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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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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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퇴근시간이 되였다면서 가방들을 들고 일어난다.
《성복동무, 퇴근하기요.》 《중뿔난 사람》이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쳤다. 《가다가 맥주나 한조끼씩 나누기요, 속이 후련해지게.》
《먼저 가라요.》 성복은 진저리를 치며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사람이 꽁하구만. 그런 꽁한 성격으론 아무런 일도 치지 못해.》
그는 마지막까지 성복의 약을 올려놓는 말을 하고 방을 나갔다.
이윽고 사람들은 다 나가고 방은 조용해졌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파리 한마리가 날아들어와 성복의 머리우를 앵앵거리며 시끄럽게 날아돌았다. 마치 곤충마저 자기를 조롱하려드는듯싶어 성복은 사나운 눈찌로 파리를 쫒았다. 반드시 때려잡고야말리라고 책 한권을 힘껏 잡아들고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파리는 성복에게 그 하찮은 통쾌감마저 주고싶지 않다는듯 유유히 앵앵거리며 책상우에 앉을듯말듯 하다가 날아가버리고말았다.
《제기랄것.》
성복은 책을 집어던지고 주먹으로 콤퓨터탁을 쳤다.
(하루빨리 여길 떠나야겠어. 왜 이렇게 마음이 붙지 않는가. 그런데 어디로 간다? 어디로 가는가 말이야.)
성복은 그 순간 비날론공장의 사람들이 사무치게 그리워났다.
주승혁이며 김송희, 문종국, 강영식의 얼굴들이 번갈아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다루던 그 콤퓨터, 화면에 바늘귀만 한 흠집이 있고 음질이 약간 나쁜 그 콤퓨터를 다시한번 만져보고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성복은 괴로운 상념에 잠겨 여전히 콤퓨터로 오락을 하고있었다. 그냥 오락을 하면서 쓸쓸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리였다. 송수화기를 드니 접수실에서 한사람이 찾아왔으니 빨리 나오라고 한다.
성복은 서둘러 퇴근준비를 하고 방을 나섰다. 정문을 통과하니 뜻밖에도 주승혁이가 기다리고있었다. 성복은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그는 막 승혁의 품에 얼굴을 묻고 슬픔을 하소연하고싶었다. 그러나 그는 가까스로 자신을 억제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저씨가 어떻게 절 찾아왔어요?》
《난 뭐 널 찾아오면 안된다더냐?》 승혁은 시물시물 웃었다. 《자, 같이 가면서 말하지.》
그들은 자전거를 끌고 걸어갔다.
《너도 오늘 장군님께서 우리 공장을 현지지도하시였다는 소식을 들었겠지?》
《예, 지금 온통 그 소리뿐인걸요.》
《그렇겠지.》
《장군님께서 비날론로동계급의 정신력이 살아있다고 그렇게 만족해하시였다지요?》
《그래…》
승혁은 성복에게 장군님의 현지지도소식을 자상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노라니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와 손으로 눈굽을 문대였다. 성복의 눈가에도 눈물이 어리였다. 그는 고난의 행군시기 설비를 지키느라 늘 공장에 나가살던 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장군님께서 바로 아버지의 숨은 노력도 헤아려주신것이 아니랴. 성복의 마음을 들여다본듯 승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울음이 섞여 갈려있었다.
《그이의 말씀을 전달받고보니 난 성복이의 아버지가 생각나더라. 그리고 널 생각했다. 넌 비날론공장으로 다시 와야 해. 아버지의 넋이 깃든 공장이 아니야? 그리고 장군님께서 다시 일떠세우자고 또다시 공장을 찾아주시지 않니. 또 오시겠다고 하셨대.》
승혁은 잠간 숨을 들이긋고나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 성복아, 다른 생각말고 오너라. 아직은 우리 공장이 다른 기업소들보다 식량공급도 못하고 로동자들의 생활형편이 어려운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만한것도 이겨내지 못하겠니. 내 강영식과장에게 말하니 앞으로 콤퓨터기술자들이 할 일이 많다면서 네가 어서 왔으면 하더구나. 내 이 말을 하자고 우정 널 찾아온거야.》
《고맙습니다.》 성복의 두볼로 눈물이 주르르 굴러떨어졌다. 《다들 고맙습니다.》
그는 멈추어서서 눈물을 훔치였다.
《그런데 정말 내가 다시 가도 될가요?》
《되지 않구. 넌 꼭 와야 해.》
성복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듯 심호흡을 몇번 하다가 문득 생각난듯이 물었다.
《헌데 선철이 어머니는 어떻습니까?》
《이젠 퇴원했어, 일없어. 좀 화상흔적이 남았어. 일없어, 내가 더 사랑해주면 되는거지. 우린 다 이겨냈어. 너만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면 돼.》
《아저씨.》 최성복은 흑 하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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