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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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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650회 작성일 23-07-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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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 회)

제 3 장

4

(2)


병원에 도착하여 입원실에 들어가니 얼굴과 상반신에 붕대를 감은 영희는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마취제를 놓았다고 한다. 선철은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고 하면서 일정한 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것 같다고 말하였다.

《완치될수는 있겠지?》

춘섭의 말에 선철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럼요. 하지만 경과를 지켜봐야 해요.》

《치료하는데 필요되는 약들이 있으면 다 말해라. 내 다 구해올테니.》

《아직은 일없어요. 앞으로 형편을 보면서 외삼촌에게 말씀드리지요.》

《그래라.》

춘섭은 침통한 얼굴로 안해를 내려다보며 무슨 사죄라도 하듯 서있는 승혁에게 돌아섰다.

《난 이제 회의를 조직한게 있어 가봐야겠어. 자네가 영희를 좀 지켜주어야겠어.》 춘섭의 말에는 어쩐지 책망기가 어려있었다.

《응, 알겠소.》 승혁은 그냥 안해를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리듯 말하였다.

그 시각 승혁은 자신이 안해를 위해서 너무나 무력하고 또 그에게 빚진것이 너무나 많은 존재처럼 느끼고있었다.

그러나 잠시후에 그의 생각은 알데히드생산공정에로 달려가고있었다. 지금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고있을가? 어떤 돌발적인 사고가 생기지는 않았을가? 그의 생각은 안해와 알데히드생산공정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어쩐지 자꾸만 심장이 활랑거리고 식은땀이 손바닥에 내배였다. 승혁에게는 안해도 안해이지만 비날론생산과 련결된 합성생산공정자체가 또 하나의 사랑하는 생명체였다.

백영희는 저녁녘이 되였을 때 눈을 떴다. 자기의 침대머리맡에 앉아있는 주승혁을 보는 그 녀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였다.

《당신을 못 보는줄 알았어요.》

《무슨 소릴 하는거요. 치료를 받으면 일없소. 선철이가 담당의사요. 그리고 난 이제부터 당신옆에 계속 앉아있겠소.》

승혁은 자기자신이 안해의 곁에 계속 앉아있겠다는 그 말을 지키는것이 얼마나 힘든것인가를 잘 알고있었다. 하여 그는 안해에게 더욱더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느끼였다.

영희의 손이 붕대를 감은 얼굴을 더듬었다.

《내 얼굴이 볼꼴사납게 되는게 아닐가요?》 그 녀자의 두눈으로 계속 눈물이 나왔다.

《아니요. 좀 흠집이 생길수는 있겠지. 그러나 괜찮을거요.》

승혁은 위로의 말을 하였으나 나이가 들었어도 아름다움이 보존되여있던 그 얼굴에 손상이 갈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미여지는듯 아팠다.

남편을 위해 한생 고생을 많이 한 안해였다. 자기는 직장일이 바쁘다고 늘 나가살았고 집안살림은 대체로 안해의 연약한 어깨우에 실려있었다. 맏딸이 전문학교를 나오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시집을 가고 아들이 대학을 나오고 의사가 되기까지의 안정이 깃들었다고 할수 있는 가정생활에는 안해의 숨은 노력이 깃들어있다. 성격이 못되였다고 지청구를 하면서도 은근히 남편에 대한 믿음과 긍지를 간직하고 살아온 안해였는데 남편이 해임철직됨으로 하여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아마 주승혁 본인보다도 안해의 고민이 더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라고 승혁은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던중 남편의 한생이 깃들었다고 할수 있는 합성직장의 개건이 추진되고 축 처졌던 남편의 어깨가 다시 살아나는것만 같아 은근히 성수가 났던 안해였는데 마른 하늘의 벼락처럼 이런 불상사가 들이닥친것이였다. 아,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승혁은 안해가 모르게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저녁녘에 신명욱책임비서가 입원실에 들어섰다. 그의 뒤를 따라 병원원장이며 선철이가 따라들어왔다. 승혁은 명욱책임비서가 병원을 찾아와서 원장을 만나보았다는것을 직감하였다.

명욱책임비서는 놀라서 일어나려고 하는 영희를 제지시키였다. 《그냥 누워계십시오.》

명욱책임비서는 측은한 눈길로 영희을 보다가 승혁에게 돌아섰다.

《승혁동무, 안됐소. 공장일은 걱정말고 아주머니를 잘 돌봐주어야겠소. 지금 알데히드생산공정이 순조롭게 돌아가니 초산생산공정도 잘될거라는 신심이 있소. 마음놓고 안해곁에 남아있소. 그래도 아들이 의사이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구만.》

《책임비서동지, 고맙습니다. 내 인차 공장에 나가겠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는 마오. 내 원장선생과도 선철이 엄마 병치료와 관련해서 토론을 했는데 별로 크게 악화될 걱정은 없다고 하오. 화상치료에 좋은것이면 다 제기하라고 했소. 기업소에서 보장하도록 하겠소.》

《현재는 괜찮습니다.》 하고 병원원장이 끼여들었다. 《우리 병원에서 할수 있는껏 노력해서 완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산업병원은 화상치료에선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실력있는 의료진을 가지고있거던요. 선철선생도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무시할수 없는 실력자입니다.》

《좋습니다. 다 락관적이군요. 승혁동무, 그렇지 않소?》 책임비서가 물었다.

《예, 난 더 바랄게 없습니다.》

명욱책임비서는 영희에게 치료를 잘 받으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나서 입원실을 나섰다. 명욱책임비서를 쫓는 영희의 두눈엔 축축히 눈물이 어려있었다.

승혁은 밖으로 나가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책임비서를 바래웠다. 그의 가슴속에는 무한한 신뢰와 굳은 결의가 꽉 차고넘치는것만 같았다.

(저런 당일군이 뒤에 서있는데 내 무엇을 두려워할것인가!)

승혁은 입원실로 들어오다가 의사실에 들려 합성직장에 전화를 걸어 알데히드생산공정에 다른 이상이 없는가를 알아보았다. 김명수는 백영희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보고 치료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부탁의 말을 하고나서야 승혁이가 알고싶어하는 소식을 전달하였다. 그런데 그 소식은 시원치 않았다. 오후에 생성반응기의 온도저항관(온도수감부)이 터져나가면서 모액(촉매액)이 튀여나왔다고 한다. 운전공들이 희생적으로 옷을 벗어 터진 구멍을 틀어막고 발브를 돌려 모액을 딴곳으로 뽑았다.

《원인을 알아봤소?》

《저항관의 재질이 문제였습니다. 자동화직장 친구들이 덤벼치면서 매질특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하지 못했더란 말입니다. 일반적인 재질을 선택하다보니 하루동안에 부식되여버리고말았지요. 대책을 세웠습니다.》

《정류는 어떻소?》

《순도가 높지 못합니다.》

10여년만에 돌리는 생산공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갈리가 없었다. 원래 화학공장들의 시운전기간은 6개월~1년간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승혁에게는 왜서인지 자신의 불찰로 사고들이 생기는것처럼 여겨지는것이였다.

(시운전과정에 불상사들이 생기는데 시운전책임자인 너는 과연 여기서 무엇을 하고있는가!)

승혁은 금시 가슴이 터지는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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