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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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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116회 작성일 23-06-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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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회)

제 2 장

6


기업소설계실은 단층건물로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있어 설계원들이 조용한 환경속에서 사색을 하면서 도면을 그리기에는 그저그만이였다. 자그마한 마당도 있어 여가시간에 나와 담배도 피우고 운동도 할수 있었다. 12시가 가까와오는 시간에 두 처녀가 해빛이 따뜻하게 비쳐드는 마당가에 나와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강혜경이 자기를 찾아온 친구를 만나고있는것이다.

친구는 비날론공장에서 개건공사를 힘있게 벌린다는 소식을 듣고 동무들과 지원물자를 마련해가지고왔던 길에 혜경을 만나보려고 온것이였다.

《너 정말 괜찮다야. 비날론공장으로 용약 탄원해왔다니 막 돋보여.》 하고 친구는 감탄사를 련발하며 말한다.

《혜경아, 너 본때를 보여라. 너야 원래 실력이 높지 않니.》

혜경은 친구의 우정이 고마왔고 동시에 지금 비날론공장이 개건되고있다는 사실이 인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고있는가를 새삼스럽게 느끼였다. 친구는 떠나가면서 빵이 들어있는 불룩한 구럭을 남겨놓았다.

《뭘 가져올게 있어야지. 배고플 때 먹으렴. 또 찾아오겠어.》

친구를 바래주고 빵이 들어있는 묵직한 구럭을 들여다보노라니 갑자기 주승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식사나 제대로 하고있을가?)

강혜경은 혈육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는것도 아닌 주승혁에게 우연히 생긴 빵을 가져다주고싶어하는 자기자신이 스스로도 이상스러워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넌 참 괴상한 처녀야.) 하고 자신을 핀잔하면서도 어쩔수 없는 지향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어제 저녁에 있은 일이였다.

강혜경은 1단계개건공사에서 합성직장의 알데히드생산공정, 초산생산공정복구와 함께 중요한 목표로 제기된 가소제직장의 생산공정복구 현장으로 나갔었다. 혜경은 가소제직장의 건물보수설계를 했기때문에 자주 현장에 나가 시공도 봐주지 않으면 안되였다.

거기서 혜경은 야간지원로동을 나온 주선철을 만나게 되였다. 지원자들속에서 선철의 모습을 보았을 때 감동을 금할수 없었다.

《선철선생,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힘이 들텐데 나오셨군요.》

혜경이 말하자 선철은 씩 웃으며 대꾸하였다.

《나도 비날론가족의 한사람이지요.》

비날론가족이라는 그 말이 얼마나 친근감을 자아내는지 몰랐다. 혜경은 아버지가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선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선철은 비날론공장이 다 망한것처럼 생각하면서 자기 아버지를 동정하는 소리를 했었고 혜경은 의분을 품었었다. 그런데 선철이가 지원로동에 나온것을 보니 역시 정의로운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이였다.

밤에 그들은 함께 퇴근하였다.

합성직장옆 도로를 지나가다가 선철이가 주춤거렸다. 혜경이 의아해하자 선철이가 말하였다.

《아버지가 여기서 일을 보고있거던요.》

《그럼 들어가 만나보지요 뭐.》

선철은 망설이다가 《그냥 갑시다.》 하고 걸음을 옮기였다. 이윽고 그는 제잡담 입을 열었다.

《어른들도 참 아이같은데가 있단 말입니다.》

《그건 무슨 소리예요.》 혜경은 호기심을 느끼였다.

《아마 혜경동무가 들으면 웃을거요.》 하고 선철은 아버지가 합성직장에 나가는 문제를 놓고 부모들이 언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나서 말하였다.

《난 어머니가 그렇게 완강하게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글쎄 어머니는 아버지가 합성직장에 가는 한 밥곽을 싸주지 않는다는겁니다.》

혜경은 주승혁을 비난한 사람들에 대해 격분을 느끼였고 선철의 어머니의 감정이 납득되였다. 그러면서도 다 긍정하고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주승혁동지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날론을 위해서 그 어떤 체면을 생각지 않고 합성직장으로 간것이 아니겠는가.

《내 지금까지 살면서 아버지가 공장에서 무엇을 잡숫든 상관치 않는 어머니를 처음 봅니다. 내가 어머니를 설복하려들면 오히려 나보고 해보는 판이요, 허허…》

《그건 좀 너무한것 같군요. 그럼 아버지는 점심식사를 어떻게 하는가요?》

《국수를 잡숫고있지요. 내가 어제 만났댔는데 자기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오히려 어머니를 잘 위안해드리라고 하더구만요.》

선철은 혜경을 그의 집앞에까지 바래주었다. 헤여지면서 헤경은 생각이 많아서 조용히 뇌이였다.

《어머니를 잘 리해시켜야겠는데요. 가슴에 입은 상처가 큰것 같아요.》

이와 같은 사실을 돌이켜보면서 혜경은 더는 주저하지 않고 구럭을 들고 걸음을 옮기였다. 혜경은 일단 결심이 서면 단호하게 행동하는 성격의 처녀였다.

주승혁은 합성식장 책임기사방에서 《알데히드생성반응기구조개선에 의한 알데히드생산》이라는 제목으로 기술의안서를 작성하고있다가 얼떠름해서 혜경을 맞이하였다.

《혜경이가 어떻게 여길 다 왔니?》

혜경은 책상우에 빵구럭을 올려놓으며 방긋 웃었다.

《선철선생이 빵을 가져다드리라고 부탁해서 왔습니다.》

《그녀석 제가 오지 않고 널 시키더란 말이냐?》

《병원에서 낮에 틈을 내기가 어려웠던가봅니다.》 혜경은 얼굴이 달아오르는것을 느끼면서 거짓말을 하였다.

처녀는 오늘 저녁 꼭 선철이를 만나 사연을 설명하고 그의 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르게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임기사방을 나섰다.

혜경은 합성직장앞에서 여러명의 일군들이 모여서서 무슨 토론을 벌리는것을 띠여보게 되였다. 아마 합성직장개건과 관련된 문제를 토의할것이다. 그 일군들의 중심에 서있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신명욱책임비서가 두드러지게 안겨왔다. 혜경은 걸음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였다. 일군들의 토론도 인차 끝날것이라고 짐작된다. 마침내 신명욱책임비서가 일군들과 헤여져 어디론가 가려는것을 보고 찾아가 인사하였다.

《자동화과장의 딸이 어떻게?》 신명욱책임비서는 다정한 웃음을 띠우고 혜경을 보았다.

신명욱은 장군님의 현지지도소식을 듣고 비날론공장으로 탄원하여온 강혜경을 못내 대견하게 여기였다. 그래서 기업소에 입직한지 오래지 않은 이 설계원처녀를 똑똑히 기억했던것이였다.

《일이 있어 합성직장에 왔다가 책임비서동지를 보고 만나려고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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