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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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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091회 작성일 23-07-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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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제 3 장

8

(1)


몇달후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또다시 환희와 격정으로 들끓었다. 새로 개건된 비날론중간체공정들에서 생산을 활성화하고있다는 보고를 받으신 위대한 장군님께서 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시였던것이다. 지난해 8월의 현지지도로부터 약 9개월만의 현지지도였다.

종업원들은 누구라 할것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퇴근길에 올랐는데 합성직장 알데히드생산공정건물앞에 심은 두그루의 수삼나무를 격정에 젖은 얼굴로 바라보는 한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주승혁이였다.

(장군님께서 알데히드생산공정과 초산생산공정을 돌아보실 때 두그루의 수삼나무여, 너는 감격하여 세차게 설레였으리라. 그분이시야말로 너와 나의 재생의 은인이 아니신가.) 하고 승혁은 마음속으로 뇌이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알데히드생산공정을 돌아보고 나오시다가 아름이 벌게 자란 두그루의 수삼나무를 바라보시면서 나무가 멋이 있다고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이때 그이를 동행하던 신명욱책임비서가 1994년경에 당시 합성직장장이였던 사람이 심었다고 하면서 기능과 기술이 높은 그가 이번에 알데히드생산공정과 초산생산공정을 되살리는데서 역할을 하였다고 말씀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시고 그 동무가 어디 있는가, 한번 만나보자고 하시였다. 그런데 그때 승혁은 연구사업때문에 함흥의 한 공장에 가있었던것이였다.

승혁은 손바닥으로 꺼슬꺼슬한 수삼나무의 줄기를 두손으로 쓸다가 슬그머니 이마를 가져다댔다. 그 무엇인가 뜨거운것이 줄기차게 온몸으로 흘러드는것만 같았다. 그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슴배여나왔다.

(고마운 우리 장군님… 저같은게 뭐라고…)

장군님께서는 비날론로동계급의 지난날의 괴로움과 눈물겨운 모대김도 깊이 헤아려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지금까지 꾸려놓은 비날론중간체생산공정을 비롯한 중요공정들을 아무것도 없는 빈터에서 새로 건설한다고 하면 아무리 자재를 잘 대준다고 하여도 한 5년은 걸릴것이다, 그런데 2.8비날론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이 고난의 행군, 강행군시기에도 미래에 대한 신심과 락관에 넘쳐 귀중한 설비들을 목숨처럼 지키고 공장을 알뜰히 꾸리며 자력으로 생산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놓았다고 높이 평가해주시였다. 그리고 자신께서는 이런 로동계급의 정신력을 믿고 비날론공업을 현대적으로 개건할 결심을 하였다고 교시하시였다.

지금 승혁은 비날론생산공정이 멎어선 지난 10여년간 슬픔과 번뇌가 끊임없이 가슴속을 짓씹어놓아 생긴 피배인 응어리가 뜨거운 열을 받은 눈이 녹듯 풀리는것만 같았다. 장군님께서 다 알아주시는데 이제 우리가 더 무엇을 바라랴.

잠시후 승혁은 자전거를 타고 퇴근길에 올랐다.

머리우에선 5월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으로 여전히 뜨겁게 비치고 훈훈한 바람을 맞아 가로수들이 설레였으며 구내도로주변에는 갖가지 화초들이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공장은 봄을 맞으면서 풍만하고 푸르게 살아나는 수림처럼 활력있게 설레이면서 재생의 활기를 뚜렷이 보이였다.

승혁은 기업소정문을 벗어나 흥남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그는 그냥 감격에 젖어 곁에 없는 친구의 넋을 불렀다.

(여보게, 영빈이, 오늘 장군님께서 또다시 우리 공장을 찾아주시였어. 네가 일하던 알데히드생산공정을 돌아보시였어. 친구, 듣고있나? 이젠 생산공정들이 정상으로 돌아가고있다구 웃고있나? 그래, 이젠 그 얼굴에서 쓸쓸한 미소를 지워버리오.)

그런데 친구의 얼굴에선 여전히 그 쓸쓸한 빛이 사라지지 않고있었다. 승혁은 갑자기 가슴이 미여지는것만 같아 중얼거렸다.

(그래, 알만해. 너는 아들을 생각하고있군. 최성복이 그녀석을 걱정하고있구만. 일없소. 그 애야 올곧은 녀석이지. 마음놓게, 마음놓으라니까. 앞으로 꼭 제구실을 할거야.)

장군님께서 2.8비날론련합기업소를 또다시 현지지도하시였다는 소식은 빨리도 함흥시에 퍼져 최성복이 근무하고있는 기업소에도 소문이 돌았다.

