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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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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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승혁은 강영식의 병문안을 끝내고 병원을 나서는 길로 최성복의 집을 향해 걸음을 다그쳤다. 한시라도 빨리 가서 최성복을 설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가슴을 끓이였다.
태양은 이미 성천강건너편으로 사라졌다. 검푸른 구름들이 물결치는 파도모양을 이룬 그쪽하늘가에 구름장들사이로 황혼녘의 잔광이 빛나고있었다. 가슴을 찌르는듯 한 그 잔광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잊을수 없는 동무인 최영빈의 순박하고 어줍어하는 미소가 떠도는 그 얼굴.
그때도 이렇게 황혼녘의 노을이 불타고있었다. 5년전의 그날 주승혁은 염화비닐직장개건공사장에서 합성직장앞에 부과된 작업과제를 수행하느라 땀으로 온몸을 흠뻑 적시고있었다.
《이제 두시간안으로 작업을 끝냅시다.》
승혁은 제가 직접 미장칼을 들고 미장작업을 하면서 직장성원들에게 소리쳤다.
《합시다. 이번에도 이겨야지요.》 누군가 그의 말을 받았다.
사람들은 혼합물을 이기고 미장을 하는데 더욱더 성수를 낸다. 그들은 이번 작업총화에서 무조건 다른 직장들보다 앞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이제는 직장의 많은 성원들이 합성생산공정을 돌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그 로동을 잊다싶이 하고 개건공사, 주로 건설작업에 익숙되고 어언간에 능수들로 되였는데 무슨 작업을 해도 《대합성직장》의 명예만은 지키려고 한다.
승혁이가 날랜 솜씨로 미장을 해나가는데 다급한 발자국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소리쳤다.
《직장장동지, 사고가 났습니다.》
승혁은 후닥닥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승혁은 도에서 진행된 도로닦기공사장에 이동작업을 나갔던 사람들중의 한명을 알아보았다. 오늘 이동작업을 끝내고 돌아온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영빈반장동지가 그만… 글쎄 영빈반장동지가…》
승혁은 미장칼을 내던지고 발판에서 뛰여내렸다. 승혁은 이동작업에 내보낸지 몇달만에 만나는 그 직장성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할 여유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요?》
그 사람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비날론공장사람들은 자기들이 맡은 도로구간공사를 해제끼고 자동차를 타고 돌아오고있었다. 자동차가 가파로운 령길을 치달아오르다가 눈이 얼어붙은 길이 미끄러워 내리지치기 시작하였다. 자칫하면 자동차가 아찔한 골짜기로 내리굴을수 있었다. 적재함에 탔던 사람들이 비명소리를 질렀다. 이때 누군가 날래게 뛰여내려 자동차뒤바퀴에 몸을 들이밀었다. 자동차는 멈추어섰으나 자동차뒤바퀴에 몸을 들이민 사람은 중태에 빠지였다. 희생적으로 동지들과 자동차를 구원한 그 사람은 합성직장 최영빈작업반장이였다.
승혁은 헐레벌떡 영빈이 입원했다는 산업병원으로 자전거를 몰아 달렸다. 제발 영빈이 무사하기만을 빌고 또 빌면서 힘껏 발디디개를 돌리였다.
(일없어. 일없을거야 영빈이, 네 명이 그렇게 짧을수야 없지.)
얼마전 기업소에서 내준 후방물자를 가지고 영빈의 집에 들렸을 때 그의 안해가 몹시도 불만스러워하면서 하던 말이 떠올랐다.
《선철이 아버지, 이젠 우리 성복이 아버지를 집에 돌려보낼수 없나요? 늘쌍 돌격대에 망라되여 집을 떠나살지 않습니까. 나이도 적지 않는데…》
승혁은 가책을 느끼며 심중하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녀인의 말이 리해되였다. 기실 영빈이가 많이 이동작업에 동원되여 돌격대책임자로 활약하였던것이다.
