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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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0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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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합직장에서는 시운전준비가 마지막단계에서 진행되고있었다. 앞공정인 초산비닐합성공정 시운전이 중지되였으나 보수공들의 장치물과 배관조립속도는 조금도 늦추어지지 않는다.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은 중합직장 보수력량에 속하여 일하고있었다.
김송희는 반원들의 중참을 가지고 중합직장으로 왔다.
송희는 이곳으로 올 때마다 기대와 희망으로 가슴이 설레이군 한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최성복이 중합직장생산공정들의 콤퓨터화에 참가하고있기때문이였다. 초산비닐생산공정 시운전이 중지된탓에 성복이는 림시 중합직장의 여러 공정들의 콤퓨터화조에 합세하게 되였다. 한 지붕아래서 일하고있으니 혹시 만날 기회가 생길수도 있고 그러면 그의 마음을 타진해볼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송희는 생각하고있었다.
성복이가 결별을 선언하고 떠나간 후 송희는 때로 작업반동무들과 어울려 즐겁게 웃고 담소도 했으나 일단 그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성복이가 떠오르면서 그지없이 슬픈 고독감을 느끼군 하였다. 생활은 그럭저럭 흘러갔으나 사랑이라는 즙이 말라버린 생활은 황량한 들판처럼 쓸쓸한듯싶었다.
송희는 어떻게 하든지 성복이와의 시랑을 다시 회복하고싶었다. 그의 마음은 자꾸만 성복이가 드나드는 검화공정 운전조작실에로 쏠리였다. 어제 그는 자동화공들과 케블작업을 하는 성복이를 본적이 있었다. 콤퓨터운영원들은 자동화설비들의 설치부터 자동화공들과 함께 작업하였다. 송희가 슬그머니 지켜보는것도 모르고 성복은 제일에만 열중하였었다. 송희는 그를 불러 만나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는새 성복은 작업을 끝내고 운전조작실로 들어가버리였다.
이제는 만날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더 희박해지고있었다.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이 중합직장에서 철수하는 시각이 다가오고있는것이였다.
아마 오늘 밤이나 래일이면 작업을 결속할수도 있을것이다.
송희는 간절한 눈빛으로 검화공정 운전조작실쪽을 바라다보았다. 혹시 그안에서 성복이가 나오지 않을가, 혹은 자동화측정기구나 수행기구를 설치하고 시험하는 작업을 하고 운전조작실로 들어가는 그를 볼수 있지 않을가 하고 공상하면서 한숨을 쉬였다.
송희가 자기네 작업반이 일하는 곳에 이르러 중참과 염소젖이 든 수지통을 내려놓는데 김준선이 말하였다.
《송희, 제꺽 가서 성복동무를 데려와.》
송희는 놀라서 준선을 쳐다보았다. 혹시 자기가 잘못 들은게 아닌가싶었다.
《성복동무를 데려오라는데 왜 그러고 섰니?》 준선은 느물느물 웃고있었다.
《아이참, 그 동지야 우리 작업반도 아닌데 데려와서는 어쩐다는겁니까?》 송희는 가슴이 몹시 뛰면서도 아닌보살 토달거렸다.
《자동화과 콤퓨터기술자들이 얼마나 수고하는지 송희도 모르지 않겠는데…》
《글쎄 그렇긴 하지만… 난 우리 반원들의 몫만 가져왔는데…》
《일없소. 나누어먹으면 되지. 비날론공업을 최첨단으로 이끌어가는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아끼겠소.》
《그래도…》 송희의 고운 얼굴에 어쩔수없이 웃음꽃이 활짝 피였다.
《뭘 그래? 송희가 아직도 성복이를 생각하고있다는걸 내가 다 알고있는데… 만나고싶어 죽을지경이지?》
《아이참, 난 몰라요.》 송희는 얼굴을 할딱 붉히며 돌아섰다.
《됐어. 송희가 정 딱하다면 다른 사람을 보내지 뭐.》 준선이가 돌아서 걸어갔다.
