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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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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870회 작성일 23-07-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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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회)

제 3 장

6

(2)


그는 최성복의 집에 비물이 샌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가 집을 다시 지을수밖에 없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 말을 성복의 어머니에게 하니 녀인은 그 건설자재들을 어떻게 구하는가고 우울하게 말하였다. 구역주택보수사업소에 가서 사정을 말하니 세멘트가 다 떨어졌다고 대답하더란다. 승혁은 자기가 직접 주택보수사업소 지배인을 찾아가 만나보았다. 지배인은 텅 빈 창고문을 열어보이였다.

《형편이 이렇수다. 우린 우에서 떨구는 공사과제를 수행하자고 해도 힘이 드오. 하지만 그 집사정은 딱하니 꼭 보수해주겠소. 좀 기다리면 세멘트가 들어올수도 있겠지요. 그때 선참으로 해드려야지요.》

실망을 안고 돌아오다가 한사람과 마주치게 되였다. 그는 이전에 합성직장에서 일하다가 고난의 행군시기 다른 기관으로 간 사람이였다. 그는 그 기관 후방부서를 책임지고 사업하고있었다.

《직장장동지, 왜 그렇게 얼굴색이 좋지 않습니까?》 하고 그가 물었다.

《최영빈반장을 알지?》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애석하게도 몇년전에 희생되였지요.》

《그 사람네 집을 다시 지어야겠는데 자재가 적지 않게 들것 같소. 그걸 어떻게 구해내겠는지 난감해서 그러오.》

《내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이요?》

승혁은 구세주를 만난것만 같이 흥분으로 가슴이 높뛰였다. 그러나 인차 리성을 되찾고 얼굴을 찌프렸다.

《동무가 그걸 어떻게 한다고 그러오?》

《내가 한다면 하는거지요. 대신 직장장동지는 전동기나 우리한테 좀 빌려주십시오. 인조고기를 뽑아야겠는데 전동기가 걸렸거던요.》

《내게 무슨 전동기가 있다는거요?》

《그러지 마십시오. 합성직장 창고에 전동기들이 보관되여있다는것을 내 모르는줄 압니까. 직장장동지가 합성공정을 다시 살릴 때를 기다리면서 지키고있는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이전같으면 대번에 거절해버렸을 주승혁이지만 막다른 골목에 든것처럼 말문이 막혀버리였다. 승혁은 끙끙 갑자르다가 힘들게 말하였다.

《내 생각해보겠소.》

며칠을 두고 그는 례의 그 후방일군의 제기를 두고 생각해보았고 결국은 그에 동의하게 되였다.

《날 욕 많이 하시오.》 창고에서 전동기 2대를 꺼내면서 승혁은 창고장에게 말하였다.

《당장 직장이 돌아갈 전망도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돌려쓴다고 해서 크게 잘못될거야 없겠지요.》 창고장은 오히려 승혁을 위안하려들었다.

승혁은 전동기들을 빌려준 대가로 세멘트를 받았고 그것으로 최성복이네 집을 보수해주도록 하였다. 그후에 승혁에게서 전동기를 빌려간 후방일군이 그 어떤 엄중한 죄를 범하여 보안서의 취급을 받게 되였다. 그의 죄를 따지던 과정에 여러건의 비법적인 행위들이 더 적발되였는데 승혁이가 그에게 전동기를 빌려준것이 제기되였다. 승혁의 잘못은 전동기를 기업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의대로 빌려주고 대가를 받은것이였다.

그런데 문제가 더 크게 서게 된것은 그 전동기들을 쉽사리 돌려받지 못하게 된때문이였다. 례의 그 후방일군이 원체 음흉한 장사군이였는지 아니면 딱한 사정에 몰려서였는지는 모르나 그 전동기들을 팔아버렸던것이다.

승혁은 뼈저리게 자책하였다. 비날론생산공정이 죽은 후로 여러가지로 고민을 하고 비날론공정을 없애버리려는 조치에 반기를 들고 해보기도 한 그였지만 신경을 자주 곤두세우는 나날속에 어언간에 당장은 합성생산공정이 살아날 전망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견해에 감염되게 되였다. 그는 정신적으로 지쳤고 그때를 기다렸던것처럼 《령리한 타산》이라는 비루스가 정신에 침입했던것이다.…

승혁은 다시금 죄책감을 느끼면서 춘섭에게 말하였다.

《모든게 내탓이지. 누구에게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소.》

《물론 나도 당신을 잘 도와주지 못했소. 왜 그런지 자네의 일은 꼬이기만 하거던.》

《꼬일것도 없소. 자업자득인셈이지.》

《자업자득이라?》 춘섭은 흥미있다는듯 승혁을 지긋이 여겨보다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자네가 합성개건 및 시운전을 기술적으로 이끌고나가는것을 보고 참 기뻤댔소. 이젠 승혁에게도 기회가 왔구나 하고 생각했소. 하긴 자네뿐이 아니지. 위대한 장군님께서 우리모두에게 재생의 기회를 주신것이지.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한때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비날론생산공정을 없애버리려고 했었지.》

사실 춘섭은 비날론생산공정을 없애고 그대신 다른 지구의 화학공장들을 추켜세우자는 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사람들중의 한명이였다. 이에 대해 그는 심히 가책을 느끼고있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동을 달았다.

