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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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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268회 작성일 23-08-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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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제 2 편

9


함박눈은 그칠새없이 퍼부어졌다. 솜덩이같이 부드럽고 상냥한 그 눈송이들로 하여 대기는 온갖 은밀한 속삭임으로 꽉 찬듯 했다. 승용차의 발동소리마저 차츰 숨을 죽이는듯싶었다. 두리가 희붐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밖에 펼쳐지는 눈송이들의 세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은연중 못 잊을 추억에 잠기시였다. 흘러간 먼 시절, 만주광야의 백설, 쓰러진 전우의 부탁, 눈보라… 그러는 가운데 어데선가 노래소리가 울려오고있는듯 느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퍼붓는 눈발속을 눈밝혀 살펴보시였다. 전조등의 불빛이 저 앞에 주먹처럼 쑥 내밀린 바위벼랑턱까지 휘저으며 나갔지만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지만 노래소리는 계속 울렸다.


만주벌 눈바람아 이야기하라

밀림의 긴긴밤아 이야기하라


그이의 추억속에 흘러든 노래가 꿈결에서처럼 아득히 울려오고있었다. 눈은 계속 하염없이 내리고 승용차는 고르로운 발동소리를 울리며 노래소리를 따라 달리고있었다. 노래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계속 울려왔다.


만고의 빨찌산이 누구인가를

절세의 애국자가 누구인가를


대렬합창이였다. 인민군전사들이 아니고서는 그렇듯 힘차게, 억세게 그리고 그렇듯 가슴을 터쳐 우렁차게 노래할수는 없을것이다. 아닐세라 승용차가 바위벼랑턱을 돌아가자 총멘 전사들의 긴 대오가 눈발속에 나타났다.

승용차들이 다가들자 대오는 길 량쪽으로 갈라졌다. 그랬으나 대렬합창은 계속되고있었다.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미끄러지듯 달리던 승용차가 속도를 죽였다. 눈을 한벌 뒤집어쓴 병사들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해여진 여름군복, 갈기갈기 터진 신발들, 자꾸만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수척한 얼굴들에서 흰 입김이 쏟아져나오고있었다.

승용차가 멎어섰다. 김덕삼운전사는 벌써 그이께서 허리를 펴고 주의깊게 대오를 바라보시던 때부터 이미 그것을 예견하고있었으므로 《차를 세우오.》라고 말씀하시기 바쁘게 조용히 멈춰세운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무수한 눈송이들이 마치 축복의 꽃보라인양 그이의 어깨에 아낌없이 퍼부어졌다. 그이께서 길우에 내려서시자 행군하던 전사들이 일시에 고개를 돌렸다. 아무런 구령도 없었건만 대렬은 걸음을 멈추다가 저절로 멎고말았다. 대렬지휘관인듯 한 군관이 승용차의 전조등불빛에 눈이 부신듯 한손을 들어 손채양을 하고 바라보았다.

운전사가 전조등을 껐다. 돌연 조용해졌다. 쏟아지는 눈송이들의 미세한 음향마저 들려오는듯 했다.

《어데서 오는 동무들이요?》

그이께서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

한순간 병사들은 서로 마주보았다. 누구실가?… 하는 가벼운 움직임들이였다. 다음 순간 가까운 곳에서 기다란 총을 멘 전사가 큰소리로 대답올렸다.

《락동강에서 옵니다!》

챙챙한, 무척 나어린 소년의 목소리 같았다.

《락동강에서?!…》

그러자 이번엔 수십명 병사들이 일시에 목청을 합쳤다.

《그렇습니다!》

《그래 지금 어데로 가는 길이요?》

《최고사령부를 찾아갑니다!》

이번에도 역시 나어린 전사가 챙챙한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그이께서 무엇때문에 최고사령부로 찾아가느냐고 물으시자 어린 대원은 힘차게 대답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새 전투명령을 받으러 갑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뜨거우시였다. 어린 대원 가까이 몇걸음 더 다가가시였다. 그러나 그 전사는 캄캄한 밤중이여서 물으시는분이 누구신지 알지 못하고있었다.

《그래 동무들은 명령만 받으면 미국놈들과 싸워 승리할수 있겠소?》

그러자 전사는 청을 돋구어 힘차게 대답올렸다.

《승리할수 있습니다. 꼭 승리할수 있습니다!》

세찬 입김에 불려 내리던 눈송이들이 흩날렸다. 장군님께서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격정이 솟구쳐오르는것을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뒤에 따라선 수원들을 돌아보며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보시오. 조선청년은 죽지 않았소! 조선인민은 꼭 승리하오! 꼭 승리하오!…》

눈송이들이 엇갈리며 쏟아져내렸다. 하늘도 땅도 온통 눈송이들의 설레임과 그 미묘한 음향으로 꽉 차버린듯 했다.

