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력사소설 《숙적》 제1부 (제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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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회)
제 1 장
갑오년 정월대보름
9
파성관은 서울의 남산기슭에 자리잡은 일본인려관이였다. 지금 여기서는 귀국하는 오까모도의 송별연이 한창이였다. 각상을 하나씩 앞에 놓고 오까모도, 남대문의 약국주인 다까하시 외에 많은 일본인, 상인, 랑인, 자객들이 모여앉아있었다. 그들은 오까모도의 귀국을 진정으로 섭섭해하고있었다. 비록 공식 직책은 없어도 사실상 오까모도는 일본거류민들의 우두머리격이였다. 하기에 거류민들은 공사관에 제기할수 없는 문제도 그에게 제기하였고 그러면 대체로 해결되군 하였다. 이런 과정에 어느덧 그는 거류민들속에서 《사설공사》, 실제적인 공사라는 평판을 받고있었다. 그리고 오까모도가 거류민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는데는 그로서의 목적이 있었다. 외무경 무쯔로부터 특별과업을 받고 조선에 파견된 그는 조선의 내정에 더 깊이 침투하고 거류민들을 쟁취함으로써 앞으로 유사시에 그들을 리용할 속심을 가지고있었던것이다.
웬만해서는 술에 취하지 않는 오까모도는 좌중을 둘러보고나서 천천히 말했다.
《나의 귀국을 위해 제군들이 이처럼 성대한 송별회를 차려주어 감사하게 생각하는바요.》
앞에 마주앉아있던 다까하시가 오까모도에게 목례를 하였다.
《마음뿐입니다.》
다른 왜인들도 못내 서운한 기색을 지었다.
《오까모도선생이 본국으로 가신다는것을 안 서울의 일본거류민들이 모두 섭섭해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오까모도가 방금 말한 랑인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지금은 외무경각하가 부르시기에 환국하지만 아마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될거요.》
《꼭 다시 오십시오.》
《한성의 거류민들이 기다린다는걸 잊지 말아주십시오.》
모두가 간절한 눈길로 오까모도를 바라보며 아첨기어린 어조로 절절하게 당부했다.
오까모도는 누비돗자리우에서 선자리걸음을 하며 의기에 넘쳐 뇌까렸다.
《다시 돌아오게 될것이요. 지금 우리의 최대의 관심사는 바로 조선, 조선반도란 말이요. 그러니 제군들은 거류민이란 생각을 버리고 개척민이라고 생각하란 말이요. 에, 말하자면 조선개척의 선봉대란 말이요.》
그의 말에 흐뭇해진 일본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로 돌아보았다.
《내 말뜻을 알겠는가?》
오까모도의 광기가 어린듯한 소리에 일본인들도 앉은채로 허리를 꼿꼿이 폈다.
《하!》
사무라이출신에 퇴역포병대위인 오까모도는 사람죽이기를 파리잡듯 하여 모두가 두려워하였다.
오까모도는 술잔을 높이 쳐들었다.
《천황페하 만세 삼창을 부릅시다.》하고 웨친 오까모도는 열띤 소리로 만세를 부르짖었다.
파성관의 송별회는 해가 인왕산으로 기울무렵에 끝났다. 모두가 얼근히 취하였고 광기에 넘쳐있었다. 그들의 안중에는 여기가 조선땅이라는것도 자기들은 조선사람들의 적의를 받는 이방인이란 생각도 없었다. 풀어헤친 하오리자락짬으로 털가슴이 보이고 게다짝이 덜컥거리고 칼집이 막대기처럼 질질 끌렸다. 다까하시며 모든 일본인들이 취기에 겨워 몸을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듯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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