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7회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7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504회 작성일 23-07-21 08:44

본문

(제 47 회)

제 4 장

5

(2)


지난해부터 진행되여온 농약, 물감지구건설은 지금 마감단계에서 다그쳐지고있었다.

저녁시간때부터 기업소의 각 직장, 각 부서들에서 사람들이 와서 지대정리에 참가하였다. 또한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일감을 달라고 하였다. 주선철은 가장 열성적인 지원자들중의 한사람이였다.

오늘도 그는 강혜경의 곁에서 삽질을 하였다.

혜경은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삽질을 한다. 선철은 혜경을 만난것이 즐겁기는 하면서도 마음이 울적하였다. 어제 밤 혜경이가 잔사처리공정건물을 설계하였다는 말을 듣고 괴로와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얼른거리였다.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을 못 들고 뒤척이였다. 선철이가 피곤을 못이겨 잠에 들었다가 불길한 꿈을 꾸고 눈을 떠보니 아버지가 어둠속에 일어나앉아 담배를 피우고있었다.

선철은 마음이 아릿하여 잠자리에서 일어나앉았다. 아버지가 측은하고 어쩐지 자식으로서 아버지에게 미안하게 생각되였다.

《아버지, 너무 속쓰지 말아요.》

《난 일없다. 그저 잠이 오지 않아서 그런다. 넌 그만 자거라.》

《알겠어요.》 하고 대답하고서도 선철은 그대로 앉아있었다.

《선철아, 내 하나 물어보자.》 아버지가 생각에 잠겨 나직이 말하였다. 《너 혹시 혜경이를 좋아하는게 아니냐?》

순간 선철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아버지가 어느새 자기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잠시 바재이다가 내친김에 끝까지 아버지의 돌발적인 제기를 향해 공격할 결단을 내렸다.

《예, 난 혜경이를 사랑하고있습니다. 그래선 안되나요?》

아버지가 대꾸가 없자 선철은 더욱 대담해져서 아직은 서로 약속한것도 없는, 아직은 미래의 일로 남아있는 사실을 현실처럼 말해버렸다.

《우린 서로 사랑하고있습니다.》

아마 아버지는 더욱더 심사숙고하게 될것이다.

그는 제발 아버지가 남들이 바라는대로 자중하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지금 여전히 명랑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혜경을 보니 괴로움은 더욱 무겁게 가슴을 내리눌렀다. 만약경우 아버지가 끝내 잔사처리공정을 옮기자고 들고나온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혜경이 겪게 될 심리적타격은 보통이 아닐것이다.

선철은 혜경이와 서로 사랑한다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것으로 하여 죄스러움을 느끼고있었다. 그러나 혜경에 대한 사랑때문에 그렇게밖에 할수가 없었다고, 앞으로 혜경이를 꼭 쟁취하게 될것이라고, 그때 가면 모든것이 자연스러워질것이라고 자신을 위안하고있었다. 문제는 아버지가 잔사처리공정과 관련한 제안을 포기하는것이다.

선철은 아버지가 괴로와하는것도 큰 정신적부담이였지만 혜경이의 얼굴에 그늘이 지게 되는것은 더욱더 견딜수 없을것만 같았다.

《선철선생,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이질 않는군요.》 혜경이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보입니까?》

선철은 한숨을 짓고 묵묵히 삽질을 하다가 허리를 펴고 혜경을 보았다.

《혜경동무, 한가지 물어봅시다. 만약에…》

선철은 더 말이 나가지 않아 좀 머뭇거리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쨌든 혜경에게 미리 말해주는것이 여러모로 좋을것이라고 거듭 생각하였다.

《한가지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말입니다.》 하고 선철은 잔사처리공정을 두고 벌어진 일에 대해 자기가 아는껏 이야기하였다.

《아버지의 태도를 보면 지금 누구에게도 찬성을 받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제발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델 나서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또 잔사처리공정을 혜경동무가 설계했다는것도 이야기하고…》

선철은 혜경의 얼굴이 해쓱하게 질리는것만 같이 느껴졌다. 혜경은 건성 삽질을 하는척 하다가 물음을 던졌다.

《그럼 선철선생 아버지가 내가 그 설계를 했다는걸 아시는가요?》

《예.》

《차라리 말하지 말걸 그랬어요.》

《아버진 알아야 합니다.》

선철은 와락와락 삽질을 하였다. 혜경이도 삽질을 한다. 그러나 처녀의 삽에는 흙이 얼마 담겨지지 못하였다. 잠시후에 혜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헌데… 선철선생 아버님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수 있을가요?》

《다 반대한다는데 아버지인들 용빼는 수가 있겠습니까. 아버지가 물러선다는것이 사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현명한 처신이 아닐가요.》

맞들이와 마대를 진 사람들이 분산스레 뛰여다니는 속에 웃음소리가 터지고 쾌활한 말소리들이 울리였다. 그 모든 소리를 누르며 예술소조원들이 힘찬 행진곡을 나팔로 불어대였다. 사람들은 성수가 났다. 농약생산공정, 분산물감생산공정이 꾸려지고 앞으로 비날론생산공정들이 전부 살아나게 되면 2. 8비날론련합기업소는 무기화학공업과 유기화학공업, 고분자화학공업과 정밀유기합성공업을 다 갖춘 종합적인 대화학기지로 전변되게 될것이다. 희망찬 앞날이 사람들을 위훈에로 고무하는 그런 하루의 밤이 흘러가고있었다.

그런데 그속에서 두명의 청춘남녀는 제나름의 괴로움을 겪고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