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문을 나서는 두 운명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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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문을 나서는 두 운명을 두고
아침출근길에서 신문을 읽는것은 나의 굳어진 습관이다.
어제 아침도 뻐스정류소에 이르러 손전화기로 신문을 펼치는데 문득 《퇴원이 미루어진 사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호기심이 동하여 나는 짤막한 그 기사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사연인즉 이러하였다.
지난 7월 어느날 평양시제3종합병원으로 전신 70%에 2~3도화상을 입은 70고개를 넘어선 고령의 로인이 실려왔다. 생명이 경각에 달한 로인을 놓고 누구나 긴장감을 금치 못하고있을 때 그의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한 의료일군이 있었다.
그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 김철진선생이였다.
그때로부터 로인의 소생을 위한 불같은 정성의 나날이 흘러갔다.
삼복더위속에 막아서는 난관은 적지 않았지만 담당의사를 비롯한 의료일군들과 간호원들은 환자에게 투약되는 수액제를 긴장하게 주시하며 여러차례나 구급대책을 세우면서 로인의 곁에서 여러밤을 지새웠다.
의료일군들만이 아니라 로인이 살고있는 인민반의 반장들과 이웃들 그리고 정형외과 과장의 안해를 비롯한 고마운 사람들이 귀한 약재와 영양식료품을 들고 매일같이 로인을 찾아와 힘과 용기를 안겨주었다.
이런 진정에 떠받들려 하루가 다르게 로인의 건강이 회복되여 퇴원을 가까이하게 되였는데 어느날 문득 담당의사가 퇴원을 미루어야 하겠다고 하는것이 아닌가.
화상치료는 잘되였지만 치료과정에 보니 다른 병들도 있는데 그것을 마저 치료하고 퇴원하여야 한다는것이였다.
로환이여서 일없다고 로인은 만류하였지만 담당의사는 이렇게 절절히 말하였다.
《우리 사회주의보건제도의 품에서야 모든 병을 다 털고 병원문을 나서야지요.》
이렇게 퇴원이 미루어지고 로인에 대한 치료가 계속되였다. 하여 수주일동안 더 연장된 입원생활기간에 로인은 모든 병을 깨끗이 치료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병원문을 나서게 되였다.…
아름다운 소행들이 천으로 만으로 꽃펴나는 우리 공화국에서 한 보건일군이 발휘한 이러한 고상한 풍모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평범한것으로, 례사로운것으로 되여있다.
그러나 이 짤막한 기사가 나에게 그토록 긴 여운을 안겨주는것은 무엇때문인가.
우리 제도에서는 모든 병을 다 털고 병원문을 나서야 한다!
의료일군의 말을 다시금 새겨보느라니 언제인가 해외출장을 다녀온 시동생이 해주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시동생이 가있던 그 나라에서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불량배의 칼에 등과 가슴을 찔리우고 피투성이가 된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담임교원이 다급히 학생을 업고 어느 한 병원으로 찾아갔지만 그 병원에서는 손을 쓰면 얼마든지 인차 회복시킬수 있는데도 《보호자》도 없고 《입원보증금》도 내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떠밀어 내쫓으려 하였다.
할수 없이 그 교원이 많은 돈을 꾸어다가 《입원보증금》을 내고 겨우 학생을 입원시켰다.
그때로부터 두달이 지나 퇴원하게 되였을 때 그 기간 학생의 치료비는 상상하지 못할 액수로 불어났다. 학생의 가정형편이 도저히 그 많은 치료비를 감당할 처지가 못되자 병원측은 교원을 《소송》에 걸고 《재판》에까지 넘기여 끝내 돈을 앗아냈다.
거액의 입원비를 감당할수 없어 병원에 인질로 잡혀있어야만 했던 학생의 불우한 운명.
이처럼 돈이 없으면 병원문앞에서 억울하게 죽어야만 하는 사회, 일단 입원하면 치료비를 깡그리 털리우고야 병원문을 나설수 있는것이 바로 자본주의나라들의 실상이다.
그래서 지금 자본주의나라들에서는 환자들에게 마취약을 강제로 주사하거나 환자의 입원기일을 의도적으로 연장시키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환자나 가족들의 돈을 앗아내는 의료협잡행위가 갈수록 성행하고있다지 않는가.
병을 다 털고 나서는 병원문과 돈을 다 털리우고 나서는 병원문.
이 두 사실만 놓고서도 하늘과 땅, 락원과 지옥과도 같은 두 사회제도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제도가 얼마나 고맙고 은혜로운 품인지 가슴뜨겁게 절감하게 된다.
이런 생각속에 가슴이 후더워오르는데 어느덧 뻐스가 정류소에 와멎어섰다.
고마운 이 제도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새로운 결심을 다지며 뻐스에 오르는데 활달한 필체로 차체에 새겨진 글발-《내 나라 제일로 좋아》가 새삼스레 안겨들었다.
강 성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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