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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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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046회 작성일 23-08-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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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 회)

제 6 장

9


다음해 1월에 들어가 전기가열기가 완성되여 그것을 초산비닐합성탑곁에 설치하게 되였다. 증기직장에서 배관을 타고오는 증기는 그 전기가열기를 통과하는 과정에 과열증기로 되여 합성탑으로 들어가게 되였다. 다시 초산비닐합성공정을 돌리였다. 초산비닐합성에 필요한 증기온도가 보장되였음을 알리는 지표가 콤퓨터화면에 나타났을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모두가 환성을 올리였다.

《성공했소. 전기가열기가 성공했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터뜨리며 주승혁에게 선망의 눈길을 보내였다. 우정 다가와서 축하의 말을 하는 일군들도 있었다.

주승혁은 의자바닥에 모포를 두툼하게 깔고앉아 느슨한 미소를 지었다. 지도소조책임자 리영복이 아직 몸이 불편한 그를 위해 직접 모포를 들고와서 의자에 깔아주었다.

주승혁은 자부감을 느끼는 속에서 의무감을 되새기였다.

(그만하면 괜찮은셈이다. 이젠 어디한번 해보자.)

초산비닐합성시운전이 계속되였다. 원료를 투입하자 온도가 더 오르기 시작하였다. 점점 오르는 온도가 승혁을 불안케 했다. 급기야 온도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승혁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다년간 합성직장에서 일해온 주승혁은 이런 경우에 폭발사고가 일어나는것을 여러차례 체험한 사람이였다.

《위험하오. 모두 운전실에서 나오지 마시오.》 하고 소리친 주승혁은 급히 운전조작실을 나섰다. 언제 자신이 초산증발기우에 올라갔는지 의식하지 못하였다. 그는 비상발브를 열었다. 그리고 초산이 공급되는것을 확인했다. 폭발위험은 사라졌다. 숨이 후 나갔다. 어느 사이에 온몸이 땀주머니가 되여 2메터높이의 초산증발기에서 내려섰다. 그때야 그는 숱한 사람들이 자기의 뒤를 따라왔음을 발견하였다. 김명수를 비롯한 일군들뿐아니라 젊은 운전공들도, 최성복과 같은 콤퓨터기술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화학생산공정에서의 폭발이 얼마나 큰 후과를 초래하는지를 모르는 철부지들도 아니였고 중상이나 죽음같은것을 우습게 여기는 초인간들도 아니였다. 조금 날카로운데 쓸치여도 피가 나오는 피부와 다급하고 위험한 정황속에선 일쑤 두근거리기도 하는 가슴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였건만 그들의 심장은 무엇때문인지 위급한 순간에 주승혁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웨치였고 따라서 약속이나 한듯이 운전조작실을 나섰던것이였다.

《아니, 어찌된 일입니까? 모두 꼼짝말고 운전조작실에 있으라고 했는데… 합성탑이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압니까?》 승혁은 누구에게라없이 볼멘 소리를 하였다.

《아바이, 죽어도 함께 죽어야지요. 혼자 저세상에 가겠습니까. 그럼 무슨 재미가 있겠소. 저승길도 동무가 있어야 좋다고 하지 않소.》

김명수가 롱조로 말하며 승혁의 팔을 부축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웃었다. 그런데 승혁은 자기의 눈굽이 쩌릿이 젖어듦을 느끼였다. 그들모두가 다 한집안식구들처럼 안겨왔고 그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난관과 시련도 웃으면서 헤쳐갈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였다.

《헌데 대체 왜 급격히 온도가 올라간겁니까?》 한 나이지숙한 운전공이 머리를 기웃거리면서 묻는다.

승혁은 계기를 살펴보고 말하였다.

수위계가 얼어서 오동작을 했소. 다행스럽게 인차 대책을 세웠으니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소.》

운전조작실로 걸어가는 승혁을 둘러싼 사람들속에는 박춘섭도 있었다. 그는 다시금 깊은 감동과 자책에 잠겨들었다.

