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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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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369회 작성일 23-08-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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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 회

제 2 편

2


서병호국장과 병기생산국의 여러 간부들, 각 부문의 기술자들 등 10여명이 모여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있었다.

제일 먼저 련락을 받은 서국장이 문을 열어젖히며 밖으로 나섰다.

《수고했소. 기사장!… 정말 반갑소.》

체소하나 강마른 그 성격처럼 아귀센 손이 리성조의 두손을 으스러지게 잡아쥐였다.

《동무에 대해서 장군님께도 보고드렸소. 장군님께서는 동무가 기어이 오리라고 믿었다고 하시며 대단히 기뻐하셨소. 자 어서 들어가기요.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려고 불렀소. 다들 기다리던 참이요.》

그는 잰말씨로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띄웠다. 리성조는 너무도 달라진 그의 곰살궂은 태도에 약간 얼떠름해졌다. 그가 방에 들어서자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권하는 등 부산을 피웠다. 모두 군수생산과 인연이 깊은 기술자들이였다.

얼마후 회의가 시작되였다. 여러 군수공장들의 생산실태와 특히 기술적으로 제기되는 난문제들이 론의되기 시작했다. 차례가 540호공장과 관련된 문제에 이르자 리성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첩을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540호공장에서 아직 설치하지 못한 각종 선반, 볼반, 후라이스반 등 공작기계들과 제관직장의 샤링그기초가 굳지 않은것 등 허다한 난문제가 있었다. 한때 일본놈들이 금광개발을 목적하여놓았던 철도시설의 보수문제, 자동차수송을 위한 도로확장공사 등은 그럭저럭 로동자들의 결사적인 전투로 진척되였지만 제일 애로되는것은 전기의 부족이였다.

서국장은 리성조의 보고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했다.

《여보시오, 기사장동무! (그렇게도 그를 반겨맞아주던 서국장의 어줍던 미소는 이미 간데온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지금이 어떤 때이기에 그런 소릴 다 하는거요. 문제의 요점만 말하시오. 누구나 다 아는 사정은 곱씹지 말구 어떤 대책을 세웠는가, 또 어떤 대책이 더 필요한가 하는것을 듣잔말이요!》

리성조는 수첩을 도로 쓸어넣었다. 서국장의 말이 옳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후퇴의 먼길을 걸어오면서 매일 매시각 눈앞에서 벌어지던 참상을 벌써 잊었단말인가?…

《대책은… 우선 전천이남지구의 송전선을 잘라버리고 군수공장들에 집중하도록 하는것입니다. 다음 제가 있는 공장에서는 샤링그와 같은 대형기계들의 기초가 굳어지기까지 무려 10여일이 걸리므로 비록 부족되는 전기이긴 하지만 기초타입물양생을 전기열법으로 해보자고 하는데…》

《옳소! 그런 혁명적인 대책이 필요하단말이요!》 서국장이 두손을 썩썩 비비며 만족해했다. 《그래서 내각에서는 기술자, 전문가들을 군수공업부문에 아낌없이 돌려주었단말이요!》

그러나 만족하기엔 아직 일렀다. 리성조에 이어 여러 사람들이 걸린 문제들에 대하여 렬거하기 시작하였다. 기술적인 난문제들이 많았다. 모임은 자연 열띤 론쟁으로 번져갔다. 그러자 서국장이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그는 먼저 약간 대머리진 이마를 높이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동무들! 동무들은 지금 무슨 말들을 하고있는거요?…》 돌연 맹렬하게 기침을 깇고나서 말을 이었다. 《애로와 난관이 없는 투쟁이 어데 있겠소. 더우기 오늘의 엄혹한 정세하에서 그러한 리유때문에 우리가 주저앉는단말이요? 당에서 맡겨준 과업을 놓고 무슨 말공부질인가 말이요. 예?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를 먼저 따지기 전에 사상적으로 받아물었는가를 검토해보아야 한단말이요. 이것이 첫째요. 우리는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단말이요!

