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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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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011회 작성일 23-07-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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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 회)

제 3 장

3


마침내 모든 설비, 장치물들의 제작과 정비가 끝나 시운전준비가 완전히 갖추어졌다. 그날 저녁 합성직장 회의실에서는 시운전에서 제기될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자는 목적에서 관계부문 일군들과 기술자, 로동자들의 협의회가 진행되였다. 주석단에는 신명욱책임비서와 한명산기사장이 나와앉았다.

《지금 온 기업소와 도, 나아가서 전국이 합성직장을 지켜보고있습니다. 래일 알데히드생산공정 시운전을 잘하여 사람들에게 신심을 주어야 합니다.》

신명욱이 이렇게 서두를 떼고나서 한명산을 돌아보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한명산은 기사장으로 임명된지 얼마 안되는 젊은 사람인데 인민경제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부터 줄곧 새로 개건된 직장들의 시운전을 치르느라 바빴다.

얼마전에 1카바이드직장에서 한개 로를 더 개건하여 시운전을 진행했고 증기직장에 새 보이라를 건설하고 시운전을 하여 정상운전에 들어갔다. 암모니아직장에 질소분리기공정을 꾸리고 시운전을 하였다. 이 모든것은 다 합성직장의 알데히드와 초산생산공정을 돌리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날론중간체공정을 돌리기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 착실히 진행해왔다고 할수 있습니다.》 한명산은 자신심이 어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드디여 알데히드생산공정을 돌려야 할 시각이 왔습니다. 시운전을 성과적으로 진행해야겠는데 미흡한 점이 없는가를 따져보자는겁니다.》

명산은 증기직장, 아세틸렌직장, 동력과, 자동화과, 자동화직장… 등 순서로 해당 부문의 일군들을 불러세우고 걸린 문제가 없는가를 료해하였다. 알데히드생산공정을 돌리자면 그 모든 직장과 부서들이 공동으로 생산조건을 보장해야 하였던것이다. 증기직장은 증기를 보장해야 하고 아세틸렌직장에서는 아세틸렌가스를 보장해야 하고 동력과에서 전기를 보장해야 하고 자동화과에서는 생산공정의 콤퓨터화를 책임져야 했다. 준비가 철저히 되여있는 직장은 칭찬을 하였고 아직 무엇인가 부족한 직장에 대해서는 책임추궁을 하고 대책을 강구하였다. 젊은 기사장은 아는것도 많고 패기도 있었다.

명산은 합성직장장 김명수도 불러일으켜세웠다.

《동무넨 어떻습니까?》

《우리 사람들은 다 준비되여있습니다.》

김명수의 목소리는 갈려있었다. 뼈가 굵직한 얼굴의 살이 퍼그나 빠지고 목까지 쉬여버린것을 보면 그가 그동안 시운전준비를 위해 얼마나 투신했는가를 누구나 짐작할수가 있었다. 그는 투신력이 강한 일군으로 널리 알려져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제기를 하겠습니다.》 김명수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좌중의 주의를 모았다.

《뭐요?》 명수를 여겨보는 명산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떠돌았다.

《콤퓨터조종은 아무래도 좀 미타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원래 자동화조종반으로 운전하게 대책을 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아는바이지만 화학공장의 시운전이란게 자칫하면 폭발할수 있는 위험을 동반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명산은 한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어리둥절하여 옆의 명욱을 쳐다보았다가 그의 바위같은 자세에 부딪치자 다시 명수에게 눈길을 주었다.

《아니, 그건 무슨 도깨비같은 소리요?》

《우리 사람들이 콤퓨터조종은 자신이 없어 한단 말입니다.》 명수는 더 말하지 않고 털썩 자리에 앉았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회의실의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기가 막힌듯 어이 없어 머리를 흔드는 사람들, 리해할수 있다는듯 머리를 끄덕이는 사람들, 격분하여 명수를 쏘아보는 사람들… 각이한 사람들의 모습이 회의실을 채우고있었다. 그속에서 어느 누군가가 《저 사람 제 정신이야?》 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듯 김명수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은 목소리로 배심있게 말하였다.

《앞으로 생산공정을 돌려야 하고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우리 합성직장사람들이라는것을 명심해주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린 누구보다도 심사숙고하지 않을수 없는것입니다. 생산공정에서 폭발이 일어나거나 사고가 생긴다면 우리가 먼저 제일 크게 피해를 입을것입니다.》

《알데히드반장 왔습니까?》 명산이 소리쳤다.

키가 자그마한 사람이 일어섰다. 《예.》

《그래 동무네 정말 콤퓨터조종을 못하겠다는거요?》

반장은 우물쭈물 손톱여물을 썰다가 헤식은 웃음을 지어보이였다.

《아무래도 자동화조종반보다는…》

《앉소. 운전공은 어느 동무요?》

좀 나이가 든 사람이 일어나서 역시 자신이 없다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면서 명수쪽을 보는 품이 직장장의 눈치를 살피는것 같았다.

지금껏 명산의 옆에 앉아 협의회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던 신명욱이 답답한듯 목단추를 한개 끌러놓고 사업일지를 뒤적거리다가 머리를 쳐들었다. 그의 눈길은 주승혁을 찾고있었다. 그때 주승혁은 무거운 심정으로 멀거니 창밖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자기자신은 합성직장사람이 아니여서 그들에게서 따돌리운것만 같았고 따라서 배반당한것만 같은 분함을 느끼고있었다. 물론 김명수가 콤퓨터화를 맞갖지 않게 여긴다는것은 모르는바가 아니였지만 자신이 주인이랍시고 아래사람들과 짜고들어 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반대립장을 표명할줄은 몰랐다.

