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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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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072회 작성일 23-07-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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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회)

제 3 장

7

(1)


주승혁은 알데히드생성반응기의 하부순환액관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관의 온도가 뜨겁기때문에 귀를 직접 대지 못하고 원주필의 한쪽 끝은 관에, 다른쪽끝은 귀에 대고 반응기의 운동학적상태를 고찰하고있었다. 사람들은 승혁의 거동을 지켜보다가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떠나가군 하였다. 어떤 지꿎은 사람이 무얼 듣는가고 자꾸 묻자 승혁은 가스가 흐르는 상태를 듣는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사람도 승혁이처럼 동작을 취해보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도대체 무얼 듣는다는거요? 난 도무지 모르겠구만.》

승혁이처럼 풍부한 경험과 높은 기능을 소유한 사람만이 청진으로 관안의 상태를 느낄수 있고 진단할수 있었다.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저 귀신같은 령감이 무슨 수를 내놓겠는지 두고보자구.》 하고 수군거리는가 하면 《주아바이 지금 돌지 않았대? 하도 알데히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정신이상이 온지도 몰라.》 하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거나말거나 벌써 몇시간이 지났으나 변함없는 그 자세로 청진을 계속한다. 확실히 관을 통과하는 가스의 속도가 비정상적이다. 어떤 때는 쏴- 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떤 때는 출렁출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때문에 알데히드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있는가? 그것을 자신의 온갖 지혜와 힘을 다 동원하여 반드시 밝혀내야 함을 주승혁은 비날론의 력사와 미래가 내리는 명령처럼 받아들이였다.

마치도 그의 온몸은 관을 통해 생산공정전반과 하나로 된것 같았다. 그는 자기의 온넋과 감각과 피부로 공정에 밀착되기를 바라고있는것이였다. 그는 관에 귀를 기울이다가는 허리를 펴고 곰곰히 생각하였고 다시 귀를 기울였다가는 주저앉아 전자수산기를 놓고 계산을 하였다. 마침내 그는 순환액관의 굵기가 적당치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생성반응기를 개조하였으면 그에 맞게 순환액관도 개조해야 하겠는데 원래의 관을 그대로 썼던것이다. 그는 오유를 범했다.

(머저리, 바보!)

승혁은 자신을 호되게 꾸짖으며 순환액관의 굵기를 어느 정도로 할것인가를 계산하였다. 운전조작실로 들어가니 운전공들과 기술일군들이 맥빠진 얼굴로 승혁을 쳐다보았다.

《주아바이, 이거 어떻게 되는 판이요?》 누군가 하소연하듯 말을 던지였다.

이때 마침 한명산기사장이 김명수와 함께 들어왔다.

《어떻습니까? 원인이 무엇인지 알것 같습니까?》 아직 나이가 젊은 명산은 주승혁을 깍듯이 대하였다.

《반응기 하부순환액관이 잘못된것 같습니다. 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봅니다.》

승혁은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럼 생산공정을 세워야겠지요?》 명산기사장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관을 잘라내고 다시 만들어야겠습니다.》

김명수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끼여들었다. 《그럼 제대로 될가요?》

《돌려봐야지.》

《아바이, 무책임한 소리를 그만두지 못하겠소.》 명수가 갑자기 열이 올라 성칼진 소리를 냈다. 《합성직장이 아바이 실험실이요? 온 나라가 우릴 지켜보는데 어쩌면 그렇게 셈평스런 소릴 하는거요.》

승혁은 한순간 반발심이 솟구쳐올랐으나 놀랄만 한 자제력으로 자신을 다잡고있었다. 그는 성격을 죽이라, 너는 자신의 처지를 잊지 말라, 명수는 직장장이다, 그를 존중하라고 하는 내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여 승혁은 뜻밖에도 미소를 띠웠다.

《직장장동무, 내가 무슨 천재입니까? 내가 천리혜안을 가진거야 아니지요.》

《아바이가 생성반응기를 개조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일이 생겼겠소?》 명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내가 실수했다는것을 인정하오. 그런 면에서 직장장동무의 비판을 얼마든지 받지. 당회의에서도 솔직히 자기비판을 하겠소. 하지만 직장장동무가 생성반응기를 개조한것을 걸고드는것은 좀 너무하구만.》

승혁의 말은 어쩐지 야유조로 울리였다. 그럴수록 명수는 더욱더 약이 오르는지 목소리를 높인다.

《주아바이, 말은 잘하는데… 열번 생각해보고 한번 가위질을 해야 한다는걸 잊지 말아야겠소.》

《그런가요? 좋은 명언을 들었소.》

《됐습니다. 자중합시다.》 기사장이 승혁과 명수의 사이에 끼여들며 자기의 량손으로 그들의 손을 하나씩 잡으며 웃었다.

《뭘 애들처럼 그럽니까?》

명수의 붕대가 감긴 손이 승혁의 눈에 띄였다. 명수는 바로 생성반응기에서 촉매액이 터져나와 희생적으로 막는 과정에 100도씨가 넘는 용액에 화상을 입었던것이다. 그것을 아는 승혁은 명수가 지금 신경이 몹시 날카로와졌을것이라고 자신을 납득시키려 애썼다.