그런데 동무들은 뭐요? 지금 전선에서는 우리의 인민군용사들이 피흘리며 싸우고있는데 여기 앉아서 된다 안된다 하면서 머리를 찧고있을수 있는가, 총탄 한알이 한 생명과 맞먹는 이때 수학공식이나 풀고있을새가 있는가!… 적들은 지금 청천강에 이르고있소. 며칠후이면 여기까지 밀고 들어올수도 있소. 당적량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때 뼈를 갈아서라도 맡겨진 일을 해내야 할게 아닌가. 로동자동무들을 보오. 동무들은 눈이 있으면 저 우리의 로동계급을 보란말이요. 로동계급적자각과 불굴의 투지로 만난을 극복하며 싸우고있소.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손으로 피대를 돌리고있소. 젖먹이가 달린 애기어머니들을 또 보시오. 기대옆에 애기를 잠재워놓고 일하고있소! 손이 터져 물집이 생기고 젖이 모자란 애들은 울 기력마저 없소. 그래도 일한단말이요. 이를 악물고 이겨내고있단말이요. 우리도 이런 정신과 투지를 가지고 달라붙는다면 무엇을 못해내겠소. 당적량심만 있으면 못해낼 일이 없단말이요. 이런 준엄한 시각에 우리의 당적량심을 검열해봐야 하오. 저 로동자들처럼 손으로 피대를 돌려가면서라도 당에서 준 과업을 기어이 실천할 마음의 준비가 되여있는가 없는가.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나약한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 동요분자들은 우리 대오에 있을 자리가 없소. 없단말이요!》

그의 두눈에서 숯불이 이글거리고있었다. 그는 흥분에 몸을 떨며 또 사람들을 휘둘러보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은 기가 질려 꼿꼿해졌다.

《자, 그럼 토론합시다.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서국장은 자리에 앉았다. 조용해졌다. 리성조는 흘끔흘끔 서병호를 곁눈질했다. 존경과 두려움이 섞인 착잡한 마음이였다. 그의 열변에 공감되였고 또 의심이 가기도 했다. 그것이 무엇때문인지는 알수 없었다. 사실상 리성조는 그의 인간됨됨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이 없다. 건강상태가 나빴으므로 겉으로 보기엔 허약한 체질을 가진 그였다. 허나 결패있고 완력있는 지도일군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흔히 능력있는 간부라고 말하는 그런 다양한 기질, 즉 소탈하고 정력적이고 웅변도 있는 사람이다. 로동자들과 같이 웃동을 벗어제치고 기초구뎅이를 파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함마질도 했다. 공장장이나 기사장 등 간부들이라면 무섭게 달구어댄다. 하루에 겨우 2~3시간 책상우에 엎드려 쪽잠을 잔다고 한다. 그렇게 자기의 몸을 혹사하군 했으나 그의 내부에는 아직도 무진장한 정력이 남아있는듯 했다. 한데 유감스럽게도 그에게는 꼭 있어야 할 그 무엇이 결여되여있었다.

《리성조동무!》 서국장이 불렀다. 《540호공장에서만도 이달에 700정의 무기와 3만 5천발의 포탄을 생산해야 하는데 여기에 보고된것은 그 절반도 안되오. 어디에 걸려있다고 보오?》

《…》

리성조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있었다. 사실상 그는 이미 그에 대한 대답을 주었던것이다. 전기에 걸려있다!… 다른 일이라면 서국장의 말그대로 뼈를 갈아서도 해낸다치고 전기란 그렇게 생겨나는게 아니다. 전기기술자인 리성조로서도 군수공장들에 소요되는 전기를 다 보장해줄 그러한 기적은 만들어낼수 없다.

한때 설계를 끝내고 건설을 시작했던 장자강발전소마저 중단되여있는 지금 더는 방도가 없는것이다.

리성조가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있자 서국장은 문건철을 벌컥벌컥 뒤지기 시작했다. 참기 어려운 모양이였다. 그러나 그가 성을 내건 다시금 감동적인 웅변으로 분발시키건 어쨌든 리성조는 다른 대답은 결코 못할것이다. 그는 마음이 우울해졌다.

그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서병호가 그것을 받았다.

《예, 서병호입니다. 예? 뭐라구요?… 예, 알겠습니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인가 웃주머니에서 찾으려다가 급히 책상우의 수첩을 펼쳐놓더니 두손으로 송수화기를 꽉 틀어잡았다.

《병기생산국장 서병호 전화받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장군님!》

일시에 진공상태에 들어선듯 숨소리마저 사라졌다. 공명판을 울리는 그분의 친근한 음성을 모든 사람들이 다 어렵지 않게 들을수 있었다. 언제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섰던지… 리성조는 알지 못했다. 심장의 박동이 세차게 흉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이께서는 서국장에게 무기문제와 관련하여 묻고계시였다. 난국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시각이 다가오고있다. 미국놈들의 침공을 좌절시키고 빠른 시일안에 반공격으로 넘어가 적들을 38°선이남으로 몰아내면서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적의 력량을 소멸약화시키는 한편 전쟁의 종국적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우리의 력량을 튼튼히 갖추는것-이것이 우리의 전략적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무기와 탄약을 대량 생산보장해야 한다. 당에서는 그 어려운 과업을 지금 등무들에게 맡기였다. 그런데 군수공장들의 생산실적은 아직도 추서지 못하고있다.

