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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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2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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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혁은 초산비닐합성공정 시운전 다음에 진행할 정류공정 시운전을 단번에 성공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였다. 운전계획서를 다시 검토하였으며 자기 눈으로 직접 발브의 조작상태, 배관망구성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생산공정현장을 돌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착상한 전기가열기에로 자꾸 생각이 가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기사장이 인차 기술협의회를 다시 열겠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왜 이렇게 늦잡는가고 불만이 괴여오른다. 사실 하루밖에 더 지나지 않았지만 속은 바질바질 타는것만 같아 기다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밤이 되자 눈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서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운전조작실에 있던 주승혁은 문득 정류공정 응축기의 보온상태가 걱정되였다. 시운전을 앞두고 동결되거나 동파사고가 나면 큰일이였다. 일단 생각이 그렇게 미치자 불안하여 그대로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그는 운전조작실을 나서 정류공정의 맨 웃층으로 올라갔다.
합성직장은 3층까지만 건물이고 그우로는 로천상태로 수십메터에 달하는 합성탑, 정류탑들이 솟아오르고 그 주변은 철골로 된 구조물로 되여있었다. 매 층막들은 철판으로 되여있고 가파로운 철계단을 타고 6층까지 올리가야 한다. 철계단들은 얼음버캐들이 들어붙어서 매끄럽기짝이 없었다. 생명을 가진 모든것을 얼구어버리려는듯 바람이 세차게 불어치고있었다. 캄캄한 어둠이 서리고 찬바람이 울부짖는 밤에 맨 웃층인 6층까지 올라가기가 으쓸했지만 강심을 먹고 한단한단 계단을 밟으며 올라갔다.
(비날론을 위해서 이쯤 품을 들이는거야 응당한거지.) 하고 승혁은 생각하였다.
맨 웃층에 올라가 전지불을 비치면서 응축기의 퇴수발브를 살펴보니 아닐세라 불비한 점이 있었다. 그는 준비해가지고 올라갔던 보온재로 깐깐하게 감싸주었다.
올라올 때는 그럭저럭 올라왔는데 내려가는것은 헐치 않았다. 자칫 잘못 짚으면 미끄럼대를 타듯 아래까지 굴러내릴것이다. 승혁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매끄러운 철계단을 한단 또 한단 조심조심 내려짚었다.
이때 철계단 맨밑 3층지붕에 전지불이 번쩍이였다. 한사람이 건물밖으로 나온것이였다. 그가 전지불을 올려비치면서 소리질렀다.
《주아바이지요?》
목소리를 들으니 김명수였다. 그가 왜 찾는지 의아한감을 느끼며 대답하였다.
《나요. 왜 그러오?》
《아바이, 거기 있소. 내 올라가겠소.》
승혁은 영문을 몰라 기다리고있었다. 명수가 무엇때문에 계단을 올라오는것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기운이 펄펄한 명수여서 빨리도 올라왔다.
《한심한녀석들이라니까.》 명수는 한단밑에 서서 투덜거렸다. 《내 운전공녀석들을 한바탕 욕해주었수다. 나많은 아바이가 혼자 올라가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요? 왜 여기까지 올라왔소?》
《왜 올라오다니요? 주아바이가 걱정되여 올라왔지요.》
《무슨 소릴? 직장장이야 바쁜 사람인데 나같은거때문에 우정 품을 팔거야 있소.》 승혁은 감동이 컸지만 우정 시푸녕스럽게 말하였다.
《원 나같은거라는게 무슨 당치 않은 말씀입니까. 주아바이가 날 나쁜 놈처럼 본다는걸 알고있지만 우정 찾아나왔습니다. 계단이 얼음이 져서 매끄러운데 아바이가 혹시 굴러떨어지면 큰일이 아닙니까. 글쎄 나같은거야 백번 상한들 일이 있겠소. 그러나 아바이가 상하면 우리 공장으로서야 손해도 그런 손해는 없지요.》
《그런가?》
사람이 이렇게도 달라지다니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그러니 명수는 전기가열기라는 기술의안만을 찬성한것이 아니라 주승혁이라는인간의 됨됨을 지지한다는것인가. 승혁은 머리가 기웃거려졌다.