참으로 이들은 모두 심장이 뜨거운 사람들이다. 하루하루를 충정과 위훈으로 수놓아가는 과정에 한덩어리로 뭉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비날론을 지키였고 위대한 장군님을 받들어 새 세기의 새로운 비날론을 탄생시키자고 한다. 이들이 탄생시키게 될 비날론은 얼마나 아름답고 순결한 창조물로 될것인가.

나는 여기서 그 무엇을 지도한다기보다 하나의 인간수업을 하면서 허심하게 배워야 할것이다. 춘섭은 다시한번 자기자신에게 말하였다.

새로 태여나자, 새 비날론탄생의 선풍속에 너를 내여맡기라. 이제는 간부라는 허울좋은 모자를 벗어던지고 사랑으로 심장이 뜨겁게 뛰는 순결한 인간이 되리라.

승혁은 운전조작실에 들어가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고 공정이 정상상태로 동작하고있음을 확인하고 다시 큰숨을 내쉬였다. 그는 명수에게 증기호스로 언 부분을 녹이고 계기의 불량상태를 퇴치시킬것을 부탁하였다.

《이젠 한고비를 넘긴셈이지요?》 하고 춘섭이 물었다.

, 온도가 다시 오를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춘섭은 승혁에게 담배 한대를 권하였다.

《나가서 한대 피우자구.》

그들은 좀 조용한 곳으로 갔다.

주동무, 난 동무에게 감복되였소.》

《갑자기 무슨 소리요?》

《됐소. 그저… 소년시절부터 동무를 사귀여온걸 자랑으로 생각했소.》

승혁은 가슴이 시큰거리였다.

주동무, 동문 우리 학급 사로청초급단체 위원장이였지?》

《처장동문 부위원장이였지? 허허.》

《처장은 무슨 처장… 본래대로 춘섭이라고 부르오.》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야 존대해야지. 자네야 간부가 아닌가.》

《간부는 무슨 간부야.》 춘섭은 손을 흔들었다.

《몸을 잘 돌보라구. 새 비날론을 탄생시키는데 동무가 없으면 안돼.》

《고맙소.》

주승혁은 인생에 다시 없을 행복감을 느끼였다.

참다운 인생은 다름아닌 사랑이였다. 그리고 사랑을 변함없이 간직하고살 때 그 인생은 행복한것이다.

춘섭은 승혁의 손을 잡아주고나서 떠나갔다.

승혁은 로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으로 갔다. 명수가 직접 증기호수를 들고 작업하고있었다. 명수는 승혁이가 다가오자 말하였다.

주동지, 여기 일은 내가 봐줄테니 내 방에 가서 좀 쉬십시오. 온도가 오르자면 아직 몇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습니까.》

《난 일없소.》

《내 성복이한테서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승혁동지가 전동기를 빌려주고 대신 성복이네 집수리에 필요한 자재들을 받았다는것을… 내 승혁동지에 대해 몰랐던게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목적은 어떠했든지간에 난 규정을 위반했소. 난 응당한 책벌을 받았던거요. 과거는 과거이고 오늘이 중요하오. 빨리 비날론을 뽑아 장군님께 충정의 보고를 올려야 할게 아니요.》

이윽고 주승혁은 건물밖으로 나왔다. 합성직장과 중합직장사이의 도로가에 세운 속보판들이 눈에 띄였다. 도내 각급 단위들에서 비날론로동계급을 위훈에로 추동하는 선동직관판들을 내붙였다. 거기에는 도작가동맹의 시인들과 종업원들이 창작한 시들도 붙어있었다. 어느 한 시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너를 사랑하기에》란 말이지.)

승혁이가 벽시를 읽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녀인이 그를 찾았다. 돌아보니 리정삼의 안해 안지향이였다.

