시여 바람에 날리지 않게 모서리를 흙으로 꼼꼼히 덮은 비닐박막귀퉁이를 열어보시였다.
꿀벌집처럼 동글동글 촘촘히 들어배긴 부식토질영양단지들마다에는 갓 까나려는 벌유충같은 노릿한 강냉이모싹이 뾰조름히 얼굴을 내밀었다. 밖에서는 찬비와 거센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치지만 강냉이모싹들은 따스한 물기가 맺힌 비닐박막안에서 강보에 싸인 아기마냥 고요히 자라고있었다.
《절기가 늦어지진 않았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곁에 앉은 영옥관리위원장이 이 강냉이모들이 세이파리 나올만큼 자라자면 며칠 걸리고 그때쯤 해서는 랭해 심한 이 고장에서 마지막늦서리가 지나니 강냉이영양단지를 밭에 옮겨심기 맞춤하다고 설명하는걸 들으시면서 생각이 깊으시였다.
드넓은 강냉이밭에 낼 숱한 모들을 키워내기 위해 농장원들이 얼마나 수고를 했으랴. 강설이 덮인 한겨울추위에 포전들마다 두엄을 내면서도 질좋은 부식토는 따로 골라내여 보드랍게 채로 치고 필요성분의 비료를 섞어 영양단지를 빚는다. 그뿐인가. 묵은 강냉이그루터기들을 뽑아 불태우고 밭을 갈고 영양단지모를 이랑마다 포기 비지 않게 심고 두벌세벌 밭김을 매고… 강풍에 강냉이대들이 넘어지지 않게 새끼줄로 동여매주고… 참으로 가을에 황금빛강냉이이삭을 따 낟알창고에 채워넣기까지 농민의 수고를 헤아리느라면 가슴이 다 뭉클해지신다.
옹골찬 수확을 안아오자면 농민은 아늑한 사무실이나 채광좋은 작업장이 아니라 겨울, 봄, 여름, 가을 온 한해를 강추위와 무더위와 비바람 세찬 들에서 힘겨운 육체로동을 해야만 한다. 우리 농촌들에 뜨락또르와 자동차, 제초기와 모내는 기계와 같은 농기계들이 있지만 아직 대수가 적고 가동률이 낮다. 농기계들을 리용해도 농촌에서의 힘든 손로동은 많이 남아있다. 전국의 협동농장들을 현대적인 농기계들을 가진 부유하고 문명한 사회주의농촌으로 변모시키는것은 수령님께서한생 바치신 위업인데 아직도 갈길이 멀다.
새 세기 첨단기술에 의거한 산업혁명의 불길을 일으켜 공업의 현대화과업을 높이 달성할 때만이 농업과학기술, 농촌문명도 높은 수준에서 이룩될수 있다.
《지금 날씨잡도리를 봐서는 올해에도 동해안지대에서 랭해가 여간 심할것 같지 않은데… 동봉관리위원장동무는 어떻게 생각하오? 랭해를 이겨내고 서해벌방에 못지 않는 작황을 거두자면 뭐가 중요할것 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영옥관리위원장의 젖은 머리에서 흐르는 비물을 보시고 비옷고깔모자를 씌워주시였다.
《장군님, 우선 생육기일이 짧은 좋은 종자를 심는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구 장군님께서 재작년에 우리 동봉에 오시여 가르쳐주신대로 고리형순환생산체계를 적극 도입하고 효과성을 높이는것이 중요합니다.》
《실농군관리위원장이 옳게 대답했소. 고리형순환생산체계의 효과성을 살려 지력을 높이는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오. 두엄을 많이 내서 지력을 높여야 랭해가 물러가구 일조률이 좋을 때 농작물을 빨리 자래울수 있거던. 아이도 영양이 좋으면 튼튼해져 빨리 크는것과 같은 원리지.》
굵은 비방울은 부관이 쳐든 우산날개를 소란스레 두드려대였고 간단없이 불어오는 차디찬 들바람은 그이의 젖은 솜옷자락을 들추고 바지가랭이에 비발을 뿌리였다.
《그래, 동봉에서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를 어떻게 하고있나? 축산과 농산의 두 고리부터 말해보라구.》
《장군님, 우리 동봉에서는 농장축산과 함께 작업반축산, 농장원세대축산을 다같이 내밀어 돼지와 토끼, 닭과 같은 집짐승배설물을 섞어 만든 질좋은 두엄을… 논밭에 냈습니다.》
《정보당 거름수자를 시원히 말 못하는걸 보니 논밭이 걸어지게 많이 낸것 같지는 못하구만.》
그이께서 가벼이 웃으시자 윤정기책임비서가 영옥관리위원장을 두둔했다.