그때였다. 별안간 대렬지휘관이 《동무들, 정돈!》하고 갈린 목청으로 구령을 쳤다. 순식간에 대오가 정돈되였다. 그러자 지휘관은 대렬중간위치에서 《차렷! 가운데로- 봣!》하고 쩡쩡하게 웨쳤다. 거수경례를 붙이고 힘찬 대렬동작으로 발구름소리를 울리며 장군님앞으로 다가왔다.

언땅을 구르는 발걸음소리, 발뒤꿈치를 딱 맞쪼으며 멎어서자 바람으로 목갈린 소리로 보고드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조선인민군 제377군부대 제1대대는…》

흐느낌소리가 말끝을 삼켜버렸다. 끝내 규정의 보고를 끝맺지 못하고 그는 거센소리로 《장군님!-》하면서 울먹거렸다. 그러자 전 대오가 욱- 밀려나오다가 돌연 굳어져버렸다.

《장군님!-》

그리도 뵙고싶던 장군님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전사들이였다. 목터지게 부르짖는 가운데 허연 입김이 덩이덩이 쏟아져나왔다.

《장군님!-》

해여진 신발들이 서로 엉켜돌았다. 불에 탄 팔소매, 찢겨진 배낭들이 비좁게 뭉쳤다. 그이께서는 눈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전사들가운데서 챙챙한 목소리로 보고드리던 어린 대원을 다그어 안으시였다.

《지금 몇살이요?》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18살입니다, 장군님!》

《이름은?》

《옛. l대대 3중대 대원 리명호입니다.》

《언제 입대했소?》

《전쟁이 일어나자 나왔습니다.》

《음…》

그이께서는 또 가까이에 있는 전사들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을 물으시였다. 전쟁의 첫날부터 싸워온 전사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중엔 군복상의의 단추들을 채우지 못할 지경으로 두툼하게 붕대를 감고있는 병사도 있었다.

《동문 어데서 부상당했소?》

그 병사는 김천부근의 방어전투에서 부상당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대대장이 나서면서 대대는 경상북도 안동에서부터 후퇴해왔는데 도중에 만난 동무라고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그가 부상병들의 대오에 끼워 후퇴하다가 적들과 조우하게 되자 단신으로 적들을 유인했다는것을 아시게 되였다.

《어느 부대요?》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보위성직속 도하대대였습니다.》

《이름은?》

《류현수입니다!》

순간 그이께서는 지난날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죄다 단꺼번에 상기하여보시였다. 날카로운 기쁨속에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뇌이시였다.

《음- 동무였군…》

부지중 그이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이 병사가 바로 무정이 총살을 선고한 그 류현수이다. 한 상급예심원이 전선사령관 김책을 통하여 최고사령부에까지 제기해온 그 중대장… 그는 살아있으며 부상당한 몸으로 2 000여리를 걸어 여기까지 왔다. 아까 나어린 전사가 대답했듯이 새 전투명령을 받으러 준엄한 싸움길을 헤쳐온것이다. 그이께서는 가슴이 뜨거우시였다. 그를 다정히 안으며 잘 싸우라고 거듭 말씀하시였다. 이 병사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싶은 심정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전사들의 터갈린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였다. 자신의 팔목을 잡고 울먹이는 전사들의 어깨우에 쌓인 눈송이를 털어주며 흥분어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잘 싸웠소. 동무들! 정말 장하오… 지금 동무들은 후퇴의 길이 아니라 반공격의 길을 걷고있소. 승리의 길을 가고있단말이요!》

한덩어리처럼 뭉쳐진 병사들의 대오가 또 한번 움씰거렸다.

《장군님!-》

세찬 입김에 눈송이들이 흩날렸다. 그이께서 힘주어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우리는 빨리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어가지고 우리 조국강토에서 원쑤놈들을 몰아내야 하오!》

그러자 전대오가 큰 숨을 몰아쉬였다. 다음 순간 일시에 《만세!-》하고 가슴을 터치며 부르짖었다.

김일성장군 만세!-》

《만세!-》

《만세!-》

장군님께서는 흩날리는 눈발속에 메아리쳐 울리는 그 환호와 눈물어린 감격의 선풍에서 거창한 힘과 맹세를 듣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수원들을 향하여 불같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보시오, 이것이 바로 우리 인민의 기상이요. 이러한 힘을 꺾을자는 없소. 우리는 기어이 승리할것이요!…》 이어 그이께서는 눈을 들쓴채 환호성을 터치고있는 전사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뜨겁게 속삭이시였다. 《고맙소. 동무들, 동무들이 나에게 새 힘을 주었소. 동무들의 모습에서 우리 인민의 신념과 의지를 보았소. 고맙소, 정말 고맙소!…》

만세의 호창소리는 계속 눈덮인 야밤의 산발들에 메아리쳤다. 이밤 대자연은 준엄한 전선길에 자기의 축복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함박눈은 밤새 그칠줄을 몰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먼 려로끝에 새벽 4시에야 새로 정한 최고사령부지휘소인 고산진에 도착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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