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력사소설 《숙적》 제1부 (제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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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회)
제 3 장
거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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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약상 다까하시의 말을 듣고있는 스기무라서기관의 낯에는 노상 웃음이 떠돌고있었다. 그는 다까하시가 하는 말의 내용보다 말하고있는 그의 외형에 더 흥미를 느끼고있었는데 작달막하고 똥똥한 몸집에 배가 불쑥 나오고 대머리인 그의 모색은 흡사 살진 너구리와 신통히도 방불하였다.
《아니, 내 맡을 듣고있는가요?》
다까하시가 의혹이 깃든 눈길을 치뜨고 이렇게 물어서야 스기무라는 얼굴의 웃음을 가무리고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말을 계속하시오.》
《그래서 조선우포청에 들렸지요.》
《거긴 왜?》
《범인을 체포하고 피해보상을 받아야 할게 아닙니까?》
스기무라의 얼굴에는 랭소가 떠올랐다.
《다까하시상, 사무라이 다섯이 조선놈 하나를 어쩌지 못하고도 그곳으로 발길이 옮겨지던가요?》
그러자 다까하시는 제편에서 화를 냈는데 그럴 때면 대머리이마부터 벌겋게 달아오르군 하였다.
《아, 넘어져도 맨손으로 일어나지 말라는 속담도 있는데 아무렴 우리가 매를 맞고 가만있어야 옳겠소!》
《그래, 보상액은 얼마를 불렀소?》
《한 천원이야 받아야지요.》
《뭐요?!》
스기무라는 너무도 기가 막혀 다까하시의 상판을 처음 보기라도 하는듯 찬찬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러나 뻔뻔스러운 다까하시는 도리여 스기무라를 걸고들었다.
《왜 놀라는거요?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란 말이겠지요 허허, 서기관나리, 도적이 도적이야 하고 불 지른 놈이 불이야 한다는 말 모르십니까. 좌우간 서기관나리는 거류민들의 권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것만큼 이번 일을 잘 조처해주시오. 그 부탁을 하자고 공사관에 들렸습니다.》
매사에 랭정하고 침착한 스기무라도 이 순간만은 참을수 없어 어성을 높였다.
《여보시오 다까하시상, 제국의 대리공사인 내가 그런 시시한 일에 나서야 하겠소?!》
《제국의 대리공사라…》
다까하시는 로골적으로 빈정거렸다.
《제국정부도 곧잘 배상금을 받아내더군요. 〈운양〉호사건때도 피해는 조선이 당했는데 배상은 우리 태정관정부가 받아냈지, 임오군란때나 갑신정변때도 공사관을 제 손으로 불지르고도 엄청난 배상금을 받아내지 않았습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방곡령손실액이다 뭐다 해서 기회있을 때마다 조선서 옭아내는 돈이 얼마나 많습니까? 내말이 틀렸습니까?》
스기무라는 신경질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됐소, 됐소.》
《흐흐-》
비양기어린 웃음을 웃던 다까하시는 불시에 살기어린 표정을 짓더니 씹어뱉듯이 뇌까렸다.
《어쨌든 나는 보상액을 받아내고야말테요.》
이 순간 스기무라는 이전의 일, 서울주재 일본령사관의 통역관이던 다까하시 다데오가 갑자기 월급 100원이라는, 그 쉽게 차지할수 없는 자리를 버리고 남대문앞에 매약상이라는 간판을 내걸더니 장사치로 변신하는것을 보고 양양한 립신양명의 길을 버린 머저리라고 속으로 비웃었던 일이 되새겨졌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더디고 위험하기조차 한 정계에서의 출세의 길보다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재계의 길을 택한 그가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벌써 조선의 갑부라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어디 다까하시뿐인가. 겨우 사타구니나 가리운 훈도시에 칼 한자루를 차고 현해탄을 건너 조선에 온 모든 일본의 백수건달들이 젖소의 젖통을 주물러짜듯 조선의 재부를 긁어모아 모두가 부자가 되지 않았는가.
그는 몇푼 되지도 않는 월급을 다달이 받으며 제국정부의 하수인노릇하는 자신의 처지가 못내 가련하고 서글퍼졌다.
그는 돈을 쥐고 흔드는 다까하시와 같은자들이 자기의 어깨우에 타고앉아 자신을 부림소 부리듯 하리라는것을 느끼였다.
사실 자본주의바람이 휩쓸고있는 세상은 돈이, 자본이 모든것을 좌우지한다는것을 그도 알고있었다. 미국정계나 사회를 지배하는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록펠러나 모르간, 듀폰 같은 재벌이였고 도이췰란드도 역시 크루프와 같은 콘체른이 정계를 지배하고있었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천황이나 제국정부를 뒤에서 안받침해주는것은 미쯔이나 미쯔비시 같은 재벌들이였다.
그러니 어찌 다까하시인들 돈에 범상할수 있겠는가. 스기무라는 다까하시라는 이 암팡진 사나이의 뚱뚱한 배속에, 번들거리는 대머리속에 오직 돈에 대한 관심, 돈에 대한 욕심만이 꽉 들어차있다는것을 똑똑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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