《어찌 보면 우린 범죄자들이요.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그 죄를 묻지 않으시고 우리 중앙의 일군들도 비날론공장의 개건공사에로 불러주시였소. 비날론공장을 다시 일떠세우는 투쟁에서 죄를 씻도록 하신거라고 난 생각해. 그래서 자네와 내가 한전선에서 다시 만났거던. 비록 지난날에 좀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모든걸 령으로 하고 비날론을 위한 투쟁에서 함께 달리는거지.》

춘섭의 말은 승혁을 감동시키였다.

(확실히 높은 간부가 다르군. 말할줄 알고 각오도 높거던.)

《난 자네의 일이 언제나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야. 그래서 매사에 자네가 실수하지 말기를 빌고있소. 그런데 지금 알데히드가 제대로 못나오고있소. 일부 사람들은 주승혁이가 생성반응기를 개조해서 그런것이 아닌가고 수군대고있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프단 말이야. 알데히드생성반응기는 왜 개조했나? 이전 장치물을 그대로 살려쓰면 될텐데… 안전하게 나가는게 상수가 아닌가.》

《현시대 요구에 맞게 개조한게 뭐가 잘못됐소? 참, 사람들도 돼먹지 않았거던.》

이렇게 말하면서 승혁은 의혹이 서린 눈으로 춘섭을 보았다.

춘섭의 본심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사람은 결국 내가 한 일들이 다 잘못되였다고 충고를 주는셈인가. 결국 너는 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전날의 생산공정을 그대로 복구하는것이 옳다고 주장하는것인가.

《그래 동문 나에게 뭘 말하자는거요?》 승혁의 목소리는 노여움으로 떨리였고 두눈에는 불꽃이 일었다.

《흥분하지 말게. 자기만 제일 똑똑한체 하는 그 소총명을 버리오.》

《뭐, 소총명이라구?》 승혁은 피식 조소를 입가에 띄웠다.

승혁은 춘섭에게 한바탕 해보고싶은 격렬한 충동을 느끼였다. 그러나 자신을 눌렀다. 그는 확실히 이전날의 주승혁이가 아니였다. 직장장직에서 해임된 후에 그는 자신을 신랄히 꾸짖었고 그 과정에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보다는 자기자신을 비판하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있었다. 하여 그는 춘섭에게 맞대놓고 말하지 않고 자기자신에게 말하였다.

(하기야 내가 소총명을 부리는건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것만을 잊지 말아야 해. 비날론을 뽑아도 우리 장군님의 리상에 맞는 새 세기의 비날론을 뽑아야 한다는 그 원칙만은 잊지 말아야지. 이건 그 누구에게도 양보해서는 안돼. 그것이 설사 소총명으로 오인된다고 해도 좋다. 이 사람 춘섭이, 알데히드생산공정에서 일부 사고들이 일어난다고 해서 내가 생성반응기를 개조한것을 두고 말들을 한다는데 잘 알지 못하면 잠자코 있으라고들 하오. 화학공장의 시운전이 그렇게 떡먹듯 쉽게 될수야 없지.)

승혁은 합성직장의 개건을 위해 그렇게 애를 쓰고 모든것을 다 바쳤건만 아직도 그를 곡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분했고 그 사람들속에 박춘섭이 있다는것이 더욱더 분했고 슬펐다. 그런데 박춘섭이라는 사람은 다름아닌 안해에게 오빠가 되는 사람이였다.

《그렇게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지 말고 어디 말 좀 해보오.》 하고 춘섭이가 말하였다.

승혁은 마지못해하듯 입을 열었다.

《내 언젠가 처에게 이런 말을 했던적이 있소, 비날론은 나의 생명이나 같다고. 솔직히 말해서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공장이 멎어선 후로 난 나자신이 옳게 산다고 생각하지 못했소. 왜냐하면 내가 가장 사랑하던 그것이 쓰러져서 숨을 쉬지 않았기때문이였지. 지금 장군님의 령도밑에 그 생명이 다시 일어서자고 모지름을 쓰고있소. 그래 내가 이 생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 생명을 강하고 훌륭하게 재창조하기 위해 아까와할게 뭐 있겠소. 무슨 두려움이 있겠소. 그 무엇을 서슴어하겠소. 그저 나의 정력과 지혜를 깡그리 쏟아부을뿐이요. 남들이 나를 욕하든 비난하든 나에겐 상관없소.》

승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날 욕 많이 하오. 난 무례하고 또 모든 면에서 준비되지 못했소. 그래서 직장장에서 떨어지고 또 지금도 사람들의 비난을 듣는 존재요. 당신은 날 잘 아니까 리해해주리라 믿소. 먼저 실례하겠소.》

승혁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춘섭을 남기고 먼저 식당을 나섰다. 그는 자전거를 세워놓은 곳으로 휘청휘청 걸어갔다. 그는 자전거보관소에서 자전거를 찾아 끌어내고 안해가 입원해있는 입원실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두눈에는 물기가 그렁하니 어리였다. 왜선지 슬픔이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것이였다.

(여보, 날 용서하오. 아무래도 난 덜돼먹은 자식인것 같소. 하지만 난 달리는 살고싶지 않소. 비록 연구사로 평범하게 살아도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 참된 의리를 지키는 사람으로 살테요.)

잠시후 주승혁은 자전거를 타고 공장을 향해 달리였다. 번쩍번쩍하는 카바이드전기로의 화광이 별스레 의미심장하게 안겨왔다. 비날론이라는 생명체가 그 번쩍임을 통하여 왜 이제야 오느냐고 자기자신을 꾸짖기도 하고 반갑다고 인사를 보내기도 하는것처럼 느껴지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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