《알겠습니다. 이번에 돌아오면 다신 이동작업에 보내지 않겠습니다.》
아, 성복의 어머니의 의견을 받은 즉시로 최영빈을 소환해왔어야 하는건데 이젠 늦었구나. 승혁은 최영빈과 그의 안해에게 죄책감을 사무치게 느끼며 병원으로 달려들어갔다.
영빈은 구급실에서 마지막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영빈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승혁은 영빈의 손을 잡고 소리질렀다.
《젠장, 일이 더럽겐 됐어.》 영빈은 히죽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힘을 내. 우리가 조금만 더 일하면 공장이 활성화될것 같애.》
승혁은 마치 영빈이가 공장의 개건공사에 대해 물은것처럼 왕청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그 시각 승혁은 영빈이가 얼마나 합성직장의 일터에서 생산공정을 돌리기를 바랐던가를 상기했으며 그가 꼭 살아 공정의 운전조작대에 마주앉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였던것이다. 하여 그는 계속 말하였다.
《우리 함께 꼭 합성생산공정을 다시 돌리자고 약속했지. 그날이 멀지 않았단 말이야. 가성소다직장에 이어 염화비닐직장이 새 모습으로 일떠섰어. 이렇게 한 직장, 한 직장 복구하면 되는거지.》
《그래?》 영빈은 창백한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를 띄웠다.
《영빈이, 너 날 원망하지 않니? 내가 널 자꾸 이동작업에 내보내서… 사실 네가 직장성원들을 데리고 일한다면 난 마음을 놓았댔지.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어. 그런데 넌 내게 의견 한번 부리지 않았지.》
승혁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 목이 메였다.
《무슨 소릴…》 영빈은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단지 비날론이 다시 나오는것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게 한스러울뿐이야.》
《너 무슨 소릴 하니? 왜 죽는다는거야?》 승혁의 두눈에서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려 턱을 타고 옷깃에 뚝뚝 떨어진다.
《너 죽으면 안돼. 이제 비날론이 인차 쏟아진다구, 하나하나 복구한다지 않아.》
《그래 맞아. 비날론이 영 죽을수야 없지. 어떻게 태여난 비날론이길래… 직장장, 우리 성복이를 잘 돌봐주오. 나 대신 그 애가 비날론을 대를 이어 지켜가면 죽어서도 마음을 놓을것 같애.》
《그런 걱정 말라니까.》
《알아.》 영빈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리고 더는 말을 못하고 숨지고말았다.
그때 당시 성복이는 인민대학습당에 가서 강습을 받느라 평양에 가있었기때문에 아버지의 림종도 보지 못하였다. 숨진 영빈을 그러안고 성복의 어머니가 곡성을 터뜨렸다. 승혁은 미여지는듯 한 가슴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성천강반쪽의 하늘가에 황혼이 금빛으로 피고있었다.
아, 소년시절부터 우리에게 그토록 익숙되였던 저 노을, 성천강에서 저 노을에 물들어 금빛몸뚱이가 되여 물장구를 치면서 놀았댔지. 그후 공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우리는 자주 저 노을을 추억깊이 바라보았댔지. 그런데 이제 너는 다시 저 노을을 바라볼수 없게 되였구나.
승혁에게는 최영빈이 림종의 시각에 짓던 그 미소가 그저 사라진것이 아니라 저 하늘가에 노을로 번지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 미소는 참으로 쓸쓸하였다. 그렇다, 그 미소속에는 희망과 함께 한스러움도 깃들어있었다.
비날론에 대한 꿈을 안고 자랐고 사회에 진출하여서 비날론공장의 한직장에서 일하면서 어언간에 자기 몸의 한부분처럼 되여버린 그 생산공정에서 생의 끝까지 지혜와 힘을 다 바치지 못한것이다. 그토록 애착을 가지고 하고싶었던 그 일을 하지 못하고 가는 한스러움을 그는 마지막미소속에 담았던것이다.
승혁은 자기의 두볼로 그냥 눈물이 흐르고있음을 느끼였다.
허나 동무여, 부디 안식하라. 우리 반드시 너의 한을 풀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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