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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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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556회 작성일 23-07-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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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 회)

제 3 장

4

(1)


알데히드생산공정 설비, 장치물들의 압시험을 성과적으로 치르고 운전회로를 구성하였으며 물운전도 진행하였다. 드디여 진짜 매질을 투입하는 날이 왔다. 알데히드생산공정 운전조작실에는 여느때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체로 당, 행정, 기술부문의 일군들이였다. 중앙과 도에서 내려온 일군들도 그들속에 섞여있었다. 그들이 다 들어와서 뒤에서 지켜본다면 운전공들이 긴장하여 실수를 할수도 있고 시운전그루빠성원들의 사업에도 지장을 줄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였다. 사실 그들이 운전조작에 도움을 줄 일은 별로 없었으나 시운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 조바심같은것이 너나없이 가슴에 끓어 알데히드생산공정건물로 찾아왔던것이다.

《자, 운전공들과 시운전을 직접 지휘할 사람들만 남고 모두 나갑시다.》 신명욱이 말하면서 일군들을 문밖으로 내몰았다. 《나도 나간다니까… 자, 자, 그러지 말고 창문밖에 나가 지켜봅시다.》

정준학이 주승혁의 팔굽을 꽉 잡으며 말하였다. 《주동무에게 맡기고 나도 나가있겠소. 제기되는 일이 있으면 소리치오. 제꺽 대책을 세울테니까.》

잠시후에 운전조작실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그러나 주승혁의 마음은 결코 고요하게 가라앉지 못하였다. 거세찬 흥분으로 가슴속에서 폭풍이 일어번지는것만 같았다. 지금 승혁은 지난 10여년간 꿈에도 바랐던 그 시각을 맞이하고있는것이였다. 자기의 지혜, 우리모두의 기술과 힘으로 현대화한 생산공정이 아기처럼 첫걸음을 떼려고 한다. 제발 넘어지지 말고 걸어갔으면…

이날을 위해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희망의 길을 다지였고 그 길을 걸으며 강심먹고 가슴속에서 사위여가는 신심의 불을 지피군 했다. 그러니 제발 넘어지지 말고 걸어갔으면…

이날을 보지 못하고 숨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속에는 형도 있었고 최영빈이도 있었다. 최영빈은 알데히드작업반장이였다. 그가 땅속에서 지금 콤퓨터화되고 현대적으로 개조된 알데히드생산공정이 돌아가게 된것을 안다면 얼마나 기뻐할것인가. 그러나 그의 아들 성복이가 비날론공장을 떠나간것이 되새겨지면서 승혁은 한순간 가슴이 알알해지기도 하였다.

《시작해보지 않겠습니까?》

승혁은 명수가 묻는 말에 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명수의 살갗이 거친 얼굴에 별로 친근한 미소가 어려있음을 알아보았다. 승혁은 한전호에 선 동지의 뉴대감이라는게 이런것인가 하는 따뜻한 감정과 별로 이상하게 명수에 대한 호감이 솟구침을 기분좋게 느끼였다.

나이지숙한 운전공도, 그옆에 앉아있는 자동화과 실장 문종국이도 별로 정깊게 안겨온다. 그들은 다 하나의 목적을 향해 가는 동지들이였다.

《시작합시다.》 주승혁이가 엄숙하게 말하였다.

그러자 운전공이 공정전화기를 들었다.

《여긴 준비되였다. 촉매액을 보내라.》

주승혁은 콤퓨터화면을 통해 촉매액이 생성반응기에 차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뽐프를 세우게 하고 다음지시를 주었다.

《이제부터 가스를 투입한다.》

화면에는 아세틸렌가스의 주입상태가 나타났다. 승혁의 가슴은 활시위를 당긴것처럼 팽팽히 긴장되였다.

문종국이 또한 숨을 죽이고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고있었다. 문종국은 원천프로그람을 개발한 당사자이지만 알데히드생산공정처럼 복잡하고 폭발위험성이 많은 공정에 도입하기는 처음이기에 가슴을 조이는것이였다. 운전공들은 운전공들대로 손을 떨고있었다. 그러나 콤퓨터화면은 설비들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며 그속에서의 화학반응 또한 정상적으로 진행됨을 알려주고있었다. 승혁의 가슴에 점차 안정이 깃들기 시작한다. 한 2시간동안 그 과정이 계속되자 창문가에 달라붙어 안에서 진행되는 일을, 매질의 반응과정이 현시되는 콤퓨터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벙실벙실 피여난다.

《되는구만. 시작은 괜찮은것 같소.》

《괜히 떨었는데…》

《난 폭발이 일어나면 달려들어가 가슴으로 막을 생각을 다 했소.》

《당신이? 그건 모를 소리다. 어디 피할 구멍수를 미리 찾아봤겠지.》

창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러루하게 롱담을 하면서 떠나갔고 명욱과 준학을 비롯한 몇사람이 운전조작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주로 주승혁과 시운전그루빠성원들에게 그동안 수고많았다고 인사의 말을 하였다.

