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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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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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철의 말을 듣고 주승혁당자보다도 더 가슴에 상처를 입고 격분한 녀인이 있었으니 그는 승혁의 안해 백영희였다.
남편의 청렴결백함을 믿고있는 백영희는 승혁이가 직장장직에서 해임된것도 억울하게 받아들인 녀자였다. 사실 승혁이가 비법적인 일에 관계하였다고는 하지만 자기 개인의 리익을 위해 그 무엇을 사취한것은 하나도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직장의 어떤 사람들이 남편을 비난한다는 소리를 듣자 순간에 화가 머리끝으로 뻗쳐올랐다. 하여 그 녀자는 숨을 씨근거리며 남편이 퇴근해오기를 기다리다가 승혁이가 집안에 들어서자바람으로 울화를 터쳐놓았다.
《아니, 합성에서 쫓겨난 주제에 다시 거기 발길 한다는게 낯이 뜨겁지 않습데까.》
《당신 무슨 허튼소리를 듣고서 그래?》 승혁은 아닌보살하면서 담배를 피워물었다.
《허튼 소리라구요? 선철이가 없는 소릴 지어냈겠어요. 당신은 밸도 없어요? 무엇때문에 남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찾아가서 욕을 먹어요? 래일부터 당장 그만두세요. 합성직장과 이젠 인연을 끊으란 말이예요.》
백영희는 부엌에서 왕방울로 퉁노구 가시듯 왱강댕강 소리를 요란히 내면서 저녁식사를 차리였다. 그 녀자의 잔주름살이 덮인 둥실한 얼굴은 분격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알겠어요? 합성직장근처엔 가지도 말아요. 창피하지도 않은가부지.》
안해의 말을 덤덤히 듣고만 있던 승혁이가 갑자기 꽥 소리쳤다.
《어쨌든 합성을 살려야 한단 말이요.》
동요하는 자기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고있던차에 안해까지 자기에게 그 무엇을 강박하려든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끓어올라 견딜수가 없었다.
《왜 나한테 큰소리예요. 해봐야 할 사람들은 어디 있는데 애꿎은 녀편네한테 화풀이하는거예요?》
백영희는 두눈에서 별찌를 튕기면서 야료를 들이대였다.
《나도 합성공정을 살려야 한다는건 알고있어요. 그것이 비날론지구 사람들 누구나 바라는것이라는것도 알고있구요. 10년나마 세워두었던 합성직장을 살린다는데 내가 왜 기쁘지 않겠느냐 말이예요. 나도 합성직장에서 일한 녀자가 아닌가요. 하지만 당신이 사람들의 비난을 사면서까지 그 직장에 가는건 바라지 않아요. 당신이 없으면 합성직장이 일어서지 못할가봐 걱정이예요? 과대망상에서 벗어나라요.》
승혁은 무엇이라 대꾸할 말을 찾아낼수가 없었다. 안해의 말에 어느정도 진실이 내포되여있다고 생각되였다.
《당신이 정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이 연구소로 찾아올것이고 당신은 그들에게 옳은 조언을 줄수 있지 않겠어요. 당신이 꼭 합성직장에 다시 가야만 그 직장 일이 되는게 아니지 않는가요.》
승혁이가 덤덤해있자 영희는 단호하게 선언하였다.
《당신이 합성에 가서 일하는 한 난 당신에게 밥을 해주지 않겠어요. 내 지금까지는 당신에게 지고 살았지만 이번만은 양보하지 않을테니 그리 알라요.》
(허, 이 사람이 독을 쓰는군.) 승혁은 허거프게 웃었다.
백영희는 원래 장진군에서 살던 녀자였는데 수령님의 교시에 따라 비날론공장을 5만톤규모로 확장하는 건설이 진행되면서 돌격대에 망라되여 공장에 왔다가 건설이 끝나자 합성직장에 떨어졌다.
그 녀자는 합성직장에서 합성정류작업반 운전공으로 일하게 되였는데 그 작업반에 주승혁이도 있었다.주승혁과 백영희는 한작업반에서 일하면서 사랑하게 되여 결혼하였다.
그들이 결혼하는데 머리를 흔드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
당시 영희는 체격이 크고 얼굴이 곱살한 처녀였는데 그 성격이 록록치 않았다. 그는 웬간한 사람에게는 지려 하지 않는 드센 녀자였다. 그때문에 주승혁이나 백영희를 잘 아는 어떤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수군거렸다.
《주승혁과 백영희는 다 성격이 세기때문에 같이 살지 못한다. 꼭 갈라질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영희는 《두고보라, 난 꼭 잘살것이다.》고 가슴에 새기였다. 영희는 부부간의 다툼이 일어나고 성미가 울컥할 때마다 《그들은 같이 못산다.》고 하던 사람들의 말을 되새기며 자기를 억제하고 얌전해지군 했다. 하여 일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그들은 별로 큰소리가 없이 금슬이 좋은 부부로 지금까지 살아온것이였다.
그런데 백영희는 이번만은 애써 얌전해지지 못하고 남편에게 해보는것이였다. 그 녀자는 남편이 부당하게 모욕을 당하고 업수임을 받고있다고 보았으며 그것은 곧 안해인 자신에 대한 모욕과 업수임으로 여긴지라 곱게 남편에게 양보할수 없었던것이다.
