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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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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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혁이가 김명수의 방으로 들어가니 그는 전화통을 붙들고 누구에겐가 소리를 질러대고있었다.
《동무, 말같지 않은 소린 하지도 마오. 그래도 합성직장의 주인이야 우리겠지. 숱한 사람들이 모여와서 일한다고 해도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피곤한 사람은 주인들이란 말이요.》
(저 사람이 누구보다도 수고를 많이 하는것만은 부인할수 없는거야.) 하고 승혁은 생각하였다. (내가 직장장이라고 해도 헐치 않을거야.)
《동무, 무조건 내 말대로 하시오.》 명수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나서 곱지 않은 눈길로 승혁을 보았다. 《어떻게 왔습니까?》
《잔사처리공정을 어떻게 앉히겠는가 하는 문제를 토론하자고 왔소. 내 생각엔…》
승혁이가 합성직장건물의 어느곳에 잔사처리공정을 옮겨앉히면 좋을것이라고 말을 하는데 명수는 아무런 대꾸도 없다가 퉁명스럽게 뇌까렸다.
《주동지, 그걸 뭐 나하고 토론할게 있습니까. 아바이마음대로 하면 될텐데요.》
명수는 잔사처리공정이 끝내 합성직장건물안으로 들여오는것으로 결정이 되자 잔뜩 밸이 붙어있었다.
합성직장의 개건에서 직장장인 자기의 의견이 왕왕 무시되고 주승혁의 주장이 중시되고있다는 사실자체가 그의 자존심을 심하게 찔러대고있었다. 알데히드와 초산생산공정의 개건과정에 자존심에 입었던 상처도 아물었댔는데 승혁의 존재는 그 묵은 상처까지 헤집어놓는것이였다
이번에 잔사처리공정문제를 두고서는 사정하다싶이 자기 의견을 존중해달라고 부탁했건만 승혁은 너따위가 감히 무슨 의견을 내놓느냐는듯 코방귀를 한번 내불고는 걷어차버렸으며 기업소 책임일군들을 들쑤셔대여 끝내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사람이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분수가 있지 이건 나를 이전처럼 자기 아래사람으로 보는게 아닌가.
억울하기 짝이 없는것은 명수가 보건대 승혁의 제기에 별로 믿음성이 가지 않을뿐더러 앞으로의 개건공사가 그로 하여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수도 없다는것이였다.
이런 불만과 노여움으로 속이 부글부글 괴여오르다못해 분노의 불길이 일어서는 판에 승혁과 다시 마주서게 되였다.
그런데 승혁은 명수의 심정은 알바가 아니라는듯 그 쨍한 목소리로 들이댄다.
《엇드레질은 그만하오. 동무 말마따나 동무네가 주인인데 주인하고 토론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소.》
《주인이고 아니고 말할게 있습니까. 주승혁동지가 아예 이 직장장자리에 앉아서 해보는게 어떻습니까.》
앞상에 마주앉아있던 명수는 일어서서 정중하게 직장장의 의자를 가리켜보이였다. 그것은 승혁에게 있어서 로골적인 모욕이 아닐수 없었다. 명수는 계속 자기의 감정을 터놓았다.
《원래 이 자리의 주인이야 주승혁동지가 아니였습니까. 난 언제든지 물러설 각오가 돼있습니다.》
《닥치오.》
승혁은 심한 격분으로 가슴이 후들후들 떨리였다.
(동무가 이런 식으로 날 대할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지금 직장장사업을 한다고 할지라도 어쩌면…)
《직장장동문 날 무슨 직위욕이 강한 사람처럼 보는게 아니요?》
명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기가 너무나 모진 말을 했다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그러나 승혁이가 정말 아니꼽게 여겨져 무엇인가 아픈 말을 하고싶은 그 꼬인 심사는 걷잡을길이 없었다.
《아바인 왜 우리 직장에 와서 제 맘대로 휘젓고 돌아가는거요? 아바이가 직장장이야 아니지 않소?》
《그래 무엇이 불만스럽다는거요? 잔사처리공정을 동무의 마음대로 할수 없어 밸이 비틀렸소?》
《됐습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은 그만둡시다.》
《나도 더 말하고싶지 않소. 하지만 잔사처리공정에 대해선 이미 기업소 참모부에서 결정했으니 동무에겐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는거요. 그리고 나로선 동무가 아무리 싫어해도 합성직장에 출입해야겠고 또 초산비닐생산공정 시운전책임자로서 할바도 해야겠소. 비날론공장의 미래를 위해서, 또 이 초산비닐생산공정을 운영할 사람들을 위해서… 난 누가 뭐라고 해도 할 도리는 끝까지 할것이요.》
승혁은 문을 향해 가다가 아무래도 밸이 삭지 않아 돌아서서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어쩌구저쩌구 해도 비날론공장은 새 세기의 높이에 올라서야 하는거요.》
승혁은 명수의 방문을 쾅 닫고 나왔다.
(그것 참, 마치 내가 직장장자리나 탐내는것처럼 여기는게 아닌가? 역스럽기 짝이 없구나. 치사스럽다.)
그의 머리속에는 지난날의 일이 떠올랐다. 승혁은 책임기사를 하다가 1994년에 직장장으로 임명되였다. 그는 당의 믿음에 고마움이 사무쳤지만 자신이 직장장의 중책을 감당할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합성직장은 기업소에서 그중 큰 직장이고 기술적으로 운영이 복잡하고 폭발위험이 자주 조성되는 직장이였다. 이런 직장을 능력이 부족한 자기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끌고가겠는가. 그는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하여 승혁은 직장 초급당비서에게 직장장직을 맡지 못하겠다고 제기했다. 당시의 책입비서가 밤중에 찾아와서 정 직장장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엄중하게 문제를 세우겠다고 하였다. 승혁은 《직장장사업을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렇게 무겁게 직장장직을 받아안은 승혁이였는데 일을 제대로 못하여 해임되였다. 하지만 지금도 승혁은 직장장으로 임명되던 그때처럼 직위욕이란 꼬물만큼도 없었다.
자기를 대하는 명수의 처사에 울분이 치밀어오르는 속에 문득 (김명수, 너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명수가 단순히 속도의 현훈증에 사로잡혀 자기를 잡아당기는 모든것을 불만스럽게 여기는것이 아닐것이라고 생각되는것이였다.
승혁은 명수에게 마음속으로 물었다.
(동무는 비날론공장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자부하는 사람이지? 그러면서도 동무는 그 사랑속에 그 어떤 자기의 몫을 챙기려드는것이 아니요? 주인이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무한한 헌신에 앞서 주인의 지위를 더욱 중시하는것이 아니요?)
승혁이 여느때없이 들뛰는 가슴을 달래며 공업기술연구소쪽으로 걸어가는데 저앞에서 마주 걸어오는 강혜경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어쩐지 처녀에게 난처한감을 느끼며 마음이 옹색해지는데 혜경은 그를 알아보고 머뭇거리더니 옆으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피해가는것이였다. 순간 승혁의 가슴은 칼로 에이는것처럼 아파났다.
승혁은 스르르 맥이 빠지는감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담배 한대를 피워물었다.
(내가 무슨 못할짓을 했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도 혐오스러운 인간이란 말인가. 나라는 인간은 그렇다치고… 혜경이가 분명 심상치 않은데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러니 이젠 아들의 사랑도 위태롭게는 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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