《지난 겨울에 관리위원장동무는 봄까지 축산반과 분조들에서 생산하는 거름이 넉넉치 못하다는걸 알고는 개바닥얼음을 까고 감탕흙을 조사했습니다. 소대한추위였지만 관리위원장이 솜옷까지 벗어내치고 곡괭이질을 해대니 온 농장원들이 떨쳐나 수백톤의 감탕흙을 파냈습니다.》
《이악쟁이가 아니면 동봉관리위원장이 아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고나서 이번에는 축산과 축산, 농산의 세고리를 어떻게 련결하고있는가를 물으시였다.
《장군님, 전에는 닭배설물을 거름무지에 그대로 버리댔습니다. 그런걸 지난봄부터는 축산작업반과 농장원들의 집에서 나오는 닭배설물을 모아들였는데 량이 대단했습니다. 그걸 미생물처리하여 돼지먹이로 쓰고 돼지배설물은 또 유기질복합비료를 만들어 포전에 내니 그저 그만이였습니다.》
《닭배설물을 미생물처리하여 독성을 제거하면 아주 영양가높은 돼지먹이로 됩니다. 관리위원장, 공생고리결합방식도 받아들였나?》
《작년에는 논에 미꾸라지와 우렝이를 길렀습니다.》
《오리는?… 논에는 오리를 놓아 기르는게 좋아. 벼도 잘 되고 오리도 살지구. 실리적이지.》
《농장에 오리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금년에 광포오리목장에서 동봉에 새끼오리를 한 3백마리쯤 먼저 주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봉관리위원장, 공짜는 아니요. 가을에 그만한 오리먹이용 농부산물을 광포목장에 가져다 바치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는 영옥관리위원장을 앞세우고 밭에서 나오시였다.
《오리를 잘 길러보라구. 농업과학자료를 보니까 논에 오리를 놓아 기른데서는 김이 다른 포전에 비해 70프로나 적어지구 병해충구제효과도 아주 높다고 합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동봉협동농장을 본보기로 해서 함경남도농촌들에서 축산과 농산을 결합시키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를 세우는 된바람을 일으키도록 하시오. 농산과 축산을 배합하는건 오래전에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농업정책입니다. 소, 돼지, 양, 염소 같은 집짐승우리에서 쳐낸 유기질비료인 두엄은 년중 계속 생산할수 있고 그걸 논밭에 내면 여불없이 지력이 높아져 알곡생산량을 부쩍 올릴수 있습니다. 잇달아 농부산물이 많아져 집짐승마리수도 늘구, 농장살림이 유족해지구…》
그이께서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가 농촌들마다 잘 도입되여 풍년작황을 안아온 황금가을이 눈앞에 보이는듯싶으시여 즐거운 마음으로 뇌이시였다.
《논밭의 지력을 높이는데서 요긴한게 한가지 또 있지. 도당책임비서동무, 열두바닥파기가 뭔지 압니까?》
《예, 저…돼지우리바닥과 소우리, 양, 염소우리, 닭우리, 개바닥, 비료창고바닥… 그리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가 더 꼽지 못하는걸 보시고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책임비서가 공업만 아는줄 알았는데 농사물계도 그만하면 괜찮습니다. 거기다 퇴적장과 재우리와 부엌아궁, 구들골과 시궁창을 보충해야 합니다. 영옥동무도 알지? 수령님께서는 이미 80년대에 농촌에서 열두바닥파기운동을 벌리는게 거름생산의 중요한 고리라고 가르쳐 주셨소. 열두바닥흙속에는 농작물이 쉽게 흡수할수 있는 부식질을 비롯해서 질소와 린, 카리와 같은 풀림성비료성분이 일반퇴비에 비해 몇배나 많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힘들게 걸으시여 승용차옆에 이르시자 재빛타래구름이 여전히 무겁게 드리운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비가 쉬이 멎을것 같지 않구만.》
《장군님… 솜옷이랑 바지랑… 다 젖었습니다.》
영옥관리위원장은 울먹이며 말씀올리였다.