《자, 함께 내려갑시다. 내가 부축해드리지요.》 명수가 승혁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승혁은 명수에게 의지하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가슴은 그냥 뜨거워올랐다. 명수를 옹호하여 춘섭에게 비판을 들이댈 때까지도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향취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듯싶었다. 아, 사람은 지내보면 다 좋은 사람들인걸…
《아바이, 나에 대해 쌓인 노염을 다 삭여주시오. 내 잘못한게 많소.》 명수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하는 소리였다.
《직장장이 뭘 잘못한게 있소. 내가 중뿔난 일들을 많이 저질러냈지.》
《됐수다. 난 용서를 빌었수다.》 명수는 투박스럽게 말하였다.
계단밑에까지 다 내려왔다. 승혁이가 얼음판에 지쳐 비칠거리는것을 명수가 다시금 붙들어주었다.
《허, 이거 직장장이 아니였다면 내 코를 단단히 깨울번 했군. 고맙소.》
승혁과 명수는 건물안으로 들어섰다.
《참, 그 전기가열기 있지 않습니까.》 명수가 문득 생각난듯 말하였다. 《기술협의회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승혁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만 같았다.
《그만두다니? 그건 무슨 말이요?》 그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떨려나왔다.
《기사장이 아바이의 전기가열기안을 그대로 내밀기로 했다는겁니다. 기술협의회를 다시 열고 갑론을박할 시간적여유가 우리에겐 없지 않습니까.》
《그것 참, 기사장동무의 결심이 제법 단호한걸.》 승혁은 목에 걸렸던 가시가 넘어간듯 후련한감을 느끼였다.
《그렇지요. 오늘 총화에서 선포하더군요. 상사에 니크롬선을 구할데 대해 지시를 떨구고 설계실에도 빨리 설계를 추진하라고 지시를 떨구더란 말입니다.》
《그런걸 괜히 신경을 썼군. 됐소. 이젠 빨리 제작에 들어가야겠는데…》
명수는 운전조작실에 들어가려는 승혁을 자기 방으로 잡아끌었다. 못이기는체 하고 따라가니 보자기에 싼 밥통을 꺼내놓았다.
《식사나 같이합시다.》
떡도 있고 가재미튀기와 돼지고기볶음도 있는 제법 풍성한 음식차림이였다.
《실은 오늘이 내 생일입니다. 딸애가 들고왔더군요.》
《직장장동무의 생일이면 내가 뭘 차려야 하는건데 거꾸로 되였군.》
《무슨 말씀을… 아바이야 우리 합성직장 사람들을 위해서 돼지 한마리를 내지 않았소.》
어제 백영희가 손달구지로 실어온 돼지를 각을 떠서 작업반들에 나누어주었다. 물론 자동화과의 콤퓨터기술자들을 비롯하여 초산비닐생산공정 시운전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불고기를 한판 잘 차려먹었다.
《그거야 우리 선철이 에미가 낸거지 내가 낸거요?》
《우린 선철이 엄마도 아바이도 다 고맙게 여기지요. 그건 그렇고… 좋은 세상에 태여나 복된 삶을 누리는데 생일날에 한상 내는거야 응당한게 아닙니까.》 하고 명수는 껄껄 웃었다. 《게다가 난 남들보다 뜻깊은 날에 태여났으니 더 내고싶은 마음이 동한단 말입니다.》
《직장장동무의 생일이 뭐가 뜻깊단 말이요? 추운 겨울에 났으니 모친이 좀 고생을 했겠군.》
《겨울도 어떤 겨울인가 하는거지요. 난 1956년 12월에 태여났단 말입니다. 알만합니까? 강선에서 천리마대고조가 일어나게 된것은…》
《아, 그러니 1956년도란 말이지? 그때 종파놈들이 제멋대로 날치다가 벼락을 맞았지. 우리 수령님께서 그놈들을 쳐갈기고 대국주의자들과 맞서싸우던 해였어.》
《그렇지요. 내가 어릴 때 우리 아버지가 항상 〈네가 태여난 해는 우리 혁명의 력사에서 준엄한 년도였다. 바로 네가 태여난 그달에 수령님께서는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을 지펴올리시기 위해 강선의 로동계급을 찾아가시였단다.〉 하고 말씀했지요.》
《아버지가 정말 훌륭한분이였구만.》
《전쟁시기 부상당한 영예군인이였습니다. 그저 우리 제도의 고마움에 대한 체험이 깊은분이라고 할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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