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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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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658회 작성일 23-08-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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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 회)

제 6 장

1

(2)


성복의 성과를 축하하는 속보가 기업소전망도앞에 전개된 속보판에 크게 나붙었다. 사람들은 그 속보판을 보면서 감탄하였고 최성복을 두고 수군수군 선망어린 말을 하였다.

《성복이가 누구야? 우리 기업소에 무슨 수재가 이리도 많은가.》

《성복이는 문종국실장이 키운 제자라더구만.》

《아니야. 원래 배속에서부터 재간을 타고난치래. 어려서부터 공부 잘해서 이름을 날렸대.》

사람들은 저마끔 아는척 하면서 한마디씩 던지고 떠나간다. 그런데 한사람만은 자전거안장에 한다리를 걸치고 그냥 서서 속보판을 들여다보고있었다. 그는 합성직장장 김명수였다.

(참, 사람의 발전이란 모르겠구나. 이 녀석이 과연 놀라운걸.)

문득 명수의 귀전에는 자기를 규탄하던 승혁의 성칼진 목소리가 크게 되살아올랐다. 그러자 새삼스럽게 모욕감을 되새기게 되였고 승혁에 대한 반발심이 솟구쳤다.

그러나 속으로 승혁을 욕하면서도 성복을 두고 자기를 답새기던 그의 비판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이 있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성복이에 대해 오판했던것 같다. 그래서 주령감 말마따나 내가 모진 사람으로 되였던것이고… 나의 서뿌른 처사때문에 송희가 불행에 빠진다면…)

진실을 인정하게 될수록 후회라는 벌레가 가슴 한귀퉁이를 지독스럽게 물어뜯는다.

승혁이가 들이대던 비판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뭐 내가 사랑을 바치면서도 거기서 자기에게 차례지게 될 그 어떤 몫을 바랬다구? 나의 사랑이 순결치 못했다구? 과연 그래서 내가 성복이를 걷어찼다는거지? 당치 않은 소리… 령감이 뾰족한 말을 곧잘 만들어내거던.)

승혁의 말을 결단코 부정하면서도 그에게 당당히 들이댈 론거를 찾을수 없는것이 안타깝고 분했으며 그로 하여 자신에 대한 환멸감이 가슴속을 마구 휘저어놓는다.

이때 새로운 사람들 몇명이 또 속보판을 들여다보면서 말들을 하였다.

《이 최성복은 말이야, 로총각이래. 처녀들이 꼬리를 잡고 쭉 늘어섰는데 눈이 너무 높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지 않소.》

《맞아. 원체 수재들은 장가들기를 무서워하지. 수재들의 특징의 하나가 녀자들을 무서워한다는거요, 하하하.》

《그건 모르는 소리야. 성복이라는 청년은 죽자살자하는 처녀가 있소. 내 그 처녀를 아는데 덧이가 삐죽하고 못생긴 상이라오.》

(저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명수는 불쾌감을 금할수 없어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밴밴하게 생긴 젊은 녀석이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웃어대는것이였다.

《정말이요. 내 성복이란 친구가 그 처녀와 산보하는걸 봤다니까.》

명수는 더는 참을수 없어 젊은 녀석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허튼소린 그만하고 어서 가보오. 최성복이가 들었다간 당장 해보자고 달려오겠소. 듣자니까 그 성복이가 태권도3단이라더구만.》

그런데 명수가 놀려대려고 한 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더 자아내는것으로 되고말았다.

《그런가요? 콤퓨터기술자가 태권도까지 한다니 희귀하구만요.》

《팔방미인형인 모양이지.》

《아이참, 대단해요. 난 꼭 그런 사람과 살고싶은데…》 하고 한 능청스러운 괄랭이처녀가 두손을 가슴에 모두어잡고 짐짓 애타는 표정을 지어보이였다.

《동무, 꿈도 꾸지 말라. 최성복동무에겐 애인이 있다질 않았소. 좀 못생겼다지만…》

웃음소리가 터지였다.

《여, 빨리 가자구. 최성복의 무쇠주먹에 맞아 뼈가 부서지기 전에…》

《그게 무쇠주먹인지, 나긋나긋한 선비주먹인지 어떻게 안담.》

그들은 더 크게 웃어대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최성복이가 갑자기 요란해졌거던. 아마 눈은 더 높아졌을걸.)

명수가 자전거에 올라 움직이려는데 강영식이 다가와 자전거를 멈춰세웠다.

《합성직장장, 속보에 나고싶어 넋을 잃고 쳐다보고있소?》

《과장동지두 참, 내가 그래 속보에나 나고싶어 몸이 달아있는가 하시우?》

《하기야 합성직장장은 도일보에도 크게 소개되였으니까 속보같은건 꿈만 하겠지.》 영식은 시물시물 웃었다.

그들은 자전거를 나란히 하고 달리고있었다.

《과장아바이, 정 날 놀려대시겠소?》 명수는 짐짓 얼굴을 사납게 찌프렸다.

《아니, 내가 말을 지어내기라도 했나.》

명수가 어제 도일보에 소개된것은 사실이였다. 도일보에는 《새 기적은 이렇게 마련된다》는 제목으로 2. 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성과를 크게 실었다. 합성직장에서 김명수가 알데히드생산공정에 기술혁신을 도입함으로써 아세틸렌가스와 증기의 반응이 빠르고도 원활하게 진행되게 하여 알데히드생산을 1. 3배로 높일수 있게 하였다는것이였다.

《글쎄 도일보에 나기는 했지만 난 기자들을 만난것도 없수다. 저들끼리 어디서 취재를 했는지…》

《누가 뭐라나. 괜히 그러는구만 합성직장장이 생산을 틀어쥐고 내미는거야 사실이구 또 초산비닐생산공정, 잔사처리공정도 돌려야 할것이니 오죽 바쁘겠는가.》

《정말이지 눈코뜰새가 없수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속보판을 지내 오래 보는것 같더란 말이야. 초산비닐생산공정시운전준비를 착실히 해야 할것 아니요.》

《걱정마시라구요. 내 할바야 어련히 다 하지 않을라구요. 그런데 한가지 좀 물어봅시다. 그 성복이란 녀석이 사람이 어떻소?》

명수는 속보판쪽에 대고 손짓을 했다.

《속보에서 보는바 그대로지. 재능이 있고 사람이 진국이지.》

《그런데 왜 아직까지 장가를 가지 않았을가? 혹시 사내구실을 못하는게 아니요?》 명수는 슬며시 영식을 떠보았다.

《원, 못하는 소리가 없군. 임자 딸에게 장가들가봐 걱정인가? 송희는 성복이에게 대상이 안돼. 성복이는 리상이 여간 높지 않은데 그에 맞는 처녀를 찾지 못해 장가 안 간거요.》

《그런가? 난 또 고자인줄 알았지. 하하하.》

강영식과 김명수는 한동안 껄껄 웃어대며 자전거를 달리였다.

명수는 별로 큰소리로 웃어댔으나 딸에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몹시도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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