최성복도 그 소문을 듣고 은근히 가슴이 설레이였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비날론공장을 떠나온지도 이젠 1년이 되여오는데 아직도 공장에 대한 정은 여전하지 않는가. 마치 자기가 일하는 공장에 장군님께서 찾아오신것처럼 기쁘지 않는가. 그곳 종업원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울것인가. 자기와 정이 깊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느라니 왜선지 서서히 밀려드는 서글픔에 가슴이 딱 막히는것만 같았다. 그는 콤퓨터기술자들의 작업장인 너렁청한 방에서 콤퓨터와 마주앉아있었으나 정신은 그냥 비날론공장에로 달려가고있었다. 프로그람을 작성하기는 케가 글렀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락파일을 펼치였다. 이때 뒤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장군님께서 알데히드와 초산생산공정을 돌아보시고 대단히 만족해하시였다지?》

《가소제직장도 돌아보시였소.》

《위대한 장군님께선 비날론로동계급의 정신력이 살아있다고 하시였다더군.》

콤퓨터실의 기술자들도 아예 일을 걷어버리고 장군님의 비날론공장현지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은것이였다. 성복은 왜선지 그들의 모임에 끼여들 체면이 서지 않아 그냥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는체 하면서 귀를 강구기만 하였다.

《2.8친구들 말이야, 콤퓨터화를 아주 높은 수준에서 생산공정에 도입하였다더구만. 자체로 원천프로그람을 개발했는데 대단하대. 장군님께서 높이 평가하셨다지 않아.》

누군가 이렇게 선망의 소리를 하자 《사실 우리 기업소 수준도 그치들만 못지 않아.》 하고 기염을 토하는 사람이 있었다. 《장군님께서 우리 기업소를 찾아주신다면 아마 우리의 콤퓨터화수준도 높이 평가하실것이라고 난 생각하네.》

그는 성복이가 은근히 아니꼽게 여기는, 언제나 머리칼이 빗질을 하지 않은것처럼 뻣뻣하니 일어서있고 얼굴이 앞으로 삐쭉 나온듯 한 인상을 주는 그리고 언제나 말참견을 잘하고 높은 소리를 지르기를 좋아하며 시끄럽게 말을 잘 걸어오는것으로 하여 성복이로 하여금 어쩐지 수닭을 련상케 하는 그런 사람이였다.

(저치가 또 나를 건드리지 않겠나?) 하고 성복이가 은근히 걱정을 하는데 아닐세라 성복이를 쪼아댔다.

《여 성복동무, 솔직히 말해보게. 비날론공장의 콤퓨터기술수준이 높다고 하는데 동문 그 기술진영에서 어느 급이였나?》

《내가 제일 낮은 급입니다.》

《그래?》

성복을 보는 기술자들의 얼굴에 경탄의 빛이 어리는데 수닭을 련상케 하는 그 사람만은 례외였다.

《여, 그따위 거짓말에 누가 넘어갈줄 아는가. 인간에게서 제일 귀중한 성품의 하나는 솔직성이라는거요. 그런데 성복이란 인간은 솔직치 못하거던.》

그 《중뿔난 사람》은 그러면 안된다는듯 엄숙한 낯빛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뻣뻣한 머리칼이 흔들거렸다. 성복은 벌컥 화가 나서 그를 쏘아보았다.

《뭐가 솔직치 못하다는겁니까? 비날론공장 콤퓨터기술자들의 수준이 보통인줄 압니까.》

정말이지 성복은 그 시각에 문종국을 비롯한 비날론공장의 기술자들에 비하면 자신의 모든것이 보잘것없이 여겨지는것이였다.

《아, 그렇게 성낼거야 있나. 그저 한마디 해본건데… 동문 괜히 과민반응을 하는구만. 헌데 동문 확실히 여기 잘못 왔어. 물론 후회될테지?》

성복은 너무 약이 올라 그를 후려갈기고싶었다.

《그만하게. 저 친구 지금 대단히 속이 좋지 않아하는데 자꾸 들쑤셔놓으면 어떻게 하는가?》 하고 누군가 《중뿔난 사람》을 눌러놓았고 다른 한사람은 성복의 마음을 위로하려들었다.

《개의치 말라구. 그저 비날론공장사람들이 부러워서 엇드레질을 해보는거요. 우리도 일을 잘하면 위대한 장군님을 모실 날이 조만간에 올거요.》

그러나 성복의 상처입은 가슴은 계속 피를 흘리였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놀리고있다고, 혹은 동정하고있다고 생각하였다.

(저런 말을 들어 싸지. 왜 떠나왔던가? 하긴 이제 와서 후회해야 무슨 소용이 있담. 그저 이대로 인생을 살아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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