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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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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952회 작성일 23-08-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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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 회)

제 6 장

2

(2)


드디여 초산비닐생산공정시운전에 들어가게 되였다. 초산은 16도이면 어는 물질인지라 겨울에 시운전을 한다는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모두 초산비닐을 생산하자고 달라붙었다.

발브가 메든가, 랭동직장에서 전동기가 타든가 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것을 퇴치하느라 생산공정을 세우면 초산이 다 얼어버리군 하였다. 다시 돌리자면 호수로 증기를 쏴주는 방법으로 초산이 오는 관로들을 다 녹여야 하였다.

두번째의 난관은 촉매직장에 촉매생산의 중요한 원료인 담체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 생산을 못하고있는 형편에서 16년전에 쓰다가 남은 촉매를 촉매직장에 가져가서 선별하여 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박춘섭이 끝내 담체를 해결하지 못한것이였다. 지금 지도소조책임자가 강한 대책을 강구하고있다는 소문이 돌고있지만 사정이 급하다보니 낡은 촉매를 써야 하였다. 그런데 초기에는 낡은 촉매를 그런대로 쓸수 있었으나 점차 활성이 약해지면서 초산비닐을 합성할수 있는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때는 증기직장에서 증기의 온도와 압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물론 증기직장에서는 초산비닐합성을 위해 보이라의 능력개선을 위한 공사를 벌렸었다. 그러니 증기직장도 시운전을 하는셈이였다. 그런데 예상했던것보다 압력과 온도를 올리지 못하였다. 례년에 없이 추운날씨가 배관을 통해 오는 증기의 온도를 떨어뜨리고있었다.

승혁은 초산비닐합성공정운전조작실에 있는 공정전화에 대고 안타까운 소리를 하였다.

《증기직장, 더 온도를 올리라.》

증기직장 책임기사가 송수화기에다 대고 맞받아 소리지른다.

주아바이, 나에게 9기압에 200도만 보장해달라고 하지 않았소?》

《그건 증기직장에서가 아니라 여기 합성탑에 도착하는 증기의 압과 온도를 말하는거요. 보오, 170도밖에 더 되는가. 좀더 올려보오.》

증기직장에서 초산비닐합성공정까지 증기가 배관을 타고오는 과정에 열손실이 크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승혁의 가슴은 빠질빠질 타서 재가 앉는것만 같았다.

사람들에게 자기가 해낸다고 장담하고 나섰는데 일이 뜻대로 되여가지 않는다.

그는 자기 주위에서 긴장하게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고 자기를 지켜보는 일군들과 로동자들의 눈길을 온몸으로 느낀다.

애타는 눈길, 조바심이 어린 눈길, 기대어린 눈길… 그 눈길들중에는 되지도 않을걸 한다고 나섰다고 힐난하는듯 한 눈길도 있다.

만약 초산비닐합성이 성사되지 않으면 김명수는 뭐라고 할것인가.

주아바이, 내가 뭐라고 했소? 더는 저만 제일이라고 나서지 말기요.》 하고 뇌까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명수는 성이 나서 어떤 운전공을 꾸짖고있었다. 아마 그의 신경도 극도로 날카로와진듯싶었다.

춘섭이도 운전조작실에 와있었다. 승혁을 바라보는 춘섭의 눈길에는 그 어떤 시비나 질책이 아니라 동정의 빛이 어려있었다. 춘섭의 침울한 동정의 눈길은 승혁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춘섭은 벌써부터 승혁의 뜻대로 시운전이 되지 않을것이라고 내다본것인지도 모른다.

승혁은 저도 모르게 어금이를 악물었다. 볼편에서 근육이 불끈거리였다.

(해야 한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

승혁은 지금 이 초산비닐합성시운전이 마치도 혁신과 보수와의 싸움인것처럼 느껴졌고 진실한 사랑과 가식적인 사랑이 이 현장에서 대결하고있는것처럼 느껴졌다.

증기직장에서 오는 증기의 압력과 온도로써 합성탑의 온도를 0. 1도 올리는데 56시간이 걸리였다. 승혁은 결이 나서 증기직장에 대고 소리질렀다. 잠시후에 증기직장 책임기사가 잔뜩 증이 난 표정을 짓고 운전조작실에 나타났다. 그는 온도가 낮다는 승혁의 말이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그는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보란 말이요. 내가 무엇때문에 동무를 괴롭히겠소?》 승혁이가 증기직장 책임기사에게 소리쳤다.

증기직장 책임기사는 아무 대꾸도 없이 씽하니 나가버리였다.

그로부터 얼마후에 꽝 하는 요란한 폭발음이 울리였다. 조작실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승혁은 심장이 멎는것만 같았다.

(합성탑이 폭발했는가?)

사람들이 우르르 쓸어나갔다. 승혁은 까딱 않고 자기 자리에 앉아있었다. 온몸의 힘이 손끝, 발끝으로 다 새여나가는것만 같았다.

어떻게 합성탑이 폭발할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그럴수 없다. 그러나 만약 폭발했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합성탑은 약간의 실수로도 큰 폭발을 일으킬수가 있는것이다. 기다려보자, 죽지 않으면 살기다. 잠시후 사람들이 운전조작실로 들어오면서 떠들어댔다.

《합성탑은 일없는데 무엇이 폭발했다는거야?》

《분명 무슨 설비가 터져나가는 소리였는데…》

승혁은 큰숨을 내쉬며 설비와 장치물들에 이상이 생긴것은 없는가고 물었다. 모두 정상이라고 하였다.

승혁은 송수화기를 들고 지령실을 찾아 원인을 물었다.

《증기직장에서 사고입니다.》 하고 지령원이 말하였다. 《보이라증기분배대가 터져나갔다고 합니다.》

증기직장에서 압력을 더 올려보려고 하다가 사고를 낸것이였다.

승혁은 무엇이 숨구멍을 막는것만 같았다.

30도만 올리면 되겠는데 30도에서 좌절된것이다. 증기압과 온도는 이제 더이상 올릴수 없는것으로 되였다.

끝내 실패했구나. 승혁은 머리를 폭 숙이였다.

사람들을 보기가 민망스럽고 부끄러웠다.

춘섭이 다가와서 담배를 권하였다.

《한대 피우오.》

승혁은 담배를 받아 피워물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오. 동문 할수 있는껏 다한셈이야. 욕망만 가지고 안되는 일이 어디 한두가지요.》

춘섭이 위로삼아 하는 말이였으나 승혁은 조금도 그 말이 고맙게 여겨지지 않았다. 마치도 더는 난관을 맞받아 도전하려 하지 말고 물러앉으라는 말처럼 들려 역스럽기만 했다.그러면서도 실패를 극복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으니 암담한 감정으로 덤덤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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