《주승혁동무.》

승혁은 명욱이 이름을 불러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동무가 시운전책임자인데 어디 의견을 들어봅시다. 어떻소? 종전의 자동화조종반을 다시 살려서 알데히드를 생산해야겠습니까?》

주승혁은 좌중의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긴장하여 자신을 주시하고있음을 느끼였다. 김명수와 같은 사람들은 자기들과 같은 립장에 설것을 바랄것이고 강영식처럼 콤퓨터화를 추진해온 사람들은 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기대할것이였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나서 침착하게 말하였다.

《콤퓨터조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힘들어도 두려워도 그 길로 가야 합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찾아오시면 이전날의 생산공정을 복구하였다고 말씀올리겠습니까. 장군님께서 모든 부문에서 최첨단을 돌파하라고 가르치고계시는데 콤퓨터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지요. 우리는 비날론공업을 응당 새로운 면모로 일신시켜야 합니다.

난 물론 시운전을 실수없이 잘해보자는 합성직장장동무의 심정을 리해할만 합니다. 시운전을 잘해보자는데서는 나도 같은 심정입니다. 또 나도 과연 콤퓨터화가 제대로 되겠는지 하고 조마조마한감을 털어버릴수가 없었댔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동화과의 젊은 기술자들이 개발한 원천프로그람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신심이 확고히 생겼습니다. 이 프로그람은 프로그람전문지식을 풍부히 소유하고 비날론생산공정에 대하여 완전히 파악하고있는 사람들이 개발한것입니다. 난 그들을 믿고싶습니다.

절대 후퇴해서는 안됩니다. 설사 처음엔 잘 안되는 한이 있더라도 콤퓨터화방향으로 나가자는것을 난 강경히 제기합니다.》

회의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졌다. 승혁은 의자에 앉으면서 땀을 닦았다. 옆에 앉은 사람이 승혁의 팔을 쿡 찌르며 말한다.

《좋은 말씀을 했수다. 마치 콤퓨터기술자처럼 말을 하는구만요.》

또 뒤에서 속삭이는 고무의 말도 들려왔다.

《역시 주아바이 괜찮소.》

명욱이가 주석단에서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어느덧 신심어린 미소가 비껴있었다.

《주승혁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하고 그는 말하였다. 《우린 단순히 생산공정들을 되살리자는것이 아니라 공장을 세계를 굽어보는 보다 발전된 기업소로 변모시키자고 하는것입니다. 우린 수령님의 념원이 깃들어있는 비날론공장을 경애하는 장군님의 최첨단돌파사상과 구상을 실현할수 있는 기업소로 일떠세워야 합니다.》

명욱의 말에 호응하여 강영식이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웨치였다.

《운전공들이 정 폭발을 무서워한다면 뒤에 물러서있으라고 합시다. 콤퓨터조종은 우리 자동화과에서 하겠습니다.》

《합성직장장동무, 어떻게 하겠습니까?》 명산이가 따져물었다.

명수는 대답을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있었다.

《합성직장장동무.》

명산이 성난 목소리로 재차 불러서야 명수는 놀란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하겠습니다. 콤퓨터조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야 원래 콤맹자(콤퓨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니 좀 떨었는데… 다들 된다니까 해보겠습니다.》

명수의 말에 가벼운 웃음이 좌중에 일었다. 분위기는 다시 화기롭게 변화되였다. 명수는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서서 무슨 생각에 잠긴듯싶더니 좀 숨을 들이그었다가 더 큰 목소리로 덧달았다.

《그러되… 한가지 제기를 하겠습니다.》

명수의 말은 다시금 좌중을 긴장시켰다. 그가 또 그 어떤 난처한 문제를 들고나오지나 않겠는가 하여 승혁은 저으기 신경이 날카로와졌다.

《뭡니까?》 한명산이 참지 못하여 다그쳤다.

《지금처럼 한대로 조종할것이 아니라 합성과 정류를 갈라서 두개의 콤퓨터로 조종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수는 여전히 자신심을 가질수가 없었던것이다. 그에게는 무엇보다 알데히드와 초산생산공정을 돌려 성과적으로 생산물을 뽑아내는것이 중요하게 생각되였다. 지금 그에게는 콤퓨터화를 주장한 주승혁이가 아니꼽게 여겨졌다. 제가 콤퓨터에 대해 뭘 안다고 콤퓨터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해나서는것인지 정말 리해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명수는 그런 불만을 차마 표현할수는 없었고 콤퓨터화를 정면으로 반대해나설수도 없는 처지여서 스스로 더욱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보았던것이다.

《자동화과장동무, 어떻게 생각합니까?》 명산이 강영식에게 물었다. 《합성직장장동무가 요구하는대로 합성과 정류부문을 나누어 콤퓨터조종을 할수 있겠지요?》

《할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준비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오늘 밤중으로 콤퓨터 두대로 조종할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래일 시운전을 꼭 보장하겠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믿겠습니다.》 명산은 사업일지를 덮었다.

협의회가 끝나 참가자들이 밖으로 밀려나오는 속에 주승혁은 김명수와 마주치게 되였다.

《주아바이때문에 난 단단히 점수를 떼웠습니다.》

명수는 웃으면서 말하였으나 어쩐지 그 롱조의 말에 야유가 묻어있음을 승혁은 느끼였다.

《주인이야 점수를 떼우든 따든 상관이 있소. 자기 집 일만 잘되면 그만이지.》 승혁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옆의 사람들이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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