《똑똑히 대답하라요. 합성에 가겠어요, 안 가겠어요?》
영희는 승혁에게 따지고들었다.
《내참, 살다가 녀편네에게 별 구박을 다 당하는구만.》
(속이 좁은 아낙네들에게야 리치가 통할수 없지.)
승혁은 아무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움쭉 자리를 털고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식사 안하고 어딜 가는거예요?》
그는 뒤에서 울리는 안해의 말에 아무 대꾸도 않고 집을 나섰다.
캄캄한 어둠속을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갔다.
《제기랄것, 맘대로 말들 하라지. 내가 갈길은 내가 알고있으니까.》
그는 누구에게라 없이 이런 말을 중얼거리였다.
그는 정처없이 거닐다가 강영식의 집으로 들어갔다.
《강동무, 있소?》
강영식은 승혁의 얼굴색을 보고 무슨 기분나쁜 일이 생겼다는것을 짐작했는지 리유를 따지지 않고 자기 안해에게 술상을 차려내오라고 일렀다.
《강동무, 됐소. 난 술마시러 온게 아니요.》
《왜 그러오? 기분이 저기압이로구만.》
영식은 술마시러 온게 아니라는 승혁의 말을 공연한 엇드레질로 받아들이였다. 그만큼 승혁은 지난날 술을 사양하는 법이 없었던것이였다.
강영식의 안해는 남편의 건강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녀자였다. 그 녀자는 술상을 가져다놓으면서 강영식에게 마치 학생에게 당부하듯이 엄하게 또박또박 찍어 강조하는것이였다.
《당신은 마시지 마세요. 알겠어요?》
《알겠다니까.》
영식의 짜증어린 소리를 들으면서 승혁은 비주름히 미소를 머금었다.
(녀자들이란 그저 어디 가나 한가지로군.)
승혁은 안주인이 성의껏 차려온 술상을 외면하고 여기저기 눈길을 돌리다가 물었다.
《혜경이는 어디 갔소?》
《설계실이 요새 바쁘오. 개건공사를 추진하자면 우선 설계문건들이 선행되여야지. 그래서 집에 늦게야 들어오오.》
《그 애가 수고하는군.》
《자, 한잔 들기요.》
영식이 술고뿌를 쳐들자 머리를 흔들었다.
《난 술 끊었소.》
《정말?》 영식은 미덥지 않다는듯 지그시 승혁을 여겨본다.
《정말이요. 장군님께서 우리 공장을 현지지도하신 그날부터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소. 비날론이 나오는 날까지.》
《허- 그거 대단한데… 역시 주동무가 주동무구만.》 영식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래도 한잔쯤이야.》
영식이 술고뿌를 승혁의 입가까이에 바투 들이댔다.
승혁은 물끄러미 맑은 액체가 남실거리는 고뿌를 들여다보았다. 술냄새가 코로 스며들면서 목젖이 간질거리였다. 저걸 한고뿌 쭉 들이키면 후련해질것이다. 가슴속이 뜨끈해오는 쾌감을 맛보고싶다. 그는 술 고뿌를 받아들었다.
(그래, 한잔쯤이야. 속이 이렇게도 타는데…)
다음순간 위대한 장군님의 현지지도가 있었던 그날 너무 감격하고 가책이 커서 비날론이 나올 때까지 술을 끊겠다고 안해앞에서 다진 그 맹세가 떠올랐다.
(정신차리라. 넌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
승혁은 가늘게 한숨을 쉬면서 술고뿌를 내려놓았다.
《차라리 물이나 한그릇 주오.》
안주인이 물 한그릇을 가져다주면서 이상하다는듯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정말 술 끊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마나… 다시 보게 됩니다.》
녀인이 탄복하면서 주시하는데 승혁은 물 한그릇을 꿀꺽꿀꺽 다 마셔버렸다.
영식은 안해에게 술상을 내가게 하였다.
승혁은 자기 안해와 말다툼을 한 사연을 이야기하였다.
《강동무, 어디 동무가 말해보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난 주동무를 잘 알고있소. 동무야 어쨌든 합성을 외면할수는 없는 사람이지. 지배인동무가 왜 동무를 부디 불러 도와달라고 하겠소. 합성이 살아나자면 동무의 손이 가야 해. 누가 동무만큼 합성을 아는 사람이 있나.》
《그따위 소린 그만두오. 다 나보다 낫소.》 승혁은 손을 저었다.
《아니요. 기능적으로, 기술적으로 그리고 설비장치를 정통한 면으로 봐도 그래… 한직종에서 근무한 그 년한으로 봐도 누구도 당신을 따르지 못하지.》
《허, 이 사람 날 비행기를 태우는셈인가.》
승혁의 얼굴에는 조소가 어리였다. 그는 자기자신을 비웃고있었다.
영식의 얼굴은 심각하였다.
《그게 언제적에 있은 일이였던가? 우에서 사람들이 내려와 비날론계통의 설비들을 뜯어갔었지.
그때 동무는 그야말로 많은걸 각오하면서 합성직장설비들을 지켜싸웠지. 난 그때 주승혁이야말로 신념이 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댔소.》
승혁의 갱핏한 얼굴은 고통을 씹어삼키는것처럼 이그러졌다.
《그만하오. 난 보잘것 없는 인간이요.》
승혁의 목소리는 눈물에 잠긴듯 갈려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힘을 주려는 영식의 심정을 뜨겁게 느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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