《됐습니다. 내가 가겠습니다.》 송희는 황겁히 말하였다.
《글쎄… 그러면 그렇겠지.》 준선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어리였다.
송희는 날아갈듯 가벼운 걸음으로 검화공정 운전조작실을 찾아갔다.
운전조작실에 들어가니 콤퓨터기술자들이 운전공들에게 무슨 설명을 하고있었다. 최성복은 콤퓨터와 마주앉아있었다.
송희는 어떻게 성복이를 찾을것인가 바재이다가 슬그머니 뒤에 다가갔다. 성복은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하고 콤퓨터에 열중하고있었다. 성복의 가까이 서있으니 심장이 세차게 쿵쿵거리였다. 어떻게 찾아야겠는지를 질정하지 못하고 그냥 망설이다가 헛기침을 깇기로 했다.
한손을 입가까이 가져다대고 자그마하게 《음-》 하고 헛기침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작은 소리였던지 누구도 주의를 돌리는 사람이 없었다. 알릴듯말듯 가느다란 한숨을 내쉰 송희는 마음먹고 크게 헛기침소리를 내리라 작정하고 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입을 막았다. 그럴바엔 차라리 명백하게 찾는것이 좋을것이다. 그러나 남들의 주의를 끌지 않게 조용히…
송희는 마침내 결심을 내리고 성복의 귀가에 바투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이듯 불렀다.
《성복동지.》
성복이가 깜짝 놀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가 머리를 돌리니 송희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서있었다.
《무슨 일이야?》
《저… 우리 반장동지가 성복동지를 만나자고 해요.》 송희가 나직이 말하였다.
《왜?》
《모르겠어요. 그저 데려오랬어요.》
성복은 선선히 일어나 송희와 함께 걸어갔다. 말없이 걸어가다가 송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축하해요. 큰일을 했다고 속보판에 나붙었더군요.》
《언제?》 성복은 모르쇠를 하였다.
송희는 성복이가 지난날에 늘 그러했듯이 자기를 놀리려든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저도 모르게 마음을 즐겁게 했다. 송희는 빨리 지난날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싶었다.
《아이참.》 송희는 짐짓 뾰로통한 소리를 했다. 《날 놀리는군요. 사람들이 성복동지를 얼마나 칭찬했다구요.》
《그런 일이 있었나?》
《정말 그렇게 사람을 놀리기예요?》
《글쎄 난 모르겠다니까. 언젠가 그런 일이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잘 모르겠어.》성복은 여전히 천연스럽게 빈정거렸다.
《성복동지 기억력이 그렇게 한심한줄은 몰랐는데요.》
《그걸 아직까지도 모르고있었니? 난 원체 좀 모자라는 사람이야. 그래서 송희가 날 좋아하지 않았던가? 넌 원래 바보같은 사람을 환상적으로 보는 애니까.》
《내가 애예요? 어처구니가 없구나.》 송희는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그럼 네가 어른이냐? 음, 그렇구나.》 성복은 이제야 깨도가 되였다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러니 내가 착각을 했구나. 난 아직 네가 애인줄 알았지. 하긴 내가 이렇게 어른과 애도 가려보지 못하니 송희 아버지도 날 개차던지듯 했지.》
성복이 비틀어진 소리를 하는 바람에 송희는 더 화제를 이어갈 용기를 잃고말았다. 그는 새침하여 걸음을 늦추었다.
성복이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붙이였다.
《참, 너 그새 앓지 않았니? 얼굴이 좀 못쓰게 된것 같아.》
그러나 송희는 대꾸할 흥심을 잃고말았다.
하여 작업장에 도착할 때까지 덤덤히 걷기만 하였다.
준선이 성복을 자기의 옆에 앉히였다.
《달리 생각마오. 함께 중참을 들자고 찾았소.》
《고맙습니다.》
송희가 반원들에게 우유 한식기와 빵들을 나누어주었다. 성복이도 받았다.