《부디 건강을 돌보십시오. 저희들이 고리형순환생산체계의 효과성을 높이구 열두바닥흙도 파서 농사를 잘 짓겠습니다. 장군님… 다시는… 이런 찬비를 맞지 마십시오.》
《허, 나한테는 궂은 비지만 농촌엔 약비요. 얼마나 좋소. 논밭을 푹 적시는 이런 비를 내리게 할수 있다면 내 언제든지 농촌길을 마다하지 않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문에 손을 얹으시고 영옥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동봉관리위원장, 금년에 서해지구 협동농장들과 한번 겨뤄보지 않겠소? 사회주의경쟁말이요. 내 미곡협동농장과 삼지강협동농장들에 가서 불을 걸겠소.》
《장군님, 경쟁하겠습니다.》
영옥관리위원장은 배심있게 대답올렸다.
《랭해 심한 동해안의 동봉농장이 대풍을 거둬 이기면 대단한 승리지. 하긴 미곡이나 삼지강관리위원장들도 영옥동무처럼 다 녀성로력영웅들이니 승벽심이 보통 아니지, 만만치 않을겁니다.》
《우리 동봉은 서해농장들에 지지 않습니다. 벌써 거름을 듬뿍 내고 논앞그루로 일찍 심은 감자작황이 좋습니다.》
《두벌농사를 짓는단 말이지. 이악쟁이관리위원장이 달라.》
그이께서는 영옥을 대견스레 쳐다보며 물으시였다.
《감자를 몇정보나 심었나?》
《저 동봉산앞벌에 한 50정보 심었습니다. 거름이 넉넉하고 로력만 딸리지 않으면 100정보는 심는건데.》
《그것만 해도 대단하지. 농장자체의 힘으로 두벌농사를 짓는다는게 헐치 않아. 논앞그루로 랭해에 잘 견디는 감자를 심은건 잘한 일이요. 감자가 정당 몇톤은 날것 같소?》
《장군님, 못해도 18톤은 납니다.》
《뒤그루로 벼를 심어서 여느때만큼 수확을 내기 어렵지?》
《정당 6톤은 기어이 내려고 합니다.》
《관리위원장, 그렇게 되면 두벌농사를 해서 정보당 알곡생산이 얼마 되겠나… 감자와 알곡을 4대 1로 봐서…》
《10톤은 잘됩니다.》
《대단하오, 대단해. 서해농장들에 뒤지지 않겠어. 도당책임비서동무, 동봉협동농장의 모범을 따라 함경남도농촌들에서 두벌농사를 힘있게 내밀도록 하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산날개밖에서 비를 맞고있는 윤정기를 당겨 곁에 세우시였다.
《책임비서, 그렇게 놓고보면 랭해가 심하고 해비침률이 낮은 동해안지대 농촌들에서 안전한 알곡소출을 거두는 방도는 명백한것 같애. 첫째로는 불리한 기상조건을 이겨낼수 있는 종자선택을 잘하는것이구, 두벌농사와 같이 지대별특성에 맞는 옳은 경작체계를 세우는것이 둘째구, 셋째로는 고리형순환생산체계의 효과성을 살려 지력을 높이는겁니다.》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럼 동봉관리위원장, 난 가겠소. 농사를 잘 지으라구. 풍년든 가을에 다시 동봉에 오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영옥의 젖은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영옥관리위원장은 도무지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으시고 걸음새도 불편스러워 하시는 장군님을 뵈옵고 또 헤여지는것이 너무 가슴아파 금방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아서 손으로 입을 가리웠다.
《장군님, 가을에는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시여 우리 농장에 오십시오. 장군님께서 찬비바람치는 이 봄에 포전길을 걸으시며 농사를 가르쳐주셨는데 동봉벌에 풍년이 들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영옥관리위원장의 볕에 탄 거칠한 볼로 눈물이 걷잡을수없이 흘러내렸다.
윤정기책임비서도 끝내 손으로 축축히 젖은 눈굽을 훔치였다.
《장군님, 함경남도농사는 걱정마십시오. 장군님의 헌신의 로고가 동해안지대 농사에서 기적을 창조할것입니다.》
《책임비서, 동무나 나나 다 인민을 위한 일군인데 무슨 로고구, 헌신이구 따로 있겠나. 나는 그저 농사가 잘되구 나라일이 잘돼서 인민들이 배불리 먹으며 잘살게 된다면 큰 시름을 덜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의 부축을 받아 승용차에 오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