《나야 뭐 한게 있나요. 콤퓨터화를 실현하느라 자동화과사람들이 큰일을 했지요.》 주승혁은 겸손하게 대꾸하였다. 《우리 일은 이제부터입니다. 아직은 성공을 장담하기 힘듭니다.》

사실 승혁은 10년나마 세워두었고 다시 개조하기까지 한 설비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겠는지는 예측할수 없다고 보았으며 알데히드가 제대로 나오겠는지 그것도 장담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제품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문제는 이 장소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질좋은 생산물을 내놓고봐야 한다.

《주동무, 수고많았소.》 박춘섭은 주승혁의 곁으로 다가와서 담배까지 권하며 말하였다.

《콤퓨터화는 확실히 됩니다. 그러나 알데히드공정은 두고봐야 합니다.》 승혁은 고집스럽게 말하였다.

승혁은 실상 제품이 제대로 나오고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콤퓨터화도 부단히 수정하고 전진해나가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지만 콤퓨터화에 기울인 강영식이나 그의 기술집단의 수고를 생각하여 그렇게 말을 한것이였다.

중요한것은 시운전그루빠의 모든 성원들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합심하는것이다.

명욱과 준학이들이 떠나가고 운전조작실이 다시금 조용해졌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리였다. 김명수가 송수화기를 들고 몇마디 하다가 주승혁에게 넘겨주었다. 《아바이, 아들에게서 온 전화입니다.》

승혁이가 송수화기를 받아들자 아들 선철의 급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어머니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왔어요.》

《언제?》 승혁은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활랑거리였다.

《좀전에 그렇게 됐어요.》

안해는 집에서 세마리의 돼지를 기르고있었다. 요새 심장병이 악화되였는데도 일손을 놓지 않았다. 이날 오후 돼지물을 끓이다가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쓰러지는통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알겠다. 내가 곧 가마.》

승혁은 송수화기를 놓고 얼친 사람처럼 멍히 앉아있었다.

일이 얼마나 공교롭게 벌어지는것인가. 마치 누구인가 마음먹고 자기자신에게 타격을 가하려고 준비한것만 같았다. 내가 어떻게 이 시운전이 진행되는 장소를 떠날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벼르고별러온 시운전인데… 제품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순간도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봐야겠다고 방금전까지 마음에 새긴것이 아니였던가.

에익, 승혁은 안타까와 주먹으로 탁을 들이치고싶은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못 가겠다. 의사인 아들 선철이가 안해곁에 있지 않는가. 당장 생명이 위급한것이 아닌데 내가 떠나야 할것인가. 아니다, 그럴수가 없다.

그러나 승혁은 자기가 당장 일어나서 안해곁으로 가게 될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는 안해가 고통스러워 할 때 외면할수는 결코 없었다. 그는 안해가 불상사를 입은 이 시각에도 시운전책임자로서의 머리를 쉬이 병원으로 돌릴수가 없는 자기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섰다.

《무슨 일이 생겼소?》 운전조작실에 그냥 남아있던 박춘섭이 승혁에게 물었다.

그제야 승혁은 꿈속에서 깨여난 사람처럼 흠칫 놀라며 춘섭을 보았다.

《응, 선철이 에미가 화상을 입었다누만.》 승혁은 저도 모르게 반말이 나갔다.

《뭐라구?》 춘섭이 놀라는 소리를 치고 뒤이어 명수도 다가왔다. 《대체 어떻게 됐다는겁니까?》

《구체적인건 아직 모르겠소. 그저 선철이 에미가 화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갔다는 정도밖엔…》

《이러고있으면 어쩝니까. 빨리 병원에 가봐야지요.》

《알겠소. 그럼 직장장동무가 여기를 지키고 앉아있소. 내 병원에 갔다와야겠소.》

승혁이가 벌떡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춘섭이가 팔을 잡았다.

《좀 기다리오. 나도 함께 가기요.》

춘섭은 송수화기를 들고 누구에겐가 승용차 한대를 급히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승혁이가 춘섭이와 함께 밖에 나가니 벌써 기업소의 승용차 한대가 달려오고있었다. 승용차는 승혁과 춘섭이 올라타자 빠른 속도로 산업병원을 향해 질주하였다. 그들은 말없이 앉아있었다. 승혁은 자기 못지 않게 안해를 걱정하는 또 한사람이 있음을 느끼면서 어쩐지 마음이 놓이였다. 박춘섭, 안해에게 있어서 친오빠 못지 않은 사람, 어쩌면 춘섭은 나보다 더 가슴이 아플는지도 모른다. 춘섭이가 자기 집에 왔을 때 안해와 반갑다고 붙들고돌아가던 그 광경이 눈앞에 생생히 떠올랐다. 그때 안해는 장진군에서 함께 자라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눈물까지 흘리였다.

《영희가 크게 상하지 말아야겠는데…》 옆에서 춘섭이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승혁은 뭐라고 말하고싶지 않았다. 안해에 대한 근심이 가슴을 에이는듯 하여 말할 기운까지 잃어버린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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