박건일이 성복에게 어서 들라고 눈짓하면서 말하였다.
《콤퓨터하는 사람들은 영양보충을 잘해야 한다더구만.》
《우리야 뭐… 용접하는 사람들이 힘들지요. 늘 용접가스 맡는게 간단한겁니까.》
《이 사람, 마치 제가 용접이나 해본것처럼 말하는구만. 하하.》
작업반원들이 다 웃는데 송희만이 새파란 얼굴이였다. 그것을 보고 준선이가 시까슬렀다.
《우리 송희가 왜 인상이 나쁠가? 혹시 성복동무와 다툰게 아니요?》
《우리가 다투긴 왜 다투겠습니까.》 성복이가 싱그레 웃었다.
《아니요. 동무를 찾으러 갈 때는 분명 좋아서 웃더랬는데 지금은 울상이 아니요.》
송희가 얼굴을 붉히며 내쏘았다.
《반장동지, 그만 사람을 놀리십시오.》
《하, 이것 봐라. 송희가 진짜 기분이 좋지 않았구만. 응?》 하고 준선은 성복에게 눈을 찡긋하였다.
《기분이 나쁜 일이 있을수 있습니까. 우리의 위성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우리의 철갑상어가 바다로 나가는데…》 성복은 아닌보살을 하며 능청을 떨었다. 《반장동지, 올해가 변이 나는 해라고 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변이라고 생각합니까?》
《그거야 뻔하지 않나. 성복동무도 말했지만 우리의 인공지구위성이 두번씩이나 우주로 날아오르지 않았는가.》
준선이가 뻔한 질문을 한다는듯 눈을 흘기는데 김성철이가 말하였다.
《아니, 지하핵시험의 성공은 왜 꼽지 않소.》
《그거야 뻔한게 아닌가 말이야.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런걸 보고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하는거요.》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지였다. 그 웃음소리를 누르며 리정삼이 열이 올라 목소리를 높이였다.
《온 나라 공장들이 현대적인 기술로 장비되여가는것도 변이지요.》
정삼이는 며칠전에 조선로동당에 입당하였다. 하여 그는 여느때없이 사기가 높았고 괜히 여기저기 삐치고싶어하는것이였다.
《우리 기업소도 그렇지요. 단순한 개건이 아니라 최첨단으로 나아가거던요.》
《정삼동무가 잘 아는구만. 옳소.》 준선이가 미덥게 정삼을 보며 어깨를 툭 쳤다.
《보다 중요한건 우리 나라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는거지.》 언제나 주요발언을 하기 좋아하는 강희선아바이가 엄숙하게 결론을 내렸다.
성복은 느슨한 미소를 짓고 그들의 말을 듣고있다가 입을 열었다.
《난 우리 비날론공장이 새롭게 일떠서고있는것도 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공장에서도 여러가지로 변이 일어났는데 그중에서 첫째로 꼽아야 할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좌중의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눈길들을 성복에게 집중시켰다. 성복은 잠시 동안을 두고 침착하게 김준선의 반원들을 둘러보다가 힘있게 말하였다.
《그건 말이지요. 이전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2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이 집단적혁신의 앞장에서 달리고있는거지요.》
좌중에 즐거운 웃음이 피여나고 준선이가 성복에게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었다.
《허, 이 친구 말할줄 아는데… 괜찮아. 역시 뭘 배운 사람이 다르구만.》
송희는 어느덧 성복에 대한 노여움이 가라앉았고 대신 그의 가슴에 얼마나 큰 상처가 생겼는가를 깨닫고있었다. 사실 얼마나 재능이 있고 좋은 사람인가. 아버진 왜 이런 사람의 진가를 알지 못하고 모욕을 주었단 말인가. 송희는 다시금 성복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였다.
그러나 성복은 송희쪽엔 애당초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중참을 다 먹고 작업반원들이 일어설 때 성복이도 일어나 잘먹었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송희는 금시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끝났구나. 정말 끝나버렸어. 성복동진 이젠 완전히 변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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