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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전 첫자식을 보았다.
아버지가 되였다는 기쁨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웠고 그에 못지 않게 아기의 이름을 짓는데만도 많은 품을 들여야 했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며 이름 한자한자에도 깊은 뜻과 의의를 부여하는 부모의 마음에서였다.
나는 이름을 짓기 위해 온 일가식솔뿐아니라 동무들속에서도 현상모집을 한 종이 한장을 가득 채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보며 모지름을 썼다.
(어느 이름을 고를가?)
정말 행복의 고민이 있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것 같았다.
점도록 책상우에 앉아 손가락만 다독거리고있는데 등뒤로 살며시 다가온 안해가 이름으로 가득찬 종이장을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여보, 첫자식의 이름을 두고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왜서인지 당신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만요. 해방전까지도 변변한 이름도 없이 살아왔다던 시할아버님의 이야기가…》
나는 조용히 울리는 안해의 말에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할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앞가슴에 영웅메달이 빛나는 군복차림으로 하여 나이보다 퍽 젊어보이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20살이 되여오도록 이름이 없이 살아왔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방랑아로, 머슴군으로 천대를 받으면서 지주놈의 온갖 쌍욕이 그대로 이름처럼 불리워지던 상가집개만도 못한 인생이였다.
그런 더벅머리총각에게도 인생의 봄이 찾아왔으니 해방되던 해 성인학교의 자그마한 구들방에서 《광복》이라는 이름을 받아안았던것이다.
자기 이름이 또렷이 새겨진 표말이 분여받은 논밭에 세워지고 지주놈이 살던 집에 그 이름자가 문패로 걸린 해방의 환희는 5년후 침략자들에 대한 증오로 바뀌였으니 할아버지는 그 모든것을 지켜 용약 전선으로 달려나갔다.
참다운 삶을 주신 위대한 수령님을 위하여,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싸운 할아버지는 전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공화국영웅이 되였다.
이렇게 영웅이라는 값높은 부름을 지니고 전승의 열병광장을 보무당당히 행진해간 나의 할아버지였다.
나는 어린시절에 영웅인 할아버지에 대하여 동무들에게 자랑하길 좋아했었다.
그러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서 할아버지는 말하였다.
《이 영웅메달은 할아버지의것만이 아니란다. 수많은 유명무명의 이름들이 여기에 다 새겨져있지, 어째서 그들이 생명을 아낌없이 바친줄 아느냐?
조국을 잃으면 제 이름 석자도 지킬수 없기때문이란다.…》
그때는 다 몰랐던 그 말의 의미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철이 들면서 점차 깨닫게 된 나였다.
바로 나의 할아버지세대들이 피흘려 지켜낸 조국이 있었기에, 이 땅에 터져오른 전승의 축포가 있었기에 오늘의 존엄높은 나의 삶이 있고 복받은 자식들의 아름다운 미래가 있는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조국은 우리모두의 영원한 삶의 터전이고 행복의 요람이다.
강용한 조국의 기상이 곧 존엄높은 인민의 모습이고 우리 매 사람들의 이름으로 참답게 빛나는것 아니겠는가.
나는 할아버지의 영웅메달을 쓸어보며 안해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기의 이름을 〈전승〉이라고 짓자구.》
전승! 그것은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하며 래일도 영원히 승리의 력사를 계승해나가려는 우리 인민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우리 《전승》이도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세대들처럼 경애하는 원수님의 품속에서 영웅조선, 영웅인민의 값높은 부름을 떨치여가리니 기쁨속에 행복속에 가족모두가 아기이름을 불러보았다.
김 창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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