《철수 엄마가 어떻게 나타났소?》

수직방사직장에 가요. 당장 비날론을 뽑게 되였다고 어서 나오라는군요. 기능공들이 부족하대요.》

《그러니 공장에 다시 입직하는거겠소?》

《아버님이 말했지요? 꼭 방사직장 기대에 서야 한다구요. 난 언제나 그 말씀을 잊지 않고있었어요. 얼마나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몰라요.》

지향은 몇걸음 걷다가 돌아서서 말하였다.

《지금 기능공들이 앞을 다투어 찾아들고있어요.》

안지향은 생기가 도는 모습으로 수직방사직장쪽으로 걸어간다.

(얼마나 좋은가. 이제는 우리 기업소가 완전히 되살아나는구나. 사람들의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여나는구나.)

이때 방송선전차에서 10번째의 사회주의경쟁총화결과가 발표되고있었다. 방송원은 김준선작업반이 10번째 사회주의경쟁총화에서 보수부문 1등을 쟁취하였음을 말하면서 이것은 김준선작업반의 8번째의 우승이라고 하였다.

김준선작업반원들은 자기들이 결의한대로 매번 다 1등을 쟁취하지 못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위훈을 세웠다는것을 종업원들 누구나 다 인정하고있었다. 그들은 두차례에 걸쳐 3등과 2등으로 밀려난적은 있었지만 자기들의 깨끗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울리였고 그 줄기차고 드높은 열정으로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놀래웠던것이다.

(준선이가 장하구나. 장군님의 사랑과 믿음이 사람들을 새 모습으로 태여나게 하는구나.) 주승혁은 격정으로 가슴이 뻐근해졌다.

주승혁은 자기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주승혁이로 변모되였음을, 하여 사람들이 새로운 눈으로 자기를 보고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있었다.

승혁은 그저 흐뭇한 마음으로 아까 보려고 했던 그 시를 찾아 읽어보았다.


비날론이여, 내 너를 사랑하기에

너를 안고 울고 웃으며

고난의 세월을 이겨왔어라


이제 너는 장군님의 사랑속에

새 모습으로 태여나리니

너를 안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노라


(그것 참, 신통하게는 썼군.) 승혁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였다. 필자의 이름을 보니 강혜경이였다.

(역시 강혜경이로구나. 새시대 청춘들의 리상, 우리 비날론공장의 미래를 대표하는 처녀…)

승혁은 힘이 솟구쳐 초산비닐생산합성공정 운전조작실로 들어갔다.

초산비닐이 성공적으로 합성되였고 이어 돌린 정류생산공정도 순조롭게 돌아갔다. 순도높은 초산비닐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비날론을 생산하는데 충분한 초산비닐이 생산되였다.

저장조에 차오른 그 초산비닐액체가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불타는 마음이 고여 이루어진 귀중한 결정체로만 생각되였다.

밤 12시였다. 그 시각에 운전조작실에는 운전공들이 있을뿐이였다. 기업소의 책임일군들은 초산비닐생산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고 중합직장을 비롯한 그 다음공정의 직장들에 나가있었다.

승혁은 수직방사직장시운전때문에 거기 가있는 지배인에게 그 정형을 보고하였다.

《초산비닐이 확보되였습니다.》

《야, 수고했구만. 주동무가 끝내 해냈구만. 비날론생산을 위한 돌파구가 열린셈이요.》 수화기로 정준학지배인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 초산비닐은 이젠 됐습니다.》

《여기서 지금 막 방사공정을 돌리기 시작했소.》

주승혁은 자기의 두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것을 감촉하였다. 어쩐지 입귀에 와닿는 그 눈물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눈물로 앞이 흐릿해지는 속에 수직방사직장의 하조장에 막 쏟아져내리는 비날론띠섬유가 보이는것만 같았다.

(아, 비날론… 너는 끝내 우리를 찾아오는구나. 보다 아름답고, 보다 풍만하고, 보다 튼튼한 모습으로…)

승혁은 비날론을 한가슴에 끌어안고 막 흐느껴울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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