무엇이 더 요구되는가. 언제면 전량을 생산보장할수 있는가?… 하고 그이께서는 물으시였다.

《장군님! 저희들이 일을 쓰게 못하여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그렇지만 기어이 과제를 수행하겠습니다. 지금 그 문제를 가지고 기술자들과 토론하는중입니다.》

《그러니 해낼수 있단말이지. 좋습니다. 언제까지 전량을 생산보장할수 있겠소?》

《장군님, 한달동안에 해내겠습니다!》

《한달!… 가능성이 있소?》

《장군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로동자들은 손으로 피대를 돌려가면서 일하고있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잠시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서병호와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몇분이나 흘렀는지… 창문틀이 드릉드릉 울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치는 모양이였다. 마침내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손으로 피대를 돌리며 일한다- 그게 가능성이란 말이지… 아니, 국장동무, 그것이 영웅적인 이야기로는 남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오. 왜 손으로 피대를 돌려야만 하는가?… 동무들은 부족되는 동력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오.》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장군님!》

《그런즉 아직 대안이 없단말이지… 지금 거기에 기술자, 전문가들중 누가 있소? 혹시 리성조동무가 거기 있지 않소?》

《있습니다, 장군님! 성조동무를 바꿔드리겠습니다!》

리성조는 온몸이 굳어져버렸다. 서국장이 전화를 받으라고 거듭 손짓을 해서야 의자를 넘어뜨리며 다가갔다. 어떻게 전화를 넘겨받았는지… 대번에 목이 잠겨버린듯 했다.

《장군님!》

《아, 성조동무!… 동무의 소식을 들었소. 정말 반갑소. 당을 따라 어려운 길을 헤쳐왔는데… 고생이 많았겠소!…》

《장군님!》

《부인도 같이 와있다는데 불편한게 많겠구만.》

《일없습니다. 저희들은… 장군님의 믿음에 꼭 보답할 그 마음뿐입니다!》

별안간 목이 칵 메였다.

《고맙소.》 그이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지금 무기생산에서 제일 걸린 고리가 전기인데 기사장동무의 생각은 어떻소, 정 해결방도가 없겠소?》

《장군님! 저희들도 그 문제로 머리를 짜고있습니다.》

《전쟁때인만큼 다른 부문은 좀 죽이고 군수공장들에 우선 보장해줄수도 있지 않소?》

《그렇게 하고있습니다. 일체 주민지역과 청천강이남으로의 송전을 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군수공장들이 이설된 이 지역은 워낙 전기가 적게 공급되던 곳이여서 도저히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다름아닌 장군님께 그런 괴로운 말씀을 드리고있다!…

《그래도 동무야 무슨 방도를 찾을수 있지 않소. 동무야…》

《…》

리성조는 송수화기를 부여잡고있는 두손이 꽛꽛하게 괃아드는것을 느꼈다. 순간의 침묵이 얼음쪼각처럼 가슴을 찔렀다. 잠시후 그이께서 또 말씀하시였다.

《어렵단말이지… 지금 형편에선 불가능하단말이지요.》

그는 입을 열수 없었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있었다. 가슴의 압박에 참을수 없을 지경으로 숨이 차올랐다.

《성조동무!》

《장군님!》

마침내 그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리고는 또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씀을 더 드릴수 있겠는가?!… 어느새 등골로 땀이 흐르고있었다. 그는 이제라도 서국장처럼 기어이 해내겠습니다! 라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그 전량을 해낼수있다고 말씀드리고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일이였다.

《장군님!…》 그는 헐떡거리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

돌연 진공상태에 빠진듯 귀가 웅웅 울었다. 예리한 금속성의 여운이 심장을 어이는듯 했다. 이윽고 그이께서 아주 낮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알겠소. 우리 더 토론해봅시다.》

수화기를 놓으신듯 전류흐르는 소리가 끊어졌다. 골수를 파고들며 짱- 하고 스쳐간것은 다른 소음이였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서병호국장이 무어라고 웨쳤고 아연실색한 사람들이 그의 곁에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는 송수화기를 떨어뜨리며 무너지듯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다음 두손으로 머리를 꽉 움켜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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