《직장장동무, 내가 다른것은 잘 몰라도 한가지만은 명심하고있소. 아무리 어렵더라도 새롭게 생산공정을 꾸려야 한다는…》

《주승혁동지 말이 옳습니다.》 한명산기사장이 말하였다. 《새롭게 한다는게 수월할수가 없지요. 설사 실수를 할수도 있고 오유를 범할수도 있지만 우리는 부단히 새것을 지향해나가야 합니다.》

명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입술이 푸들푸들 떨리였다.

《아니, 내가 무슨 보수주의분자요? 그러지 마시오. 나도 잘해보자는 사람입니다. 하루빨리 생산공정을 살려서 위대한 장군님의 믿음과 사랑에, 우리 인민들의 기대에 보답하자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됐습니다. 여기 누가 그걸 의심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명산기사장은 다시금 웃었다.

그러나 명수의 관자노리에서는 여전히 가는 피줄이 팔딱팔딱 뛰고있었다.

《이제 제꺽 주승혁동지의 안을 놓고 협의회를 해봅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주동지의 생각이 옳은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한명산이 소집한 기술일군들과 기능공들의 협의회에서는 갑론을박의 론의끝에 주승혁이가 내놓은 순환액관개조안이 결정되였고 즉시 명산은 전투조직을 하였다.

그날부터 알데히드생산공정을 세우고 순환액관을 개조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기업소의 우수한 용접공들이 동원되여 12시간만에 새롭게 관을 제작하여 조립하였다.

그럭저럭 일이 제대로 되여갔으나 명수와 날카롭게 충돌했던 그 사실은 때없이 승혁의 머리속에 떠오르며 그를 불안케 하는것이였다. 승혁은 합성직장의 개건을 대하는 명수와 자기의 립장에서의 차이가 명백히 존재하고있음을 깨달았던것이다. 이로 하여 앞으로도 다시 부딪칠수 있으며 또 자기들의 관계가 순조롭게 흘러가기 힘들것이라고 생각되였다. 그러나 승혁은 인차 자기자신을 탓하며 지꿎게 자리잡으려드는 불안을 뿌리쳐버린다.

(에라,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어쨌든 합성직장의 개건보수가 성과적으로 추진된다면 그만이 아닌가.)

순환액관을 교체하고 생산공정을 돌렸는데 콤퓨터화면에는 생산기술공정이 정상화되였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타났다. 알데히드가 정상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승혁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어리였다.

알데히드생산공정은 끝내 승혁과 한몸으로 되였고 그의 의지에 따라 손과 발처럼 돌아가는것이였다. 승혁은 뻐근한 환희를 느끼였다. 그것은 병을 고치고 건강해진 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기쁨과 흡사한것이였다.

그러나 승혁은 결코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초산생산공정이라는 다음목표를 점령하여야 하였다. 알데히드생산공정의 개건과 초산생산공정의 개건은 동시에 추진되였었다. 이미 공정의 보수와 정비가 끝났고 그에 맞는 콤퓨터화체계도 만들어졌다.

주승혁을 책임자로 한 시운전그루빠성원들이 초산생산공정의 시운전을 시작하였다. 시운전은 첫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합성탑에 산소가 보장되지 못하였다. 산소를 생산하는 암모니아직장에서는 분명히 산소를 보내는데 압력계는 움직이지 않았다.

초산생산공정현장에 몰려들었던 일군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울상이 되였다. 론의끝에 분명 산소배관이 터진것이라고 결론하였다.

일군들은 저마끔 자기의 할바를 깨닫고 달려나갔다. 잠시후 운전조작실은 조용해졌다. 운전공들과 함께 주승혁이가 방에 남아있었다.

밤이였다. 밖에선 겨울바람이 쌩쌩 몰아치고있었다. 승혁은 의자에 뿌리를 내린것처럼 까딱없이 앉아 지그시 콤퓨터화면을 바라보고있었다.

배관직장에선 배관을 돌아본즉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암모니아직장에서는 산소를 보낸다고 하는데 왜 산소가 오지 못하는것인가?

시운전을 지켜보던 지배인도, 기사장도 안이 달아 직접 배관의 터진 부위를 찾는다면서 전지불을 켜들고 나갔다. 아마 그들은 합성직장에서 암모니아직장까지의 수백여메터가 넘는 구간을 샅샅이 훑고있을것이다. 5메터높이의 사뽀트(공중에 배관을 늘이기 위해 설치한 콩크리트받침대)에 의지하여 길게 뻗어간 그 배관들에 올리비쳐지는 여러개의 전지불줄기들이 승혁의 눈앞에 보이는것만 같았다.

아니다, 배관탓은 아닐것이다. 가령 산소가 중간에서 샌다고 한들 이렇게도 압력계가 약하게 동작할수가 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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